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대개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니 혼밥인 셈이다. 전날 저녁에 아내가 미리 챙겨놔준 밥과 반찬을 전자렌지에 뎁힌다. 밥먹은 시간은 대충 15분 남짓인데, 전에는 이 시간동안 핸드폰을 보면서 별 쓰잘데기없는, 알고리즘이 밀어올려주는 글을 보아왔다. 돌이켜보면 마치 운전중 핸즈프리로 통화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오긴 왔는데 통화하는 사이 어디를 지나왔고 어떤 차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처럼 밥을 먹긴 먹었는데 밥먹은 과정이 생각이 안났다. 기계적으로 밥과 반찬을 입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눈과 뇌는 더 빠르게 끊임없이 자극적인 컨텐츠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일단 앱을 켜고 스크롤을 시작하면 멈추는 방법을 잊은 사람이 되고 만다. 계속 볼 지 말지를 내가 결정하고 있다고 믿었다. 재미있는 것, 재미 없는 것을 선별해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실상은 나의 스크롤, 멈춤, 좋아요, 북마크, 동영상 재생시간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서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들로 점점 채워나가는 알고리즘일 것이다. 멈출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하여 얼추 1년은 넘은 듯 하다. 밥먹을 때는 아예 핸드폰을 엎어놓고 쳐다도 안보고 있다. 아내로부터 오는 문자에 회신하는 정도나 하지 그 외 메신저에 대해서도 답장을 안하고 있다. 반찬에 마무리로 톡톡 뿌린 참깨를 보며, 두부조림을 이렇게 저렇게 눕히고 세워서 꼭꼭 눌러담은 아내의 테트리스 실력을 감탄하며, 매콤한 고춧가루를 애정하시는 장모님이 만들어주신 도라지무침을 먹으며, 입안에 들어와 있는 음식의 상태를 감안하여 충분히 씹어 삼킨다. 우리는 타인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던 옛 동료의 말과 다르게, 나는 타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평온한 일상을 당연한 일로 여기곤 한다.
1년 넘게 해오고는 있지만 알고리즘이 주입하는 도파민 중독의 고리를 끊고 소중한 일상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높은 의지를 필요로 한다. 담배와 술은 끊었다가 다시 손대고 싶을 때 담배와 라이터 또는 술을 사야하고 하고 난 후에는 담배냄새와 술냄새를 털어내야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고 스크롤하면서 밥먹는건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닌 척, 안한 척 자신을 속이는 것도 쉬운 일이다. 누구말마따나 소셜미디어의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굉장히 (여러 의미로) 비싼 여가활동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