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단골메뉴, 영어병 강사들.

웹앱스콘에 다녀왔습니다. 후기야 여기저기 꽤 많이 올라왔을 것 같구요. 해마다 웹관련 컨퍼런스는 한두개쯤은 가는 것 같은데 발표자중에 점점 영어병 환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로 된 사이트를 만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국말로 소개를 하는데 발표자료는 희한하게도 다 영어로 만들어 왔단 말입니다.

해외 사이트나 자료를 참조할 때 영문을 인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도 한글로 번역문을 먼저 써 놓고 원문과 출처를 밝히는 것이 바른 표현이겠지요. 그런데 외국에서 가져온 문장을 인용하는 것도 아닌데 온통 영어로 뒤덮인 자료를 들이미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Launched on 31 March 라든가 More than 30 mashups are now available 이라든가 type your words with VIM in textile 이라든가…

그들이 만든 서비스에 녹아있는 논리와 철학이 아무리 복잡해도 서비스를 쓰는 고객들은 단순하게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강의를 듣기 위해 온 청중 고객들에게 scalable,fundamental, compelling, trustworthy, predictive … 단어를 주절거려서 당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혹시라도 그들이 권위란 자신들의 말을 얼마나 더 어렵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청중들에게 쉽게 설명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당신은 아직 컨퍼런스에 나와서 떠들어 댈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발표자로 나선 구글의 웹마스터 데니스황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발표자료는 순 한글로만 만들어 온 것을 보았습니다. 데니스황이 발표를 마치고 어느 누구보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은데는 그가 자신의 환경과 업무에서 느껴지는 선입견과는 달리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영어병 환자들, 당신들은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시장과 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21 Replies to “컨퍼런스 단골메뉴, 영어병 강사들.”

  1. 그 발표시간이 특히 이상하더군요. 저는 모르는 단어인데 영어로만 읽고선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전체적으로는 괜찮았지는 그런 부분들이 옥에 티라고 생각했습니다.

  2. 음… 동감합니다. 특히 데니스 황님의 예는 정말 와닿는군요. ‘반갑습니다’로 시작하던…(음 아래의 google confidential 이란 것은 약간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3. 자기들도 잘 모르니까 대충 영어로 얼버무림?…
    종종 그런 경우 많이 봤어요. 개념은 충만하지 않고 그러니까 대충 영어로 때려놓고 PT 진행하시는 분들….

  4. 물론 위에서 이야기하신 부분도 공감되는 부분이지만
    마지막 키노트에서 전길남 박사님 이야기처럼
    이곳 컨퍼런스에 참여한 외국인이 얼마나 될것 같나 라는 질문에
    과연 한국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는 한국인만을 위한 것인가
    하는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한국에 있는 외국 개발자들(점점 늘어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도
    올해 그리고 내년도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고
    그러한 친구들은 한국어로 발표가 되어도 PT가 영어로 요약되어 있고
    영어로 통역되어 서비스 된다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년도 webappscon 에는 외국에서 비싼돈 내고 세션 참여하러 오는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5. 열이아빠// 국내에 있는 외국인 개발자를 위해 그런 발표자료를 준비해오신 것은 아니지 않나요? 미래에 그런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그때 준비해서 발표 나오시면 되는겁니다.

  6.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지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질타가 이어지니 속이 다 후련합니다. ^^

  7. Pingback: brainchaos™ TiP
  8. 전 중간에 MS분의 영어 발표가 떠어억!!! 이였습니다.
    흐미….
    얼마전 미국 갔던일이 떠오르더군요. ㅠㅠ;
    사실 이번엔 일부러 영어로 PT를 준비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닐까요?
    트랙백 드립니다.

  9. 매번 그런 강의 자료들 때문에 듣고 나면 뭔가 한거는 같은데 실질적인 핵심을 짚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가 이래서였군요. -_-;;
    모두 빨리 고쳐지기를 바랍니다. 듣는 사람들을 위한 발표가 제일 우선이니까요..

  10.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던 전공과목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생소한 용어로 이해하기 어렵게 말하는건 그만큼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뿐입니다.

  11. 오래만에 뵈서 반가웠어요 행사때문에 이것저것 듣고싶었던 세션 놓친게 젤로 아쉬웠다는..

  12. 영어에 대한 불필요한 경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혹여 그 영어를 통해 자신의 계급 혹은 지적수준을 과시하려고 한다면.. 이는 정말 자신의 유치한 수준을 증명하는 것일테죠. 필요한 도구로서의 영어가 아닌 관습적인 혹은 배타적인 지적 과시, 계급의 과시를 위한 차별적 언어표시행위로서의 이런 행태는 정말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정말 적절한 지적이신 것 같네요. : )

    저 역시 속이 시원하군요.

  13. 꼭 이런 경우는 아닙니다만 저는 한국에 가면 영어를 섞어 쓰려고 참 노력을 많이 하는데 한국분들이 더 많이 섞어서 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더군요. 문제는 제가 잘 이해를 못하는 영어… 라… 난감할 때가 자주 있죠… ㅡㅡ;;

  14. 깊이 공감합니다. 통신의 기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요.

    같은 주제는 아니지만 제 예전 글을 걸도록 하겠습니다.

  15. 기술 용어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나머지 .. 형용사나 동사에 속하는 녀석들 까지도 죄다 영어로 표시해두는건.. 좀 보기 않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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