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음식 시킬 때 암호대듯 주문하는 곳

자주 가는 식당중에 메뉴판에는 없지만 주문할 수 있는 메뉴 또는 선택사항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마포에 있는 을밀대 평양냉면집과 무교동에 있는 터줏골 북어국집입니다.

두 집 다 유명한 집이라 가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텐데요. 을밀대는 살얼음이 얼어있는 육수국물을 물냉면에 부어줍니다. 반쯤 얼어있는 육수 때문에 시원함은 더하겠지만 후룩후룩 들이마시기엔 불편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거냉으로 주세요” 라고 말하면 얼음없는 보통 찬 육수로 나옵니다. 양이 부족하다면 물론 사리도 있습니다만, “양많이 주세요”라고 하면 양이 넉넉하게 나옵니다. 그래도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사리를 시켜도 되지만 “민짜로 주세요”라고 합니다. 민짜는 삶은 계란과 고기를 뺀 대신에 면을 두 덩어리가 들어가지요. (“민짜로 양 많이”가 그냥 “민짜”보다 더 많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냥 물냉면을 시키면 반은 얼음, 반은 육수인 물냉면에 계란과 편육이 얹어져 나오지만 “거냉에 민짜로 양많이 주세요”하면 얼음없는 찬 육수에 계란과 편육없이 면 두덩어리가 나옵니다.

거냉 + 민짜로 주문한 을밀대 물냉면
거냉 + 민짜로 주문한 을밀대 물냉면

또 한곳인 북어국집은, 여기는 메뉴가 북어국 한가지인데 북어국에 들어가는 북어,두부,계란,건더기,국물의 유무를 주문할 때 말할 수 있습니다. 북어 빼고 주세요 라든가 두부 많이 주세요 라든가 말이죠. 밥 없이 국만 먹고 싶으면 밥 빼고 달라고 하면 북어국만 나옵니다. 먹다가 모자라면 또 원하는대로 더 먹을 수 있습니다. 국물만 더주세요. 두부와 계란 더주세요, 건더기 더주세요 처럼요. 추가비용은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무료리필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아침 한정메뉴가 하나 있는데요, 계란 후라이입니다. 북어국 주문할 때 “후라이 하나 해주세요” 또는 이 집에서 일하는 분들이 쓰는 공식(?)표현인 “알 하나요” 라고 하면 먼저 북어국이 나온 다음 얼마 있다가 계란 후라이가 하나 나옵니다. 주인 아저씨 말로는 닭이 처음 낳은 알인 초란 이라더군요. 아침에 얼마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온 손님들만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전날 술마시고 기력이 쇠한(ㅋㅋ~) 사람들은 북어국으로 속풀고 초란 후라이로 영양보충하면 되겠습니다. 값은 500원.

무교동 터줏골 북어국과 계란후라이
무교동 터줏골 북어국과 계란후라이

혹시 이렇게 아는 사람만 시킬 수 있는 메뉴 또는 주문할 때 쓰는 암호가 있는 식당 또 아시는 데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

[업데이트@6월21일] 명동 하동관에 대한 블로그 글 추가합니다. [명동맛집] 하동관 곰탕전문점 맛집 ; 아침,점시만 먹을수있어요~ 알려주신 starshit 님 감사합니다.

올해 건강검진때는 알레르기 검사를 한번…

건강검진 하라는 때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위내시경을 무수면으로 해보니 정말 눈 딱감고 3분만 참으면 시간절약,맨정신유지가능, 검진후 헤롱방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도 무수면으로 신청했습니다.

아울러 검진 신청 항목 중 알레르기 검사라는게 있어서 한번 신청해봤습니다. 피부에 뭘 발랐을때나 꽃가루 등에는 알레르기가 없는 것 같은데 두가지 음식에서 알레르기인지, 아니면 그냥 식중독이었는지 먹고나서 몸이 안좋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굴소스였는데요, 김치볶음밥에 넣으면 맛있다는 글을 보고 한번 넣어봤는데 먹고나서 속이 안좋더군요. 화장실에 한참 들락거렸던것 같습니다. 굴소스는 국내식품업체 것이었고 유통기간도 상당히 많이 남았던거라 굴소스 자체가 상한것 같진 않았는데 왜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는 번데기인데요, 번데기는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서 몇번 사 먹고나면 꼭 귀 안쪽 깊숙한 곳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듭니다. 피부나 다른 몸에 이상은 없고 오로지 귀 안쪽 음~ 그러니까 느낌상으로 보자면 귓구멍에서 한 5cm쯤 들어간 부분이 간지러운거죠. 긁을 수 없으니 마치 목에 가시가 박혔을 때 하듯 컥컥 소리를 내면 가려운게 조금 시원해집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번데기를 안먹은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두어시간이면 괜찮아졌던 것 같습니다.

