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초급반 한달

By | 2015-05-31

시립수영장에서 수영 초급반 한달수업을 마쳤다. 등급별 한달치 수업을 등록하면 일주일에 두번, 아침 6시부터 1시간동안 강사에게 배우고 나머지 날들은 자유수영을 할 수 있다.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애쓴 결과 수업은 100%, 자유수영은 90% 출석했다. 작년에 동네 헬스장 3개월치 등록하고나서는 이틀 나가고 나자빠진 경력이 있어서 수영장 한달 등록 역시 잘 해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이 잘 마쳤다. 이용료는 한달에 6만6천원이고 아내는 첫달은 자기가 낸다고 하였다.
수영장을 빠지지 않고 가기 위해 나름 설정한 가상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한달간 매주 월요일마다 15,000원씩 잃어버렸다 치자. 처음에는 그럴수도 있지 하다가도 2주, 3주 그리고 4주차째에도 돈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아마 아내의 부주의함을 비난하거나 동일하게 재현되는 실수에 대한 짜증을 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내가 수영장을 ‘꼬박꼬박 빠지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빗대어보면 어떤 비난이 적당할까? 실수도 아니고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선납한 이용료를 그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내다버리는 것과 같고 결국 나에 대한 아내의 호의와 신뢰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낮에 아내가 한 이야기가 있다. 자기 친구 남편중 누구는 음식물쓰레기를 내다 버리지 않는 것을 남자의 최후의 자존심이라고 했다는데 우리집은 때마다 척척 내가 갖다 버리니 고맙다고 했다. 나는 아내가 행복해지는데서 내 자존심을 확인하고 있기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빠지지 않고 수영장 다니는 것 역시 그러하다.
매일 수영장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는데 두번째 문제가 있었다. 배운대로 숨쉬고 팔을 휘젓고 다리를 움직거리는 동작을 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고 제자리에서 버둥거리다가 힘이 빠져서 수영장 벽을 잡고 쉬는 일이 잦았다. 이런 상황에서 하게 된 생각은 ‘내가 지금 물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것은 빨래를 맹물에 헹구거나, 물미역을 물에 흔들어대는 것을 얼마나 잘 흉내내는지를 보기 위한게 아니다. 나는 앞으로 가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가기 위해 나는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 팔을 제대로 뻗고 물속을 휘젓는것, 다리를 허벅지부터 힘차게 움직여서 물을 차내는 것을 모두 다 잘 해야 한다. 나는 물속에서 30분동안 팔다리를 휘적거리는 것을 목표로 여기 온게 아니고 왕복100미터 레인을 5바퀴 돌고 나가기 위해서 왔다는 사실이 머리속에서 옅어지지 않도록 계속 생각을 떠올렸다.
수영 배우기 전에는 망나니가 칼춤을 추듯이 팔다리를 미친듯이 휘저으며 20미터를 허부적거리면서 갈 수 있었다. 지금은 50미터 레인에서 500미터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