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다는 것.

By | 2003-10-26

오늘 하루에만 (엄밀하게 말해 한시간여동안에) 다친 사람을 둘을 보았는데, 두분 다 노인분이었다.
날씨도 화창하길래 조금 늦긴 했지만 종묘에 갔다. 해가 뉘엇뉘엇 지려고 해서 급하게 사진 몇장 찍고 다시 종각쪽으로 걸어오는데 길바닥에서 어떤 젊은 사람하나가 할아버지 한분을 부축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보니 할아버지의 얼굴… 오른쪽 광대뼈 약간 윗쪽이 푹 파이게 다치셨다. 혹시 모나미153 볼펜을 안다면 그 볼펜 몸통 말고 맨 앞부분에 볼펜심이 나오는 까만색 부분 (몸통에 돌려 끼우는..)만큼의 길이와 깊이로 푹 파이셨더라. 어디서 넘어지셨는지…
그래서 그 부축하고 있던 젊은사람한테 “도와드릴까요?” 하고는 한쪽 팔을 마저 부축해서 100여미터 앞에 있는 파출소까지 모시고 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걷기가 힘드니 천천히 가자…”라고 하셔서…그럼 업히시라고 하고 등을 댔는데… 걸어갈수 있다고 하셔서…그냥 부축만 해드리면서 갔다.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잠시후 앞쪽에서 119 구조대원이 다가와서는 다친분이 이분이냐…라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고는 119분에게 부축하는걸 옮겨드렸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두번째 분은… (다친 사진이 아래에 첨부되어있음)

종로3가쯤 왔을때 집회가 있었다. 얼핏보니 최저임금을 통상임금의 50%수준으로 요구하는 플랭카드가 보였고 시위대와 경찰이 도로를 막고 대치하고 있었다. 경찰은 집회신고한 시간보다 지났고 일몰이후에는 시위가 불법이라고 계속 방송을 하면서 해산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후 전투경찰들이 진압을 시작했고 깃발들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쓰러지고… 경찰의 방패가 위 아래로 여러차례 내리찍는것도 보이고… 다친 사람들이 경찰에 끌려와 빙 둘러싸인채 땅바닥에 쓰러져있는것을 막 본 순간…인도쪽에서 소란스러워 고개를 돌려보니, 지나가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부축을 받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시위대중의 한명에게 부축을 받아 자리를 피하셨다.
시위대와 경찰을 계속 찍느라 들고 있던 카메라로 얼른 찍은 사진이다.
다친 노인

시내한복판을 가다 얼굴이 찢어지고 머리가 터지는것을 대체 어찌 이해를 해야할까. 그리고 이 노인분들의 자식들은 얼마나 속상하고 황당할지 짐작이 간다.

여러모로 착잡해지는 심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