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에 생긴 습관(?)같은 것인데, 아내와 나는 길을 가다가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으로 나온 지렁이를 발견하면 풀숲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아마 처음 시작은 기어가는 지렁이를 피해 지나간 후, 한두시간 뒤 그 자리에 죽어있는 녀석들을 몇번 보고나서 였던 것 같다. 살아있는 녀석이건 죽은 녀석이건 사람들 발에 밟히고, 개미떼한테 분해되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좋은 장면도 아니었고.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나 종이 조각을 집어 부드럽게 녀석의 몸체를 들어올려 가까운 풀이나 키작은 나무 아래 그늘에 놓아준다. 지렁이 특성(?)상 땅바닥에 바짝 붙어있는 녀석들을 나뭇가지로 건드리면 몸을 비틀고 구부리게 되고 그때 땅에서 떨어진 틈에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넣어 들어올리면 된다. 엊그제는 햇빛에 오래 나와있어서 상태가 많이 안좋은 녀석을 발견. 아내는 지렁이를 보호하고 나는 집에 가서 키친타올을 한장 뜯어 물을 흠뻑 적셔서 들고 나왔다. 풀속 그늘 아래 녀석을 옮겨놓고 적셔온 티슈를 위에서 짜주어 몸통을 적셔 주었다.

두어시간쯤 뒤에 돌아오면서 아까 놓아준 자리를 보니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것인지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없어진걸 보면 어디론가로 가서 지렁이의 삶 2회차를 잘 살고 있겠거니 싶다.
아내는 집안에서 작은 벌레라도 나타나면 질색을 하며 서전트 점프 1미터를 즉각 뛰어오르는 사람이다. 지렁이라함은 작은 벌레를 압도하는 비쥬얼과 움직임을 보이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들어올려 풀숲에 놓아주는지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