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내가 퇴근해서 거의 집에 도착했을 즈음 전화를 걸어왔다. 집 근처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다행이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아니었다. 아내로 부터 들은 사고 경위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전체 사고 경위다.
아내는 정지선 첫번째 차량으로 신호대기 중이었고 신호가 바뀌어 서서히 출발했다. 교차로를 거의 통과했을 즈음 오른쪽 도로에서 상대방 차량이 우회전을 하면서 아내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에 충돌했다. 충격으로 아내 차량은 몇미터쯤 앞으로 콰르르...밀려나갔고 곧바로 정차했다. 휠 하나와 뒷 범퍼가 긁혔다. 아내는 정상 신호를 받고 진행했기에 과실이 없어보였으나 흔히들 얘기하는 '움직이는 차량 사이의 사고에서 100:0은 없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면 내가 직진 신호에 직진하는데 우회전 차량이 다가온다고 멈춰서 양보를 해줘야하나? 갸우뚱한 일이다. 상대방은 아내가 과속을 했다며 아내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단다. 적반하장이다. 정지선부터 사고지점까지 거리와 시간을 토대로 충돌 시점의 속도를 시뮬레이션해보면 시속 25km를 넘지 않는다.
블랙박스를 다시 살펴보니 상대 차량은 우회전 시 일시정지 없이 계속 주행하여 아내 차량과 충돌했다. 메모리카드를 복사하는 대신 블랙박스의 화면을 촬영해갔던 보험사에 원본 영상을 전송하고 이 사실을 알렸다. 운전자는 교차로에 접근했을 때 전방 신호가 적신호라면 정지선,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거나, 무슨 말도 되지 않게 '여기서 멈출수가 없어요, 멈추기가 어려워요'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신호위반에 해당한다. 우리쪽 보험사에서는 상대방이 계속 우리쪽 과실을 주장하고 있기에, 그렇다면 우리 보험사에서는 상대방의 신호위반으로 인해 사고가 났음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대충 찾아보니 이렇게 진행되면 상대차량 운전자는 신호위반 벌점 + 신호위반으로 인한 사고 추가 벌점을 받게 되고, 보험료가 할증된단다. 사고충격으로 아내가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이므로 12대 중과실 사고가 되고 형사처벌 대상이다.
다음날 상대운전자가 자신의 과실을 100% 인정하기로 했다는 보험사의 연락이 왔다. 다소 늦었지만 현실을 파악해주셔서 다행이다. 무과실로 이렇게 사고가 나도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고 신경쓸 일 많고 금전적으로도 손실이 있다. 범퍼긴 하지만 사고이력이 남다보니 단돈 만원이라도 차량가 책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겠다.
겸사겸사 10년치 무료 엔진오일 교환 쿠폰도 마지막으로 다 썼고 (공교롭게도 20번째 엔진오일 교환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점검한 다음날 사고 -_-; ) 라디에이터 냉각수 누액도 있다고 한 마당에 사고까지 겹치니 명분이 더 쌓여 차량 처분 결심을 빨리 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