수면대장내시경 체험담

By | 2010-07-02

어제 아침에 수면대장내시경을 받았습니다. 회사 건강검진 중 하나이고, 일반 건강검진과 다른 날을 하루 잡아서 하더군요. 건강검진은 6월초에 했는데 병원 일정상 오전에 수면대장내시경을 할 수 있는 날이 7월초라그래서 어제 받았습니다.
대장내시경은 처음인데다가 수면대장내시경이라니 매우 두려웠는데요. 제가 술을 마셔도 심지어 회식날 3차 4차까지 달려도 정신줄을 놓지 않는 것이 철칙인데 약물로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신을 잃게 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 경험담을 들어보면 약물을 투여하면서 숫자를 세보세요~ 했는데 하나..하고 둘 하기 전에 잠들었다 뭐 이런 얘기도 들리고요. 영화에서 보면 납치를 할때 손수건에 약품을 묻힌 후 코에 대면 몇초안에 정신을 잃게 되어 축 늘어지거나 하는 경우도 있잖습니까. 약물이 몸에 들어와서 수초내에 “잠”속으로 빨려들어가는게 두려웠지요. ㅎㅎ
아무튼 이런 두려움이 80%, 대장내시경 한번 해보긴 해봐야겠다는 생각 20%를 하면서 하루하루 내시경 날짜는 다가오더라구요.
2일전.
이날은 무슨 일인지 저녁을 그냥 굶었습니다. 야근하면서 밥을 건너뛰었는데 늦게 먹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굶었지요. 원래는 이날 먹어도 될겁니다. (아마.ㅎ) 자세한 식사조절은 병원에서 주는 안내문 참조하시고요.
1일전
이날부터는 식사조절에 들어갑니다. 장을 비워야하니까요. 전 아침에 죽하나 먹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원죽. 그리고 배고프면 물 좀 마시고. 점심에도 동원죽 하나. 아침엔 참치죽, 점심엔 야채죽이었습니다. 그리고 오후내내 배고프면 물만 계속 마시는거죠. 저녁은 굶었고요.
장을 비우기 위해서 약을 먹어야하는데요 말이 장을 비우는 것이지, 장속의 변을 다 내보내는 것이죠. 제가 타온 약은 Fleet Phospho-SODA 라는 것이었습니다.

