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그녀들.

July 15th, 2010

회사에서 한 3분거리에 커피도 팔고 빵도 파는 빵집이 하나 있다. 프랜차이즈 업장이라그런지 가게 내부도 깔끔하고 아침에 구워나온 따뜻한 빵도 좋고 커피 역시 가격대비 맛이 괜찮아서 가끔 들른다. 가게는 ㄱ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넓은 매장 한켠에 약간 좁은, 그래도 테이블 두 줄은 들어가는, 먹고 갈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7시 반쯤에 들러서 차갑게 포장되어 냉장고에 들어있던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들었는데 그 옆에 몸에는 별로 안 좋을 것 같지만 온몸을 간지럽히는 듯한 고소함이 풍겨나오는 쏘세지를 넣고 구운 빵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샌드위치 하나와 빵 하나를 집어들고 커피를 한잔 시켜서 테이블에 앉았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읽던 에세이가 있었지만 빵먹다가 책에 흘릴까봐 걱정되어 그냥 테이블위에 얹혀있던, 지금은 이름도 기억안나는, 시시껄렁한 잡지 한권을 뒤적이며 5천 얼마가 넘는 아침밥을 우물거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앉은 사람이 없고 가게 안에서도 손님이 다 나간 것일까? 이 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계산을 하고, 오븐에서 빵을 내오는 이십대초중반쯤의 아가씨 대여섯명이 마치 여고생들이 점심시간 학교 매점에서 웃고 떠드는 듯 꺄르르꺄르르거리며 매장안을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만들고 있었다. 꺽인 통로 안쪽 구석에 있던 손님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 본데 그야 뭐 상관없고. 슬며시 귀 기울여보니 어제 본 TV이야기를 하는 듯했는데 대화내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네들의 작은 소란은 곧 새 손님이 들어오면서 “어서오세요 ㅇㅇㅇㅇㅇ입니다~!”하는 인사와 함께 사그러들고말았다.

마치 낮에는 조용히 있다가 밤이 되면 깨어나서 파티를 여는 장난감들을 그린 단편애니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ㅎㅎ

먼지가 나을까, 눅눅함이 나을까.

July 14th, 2010

회사에서 가끔 미숫가루를 타먹을 때 쓰는 쉐이커, 어제 씻어 놓고 뚜껑을 제대로 닫아두고 갔더니 물기가 하나도 안말라 있다.

뒤집어서 공기가 통하게 두긴 했는데 이번엔 또 먼지가 걱정. -_-;
그래도 축축하게 안 마른 것보다야 낫겠지. 먼지야 어차피 들여마시기도 하니까. 으음.

안부

July 14th, 2010

예전 안부는 “얼굴이 안좋네” 라든가 “기운이 없어 보이네”

요즘 안부는.. “블로그 뜸하네.”라고 메신저에, 또는 “왜 메신저에 없어?” 라고 SMS.

출근길 추돌

July 5th, 2010

조금전 영등포에서 택시에 추돌당했습니다. 추돌이랄 것도 없는게 저는 차 밀려서 정지상태였고 버스전용차로가 시작하면서 택시가 일반차로로 끼어들다가 제 운전석쪽 범퍼를 꾹 누른 사고입니다. 우퍼 크게 틀은 차가 옆을 지나가도 느낄 수 있는 그런 미세한 진동 정도? 응? 하면서 사이드미러를 보니 닿은거 같아서 내려보니 맞네요.

택시아저씨는 닿았는지 안닿았는지도 모르시더라구요. 제가 내리라고 하니 그제서야 내립니다. 차선에 박혀있는 볼록 튀어나온 반사체를 밟은 충격이었는줄 알았답니다. 택시 뒷쪽으로 버스전용차로가 시작되는 파란 차선이 보입니다.

ㅎㅎ 웃기죠? 제가 내려서 접촉 사실 확인하고 다시 차에 들어가서 조수석에 있던 가방 속에서 카메라 꺼내서 접촉부위 찍고 기사분한테 내리라고 하니 그때서야 내리십니다. 크.