번데기는 안먹고 살 수 있는데 (이 나이에 이쑤시개로 종이컵에 담긴 번데기 찍어 먹기도 그렇죠; ㅋ) 굴소스는 사먹는 음식에 들어가면 별수 없이 먹어야하니 이게 굴소스 알레르기인지 아니면 굴소스 김치볶음밥 먹기 전에 먹었던 음식의 영향인데 괜히 굴소스가 누명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도 이번 기회에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퇴근 후 수화(手話)배우기

올해 1월 들어오면서부터 수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수화는 처음 배우는거라 입문반부터 시작했었는데 일단 회화반까지 마쳤습니다.

회화반까지 배웠다고 청각장애인과 자유롭게 “회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요 인사, 자기소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입문반때는 자기 이름을 말할 때 수화를 모르니 허공에 글씨를 쓰는 공서로 했고 지화를 배우고나서는 한글 자음,모음 수화로 이름을 얘기하고요. 요즘은 성씨를 나타내는 약어표시(이씨는 양손 검지만 펴서 얼굴 앞에서 위아래로 대고 살짝 흔듬, 배씨는 손바닥으로 배에 댐, 손씨는 오른손으로 왼손등을 살짝 때림…)로 성을, 이름은 지화로 합니다. 농인분들은 얼굴이름이라고 해서 별명처럼 부르는 이름이 있다고 하는데 얼굴이름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정한다면 뭐 hof니까 맥주씨 정도로 하면 어떨까 합니다. ^,.^;; (맥주는 수화로 영어 O와 B를 표시하면 됩니다. )

제가 수화를 배우는 곳은 서울수화전문교육원이고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서울시 서울농아인협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원이 다행이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퇴근하고 부지런히 걸어가면 저녁반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화를 배우니까 이런 점이 좋더군요.

  • 새로운 언어 하나를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이 최근 통계로 약 25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수화는 이분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이고 음성 언어와 다르게 목소리가 아닌 (표정, 동작을 포함한) 손으로 하는 언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어도 외워야하고 숙어,관용구도 배워야하죠. 그 나라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만의 풍습도 이해할 필요가 있고요. 또 제대로 된 말이 아니더라도 바디랭귀지나 잘못된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하더라도 원래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대개 앞뒤 상황이나 분위기로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수화를 가르치시는 분은 농인분입니다. 첫 수업듣는 날, 이 사실을 모르고 수업이 시작되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어교습으로 치면 원어민 선생님인 셈인데요, 수강하는 반 수준에 맞게 프리젠테이션이나 칠판 판서, 몸짓 등을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해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 하루가 더 재밌어지고 즐겁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말한 것처럼 수화는 손으로 하는 언어지만 손보다는 표정이 더 중요한 언어입니다. 농인분들은 수화할 때 상대방의 손이 아닌 얼굴을 본다고 합니다. 일반 음성언어는 높낮이, 억양, 빠르기, 큰소리 작은 소리 등이 목소리에 담겨서 기분이나 분위기, 뉘앙스를 전달하지만 수화는 그럴수 없기 때문에 표정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수화선생님은 매일 수업 들어오시면 가장 먼저 칠판에 “표정, 동작, 방향” 이라고 크게 쓰십니다. 수화의 동작도 올바르게 해야겠지만 대화 문맥을 표정에 반영하지 못하고 무표정하게 수화를 하면 꼭 지적을 받습니다. 즐겁다는 수화를 하면서는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하고, 아프다는 수화를 할 때는 최소한 이맛살이라도 찡그려야 합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수화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데 표정을 짓고 몸짓을 해야하는지라 꽤 적극적으로 하지않고 소심하게 쭈뼛거리면서 하게되면 결국 어리버리한 대화가 되버리고 맙니다. 반대로 수화도 똑부러지게 척척 하고 상황에 맞게 표정도 지어가며 몸도 움직거리면서 열심히 수화를 하고나면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습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표현하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수화 배울 때 좀 더 재밌고 쉽게 하실 수 있을거고요 소심한 분이라면 수화배우면서 자신감도 늘어나고 성격도 밝아지실거에요. ^^;

얼마전 어느 TV 광고를 보니까 평소에 모바일로 외국어를 공부했던 형사가 용의자를 취조하다말고 길을 묻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온 외국인에게 유창한 외국어 솜씨로 안내를 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만약 길을 묻는 사람이 백인 여자가 아니라 청각장애인,농아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수화로 길 안내를 해도 역시 멋지고 아름다워보였을겁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수화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이 살아가기가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