검사받는 병원에 따라서 이 약이 다른가보더군요. 어떤 분들은 큰 플라스틱통에 4리터가 들은 물약이 택배로 와서 그걸 밤새 마셨답니다. 마시다가 토하기도하고요.
제가 받은 약은 두번 먹을것인데 처음것은 저녁 8시에 Fleet와 알약 2개. 검사4시간전에 다시 Fleet와 다른 물약 하나. 거품제거제라는데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꼭 겔포스같은 포장이었고요. 아, 저는 검사가 아침 8시였습니다. 시간에 따라서 아마 약 드시는 시간은 다를겁니다.
우선 8시 반에 첫회분 약을 먹었습니다. 물 컵에 Fleet 를 부은 후 물로 컵을 가득 채운 다음에 마셨습니다. 약 포장지에는 Ginger-lemon flavor 라고 써 있습니다만…….. -_-;; 짠 비눗물 맛입니다. 일단 마신 다음에 물을 2리터 마시라고 합니다. 전 PET병으로 된 큰 생수 두통을 꺼내서 한통을 다 마셨습니다. 3/4쯤 마시니까 배불러서 더는 못마실 것 같더군요. 몇십분 있다가 다시 마셨고요. 약먹고 2시간이 지났는데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인터넷 찾아봐도 언제 소식이 오는지도 잘 안나와있고요.
3시간쯤 지났을까? 11시 반쯤 되니까 슬슬 신호가 왔습니다. 화장실로 가서 일단 한번 일 보고. 나오면서 물을 또 한컵 더 마셨습니다. 보니까 이게 핵심이 물을 많이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장속을 청소하면서 쓸고 내려갈 물질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니까요. 12시까지 한번 정도 더 일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두번째 약을 먹을 새벽 3시에 알람 맞춰놓았습니다. 설명서대로라면 8시 검사니까 4시에 먹어야하는데 3시에 마신 이유는 이게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를 하는 것이니, 괜히 아침에 병원가는 길에 봉변 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쓴 나름 꽁수랄까요.
3시에 알람 울리고 벌떡 일어나서 나머지 물약과 거품제거제를 마시고 물을 연거푸 마신 다음 침대에 누웠습니다. 눕자마자 3초뒤에 신호가 와서 바로 화장실 고고씽. 일보고 나서 뒤돌아보니 아직 나올게 좀 더 남아보입니다. 과연 이상태로 내시경검사가 가능할까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물 또 마시고 잠자리에 눕고. 이때부터는 난리인데요. 한 예닐곱번은 화장실에 들락거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이 아침 6시에 본거였는데… ㅎㅎ 세상에. 이렇게 맑고 투명하고 아름다운 물을 내보낼 수 있다는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약간 노르스름한 색깔은 띠고 있습니다만 아아..맑아요 맑아. 감격적인 순간이죠. -_-;
당일
병원에 도착하니 7시 반이었습니다. 다행이 병원까지 가는 길에 별다른 고생은 안했고요. 병력에 대해 예/아니고 적어내고 용종이 발견되면 바로 수술한다는 서명받고 옷 갈아입으러 갔습니다. 바지와 펑퍼짐하고 길게 늘어진 윗도린데 바지 뒷부분이 ㄷ자로 뚫려있고 덮개가 있어서 검사할때 바로 문열고(?) 들어오실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검사실로 들어가니 침대가 있고 그 주위를 전자장비들이 주욱~있었습니다. 몸을 모로 뉘인채 무릎을 몸쪽으로 끌어당겨 웅크립니다. 왼쪽 팔뚝에 주사바늘 하나 꼽고 주사를 하나 놓았습니다. 마취젠가? 싶었는데 대장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약이라더군요. 잠시후 의사샘이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더니 배를 꾹꾹 누르면서 주무릅니다. 꽤 오래 그러더라구요. 1~2분이상? 장이 잘 비었나 검사하시는것 같기도 하고. 몸무게는 얼마냐, 나이는 몇이냐, 전에 검사해봤냐, 다른데 아픈데는 없냐, 어디 회사에서 왔냐. 그 회사 어딨는거냐 뭐 이런거 물어보시더니 몸무게에 맞춰서 마취제(진정제?)를 준비하라고 시킵니다. 용량을 들어보니 대략 몸무게 10kg당 5ml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약물이 들은 주사기 세개를 꺼내와서 차례대로 팔뚝에 미리 꽂아둔 주사바늘을 통해 주입합니다. 긴장되는 순간이죠. 아~ 이제 갑자기, 연극이 끝난 무대처럼 확 어둠이 밀려올 것인가…하는 두려움.
그런데 뭐 괜찮더군요. 약간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고요 정신은 온전합니다. 의사샘은 병원복 엉덩이 쪽에 미리 뜯어놓은 뚜껑;; 여시고 이리저리 검사를 하시고.. 별 느낌은 없네요. 한 15분정도 한거같은데 잠속으로 빠져들진 않았고 그냥 몽롱하고 기운없는 상태 정도랄까요. 마지막엔 손가락인지 한번 쑥 넣었다꺼내시는듯하고 휴진지 솜인지로 슥슥 닦아줍니다. 침대를 둘둘둘 끌고 검사실 바깥쪽 먼저 검사받은 분들과 나란히 놓고 커튼을 칩니다. 이때부터는 잤습니다. 얼마쯤 잤는지.. 옆의 옆사람 깨우는 소리에 저도 깼고….곧 간호사가 깨우러 왔습니다. 챙겨준 슬리퍼 신고 침대에서 내려오니 조금 걷기가 불편하더라구요.
탈의실 가서 옷 챙겨입으며 시계를 보니 9시쯤 되었습니다. 1시간정도 잤나봅니다. 안내데스크로 가니 결과서를 줍니다. 문제없이 깨끗하네요. 흐~ 다행입니다. 바로 나오기에는 아직 어지럼증도 남아있고하여 10분정도 앉아있다가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햇살아래 걸으니..배도 고프고 속도 안좋고 어지럼은 남아있고 하여 천천히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그랬네요.
바로 옆 건물 지하에 죽집이 있길래 죽한그릇 시켜서 반쯤 떠먹고 회사로 바로 들어왔습니다.
이때부터 좀 문제가, 검사를 하면서 뱃속들 잘 보기위해서 공기를 주입한다고 합니다. 이게 뱃속에 남아있어서 계속 배를 찌르네요. 그렇다고 회사에서 뿡뿡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아울러 뱃속에 통증이 있는데 뭐라고 표현해야되나. 운동안하다가 윗몸일으키기 마구하고나면 다음날 배가 아프잖습니까. 그게 뱃가죽쪽이 아니라 뱃속이 그렇게 아프더군요. 또 밤새 마신 물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서 화장실 가고 싶기도 하고요.
할수없이 재택근무 한다고하고 점심시간 전에 집에 갔습니다. 가서 점심에 죽한번 더 먹고, 뱃속에 남은 가스와 물 마저 빼고나니 한결 낫네요. 지금이 내시경검사 24시간이 딱 지난 시점입니다. 지금은 거의 괜찮지만 아직 뱃속 통증은 약간 남아있고 가스는 어제 밤 나머지 “떨이 대처분 “이후로 평안합니다.
검사 자체는 사실 시간도 짧고 통증도 없는데, 검사 전의 장청소 과정과 검사 후 회복이 힘들었습니다. 둘중에선 당연히 검사전 화장실 들락거리는 것이고요. 그나마 장청소 약이 4리터짜리 큰 통이 아니라 약+4리터 물이라 그나마 나았던거 같습니다.

10 thoughts on “수면대장내시경 체험담

  1. hof Post author

    아크몬드// 검사받고 나오면서 기운없이 흐느적거릴때, 아 건강해야겠구나..싶더라구요. 아크몬드님도 늘 건강하시길~~

  2. 홍과장

    ^^ 저 대장내시경 전용 환자복 바지 거꾸로 입다가 변태 취급 받았어요. 간호사가 깜짝 놀라서 뒤집어 입으라고..

  3. Pingback: 비수면 위 내시경 후기 « @hof 블로그

  4. 오리TM

    내일 내시경 하러 가야 되는데 예전에 후기를 본서 같아서 보러 왔는데요..
    포기해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아흑…. ㅠㅠ

  5. 아거

    내일 아침 위와 대장내시경을 앞두고 엄청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검사결과 별 이상없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6. hof Post author

    아거// 어이쿠. 고생하셨겠네요. 일상적인 검진받으신거죠? 건강 늘 잘 챙기세요..

  7. 초록우주

    생생한 후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약 먹은 뒤 신호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아주 재미있고 상세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8. hof Post author

    초록우주// 검진 전 준비가 꽤 고역이지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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