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입장권

기차역에서는 승차권말고 입장권이라는 것을 판다. 매표소가 아닌 안내소(?)쯤에서 500원에 팔고 있는 이 표를 들고서는 승강장까지 들어가서 배웅할 수 있다. 만약 승차권이나 입장권이 없다면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나가는 개찰구를 지나가서는 안된다.

처음에 입장권에 대한 생각은 기차가 도착하기 10분전부터 승강장으로 갈 수 있도록 개찰구가 열리게 되어 있으니 그때까지는 대합실에서 함께 있다가 적당한 시간에 늦지 않게 입장을 하면 되니까 결국 입장권은 “이별의 순간을 최대 10분정도 늦춰주는 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입장권을 사서 승강장까지 따라내려가서 배웅을 해보니까 단지 “이별 순간 지연효과”외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기 10분전이건 5분전이건 떠나는 사람이 개찰구로 들어가며 배웅한 사람과 손을 흔들며 이별을 하고난 후 각자 한명은 승강장 또 한명은 집이든 다른 곳으로 간다. 승강장으로 들어간 사람은 떠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이별의 순간이 지나고나서도 기차가 도착해서 승객을 다 싣고 출발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합실에서의 배웅은 이별의 의식은 치뤘으나 결국 떠나는 자는 떠나지 못하고 있고, 떠나 보내는 사람이 먼저 자리를 뜨는 순간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다소간 불안정해 보이는 상황이자 미완성의 절차로 느껴진다.

승강장까지 내려가서 열차에 탑승하는걸 보고 자리가 어디쯤인지 확인하고, 짐을 선반에 얹거나 바닥에 두고, 겉옷이 있으면 잘 건사해서 편안히 앉는 것까지를 지켜본다.

자리를 잡은 후엔 비록 말은 서로 안들려도

‘어여 들어가’
‘ 가는거 보구’
‘ㅎㅎ’
‘ㅎㅎㅎㅎㅎㅎ’

하며 어색한 미소와 휘적거리는 손짓으로 치루는 짧은 작별의 순간은 대합실에서 하는 이별에서 끌어내지 못했던 애틋한 감정을 더 이끌어 낸다.

열차가 덜컹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냄비에서 국이 끓어 넘치며 치이익 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휭휭거리는 바람소리에 방문을 괴어놓을까 망설이던 참에 꽝 하고 온집안에 흔들릴 정도로 문닫히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진작 더 부지런히 손흔들고 더 웃어보일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고 더 큰 손짓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아쉬움을 흩어보려한다.

입장권 500원이 합리적인 가격인가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지만 서로간에 행복과 배려를 느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비용으로 본다면 크게 아깝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4 Replies to “철도 입장권”

  1. 정진호// 가장 좋았던건, 열차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창밖을 멍하니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때 자기는 가까운 거리에서 따뜻한 감정적 교류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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