꾸욱.. 눌렸습니다. 사진을 보아하니 뒷차가 바짝 들이대니 끼어들려고 무리하게 바짝 들이대다가 닿은 것 같네요.

일단 출근시간이고 거기가 원래도 차가 밀리는 곳이라 트렁크에 있던 사고표시용 페인트로 차 두대 바퀴위치를 모두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 골목으로 차를 이동했지요.

사진도 찍었고 도로에 표시도 했으니 연락처받고 그냥 가야되나 우째야되나 몰라서 보험사에 일단 전화하니까, 상대방이 택시니까 일단 자기네가 와서 보는게 좋겠다고합니다. 첫 신고(07:10)에서는 상담원 연결이 안되었고 다시 걸어서 신고 후 사고처리담당자 도착까지 15분(07:26) 정도 걸렸네요. 다음다이렉트입니다. 출근시간 문래고가차도-영등포역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출동시간입니다.

근데 웃긴게 출동직원이 말하길, 택시의 100% 과실이 아니랍니다. 합류지점에서 안끼워주려고 신경전하다가 접촉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다서다 하다가 차 밀려서 정지중인데 뒤에서 버스전용차로 시작하니까 끼어들면서 너무 들이대다가 꾹하고 누른건데 말입니다. 택시아저씨도 자기 100% 과실이라고 인정했는데도 출동직원은 과실비율 계산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방어적인 멘트를 날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덴트가게 가보고 견적 낸 다음에 택시아저씨랑 통화해봐야겠습니다.

[업데이트]@ 2010/7/6 12:15
덴트처리 후 택시아저씨한테 입금받고 끝냄.

부추김치가 맛있던 그 호프집.

July 2nd, 2010

영등포역앞에 지금도 있는, 무지 크지만 얇은 건물이 하나 있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쪽으로 가다보면 서울교 올라가기 전 한전 가기 전에 있는 건물이다.


사진은 다음지도의 로드뷰 캡춰. [바로가기] (아, 로드뷰로 살펴보니 지금 6층에는 헬스클럽이 들어와있나보다.)

지금도 있나 모르겠는데 여기 6층에 전층을 다 쓰는 마로니에 호프라고 있었다. 대학로하고는 상관없는 동네지만 아무튼 젊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 아닌가.

가본지가 벌써 15년은 훌쩍 넘은 듯한데 기억을 되살려보면 건물 모양이 저렇다보니 업장이 매우 길쭉해서, 일하는 분께 화장실 어디냐고 물으면 손님 옆에 바짝 붙어서 시선 방향을 맞춘 다음 팔을 주욱 뻗으면서 “저~~~어기까지 가신 다음에 왼쪽으로 한번 꺾으셔서 쭈욱~~ 가셔서 왼쪽이에요.” 뭐 이런식으로 설명을 했다. 호프집이야 어둑어둑한데다가 좌석도 많고 칸막이도 많고 중간중간 화분이니, 냉장고니 번잡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으니 설명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화장실을 설명하고 설명듣던 그런 곳이었다.ㅎ

이 집 메뉴중에 기억나는게 부추김치인데, 부추김치를 안주로 먹어본게 이 집이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 몇번 부추김치를 안주로 내오는 집에 가봤어도 이 집만큼 맛있게 부추김치를 내오는 집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그때 2천원이었을텐데 보통 식당에 가면 나오는 앞접시만한 접시에 소복하니 담아주던 그 짭짤하고 매콤하고 살짝은 달콤한 부추김치는, 오로지 그걸 먹기 위해 맥주와 다른 안주를 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이 호프집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지금은 또 아마 이사가고 없을텐데, 이 건물 바로 뒷편으로 OB맥주 공장이 크게 있었다. 즉 창가에 앉으면 OB맥주 공장을 내려다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은 마치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먹는 것이나 평창에서 한우구이를 먹는것과 비슷한 감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