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문의 게시판에서 보는 넌센스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문의 게시판에서 종종 보는 웃긴 질문들. 아이들/어르신들이/들에게 먹을거니/선물할거니 신선한/하자없는 제품으로 보내달라는 것.

소망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온라인 판매자들이 그렇다고 특별대우를 해줘야할 동기같은건 없어보인다. 예를 들어,

고객문의담당자 : 김팀장님~
물류팀 김팀장 : 네. 박대리닙
고객문의담당자 : 혹시 대전의 홍길동 고객 물품, 출고 됐나요?
물류팀 김팀장 : 이따 4시부터 시작할거에요. 왜요?
고객문의담당자 : 아 다행이다. 그분 있잖아요. 아이들 먹일거라고 하시니까요, 박스 까서 특별히 신선한 제품으로 골라서 보내주세요.
물류팀 김팀장 : 어이쿠~ 큰일날뻔 했네요. 아이 먹인다는데. 알겠어요. 박스 까보고 후숙 들어간 과일이면 빼놓을게요. 개봉된 상품 어떻게든 재고처리는 되겠지요. 헤헤.
고객문의담당자 : 감사합니다.
물류팀 김팀장 : 그래요. 오늘 출고 500건 넘는다는거 같은데 운송장 넘어오면 일일이 확인해서 대전의 홍길동님꺼는 특별히 따로 처리하도록 물류팀 전 직원에게 공지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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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 없을거라 본다. 고객문의게시판 담당자도 그냥 하는 소리지, 그 고객의 주문건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제품을 선별해서 보내줘야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위 가상대화에서 보듯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포장된 제품을 까 볼수도 없고 까보면 제품의 가치가 상실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로 요청하지 않은 대다수의 고객에게는 선도가/품질이 떨어지고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은 제품 순서대로 보내주란 이야기인가. 자신과 같은 비용을 냈는데?

애들 먹이실거 여기서 사지마시고 백화점 과일코너 가시면 훨씬 크고 싱싱한걸로 사실 수 있습니다. 값은 3배 입니다만… 이라는 어떤 이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으면 상대방은 왜 그 대우를 해줘야하는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점에서 이득이 되는지 서로 납득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비용을 더 내던가, 아니면 200자 원고지 10장 내외로 정성스럽게 심금을 울리는 사연이라도 쓰던가…

면도기 서브스크립션 구매했다가 반품한 이유

지금 쓰고 있는 쉬크 하이드로 면도기 날이 떨어져 간다. 면도기란 면도기 자루 하나를 갖고 면도날을 수십개 교체해서 쓰게 되는데 오래 쓰다보면 면도기에도 찌든 면도거품과 수염 잔여물로 꽤 지저분해진다. 새 면도기를 구입하려고 찾다가 예전부터 눈여거 보던 면도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에서 구입해보기로 하였다. 면도기 하나와 면도기 두개가 포함된 스타터 셋트가 배송비 포함 8900원. 도착한 패키지는 여러모로 마케팅적으로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였고 깔끔하였다.
포장을 뜯고 설명서와 같이 구매한 면도거품을 들어내니 제품 상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제품 상자 한쪽 끝을 막고 있는 투명 테이프 (실링 테이프)가 뜯어져 있었다. 둥근 테이프의 80% 정도는 점착력이 있고 나머지 20% 정도는 회사 이니셜이 인쇄되어 있어서 그 부분을 손잡이처럼 잡고 뜯어내게 하려고 했었나보다. 그러나 점착되는 부분이 약했는지 스티커를 붙이는 과정에서 봉해야 할 부분에 정확히 중심을 맞추지 못해 한쪽으로 쏠렸는지 결국 고객은 너풀거리는 실링 테이프를 본 것이다.

이미 개봉된(?)채로 온 면도기 상자를 열어보았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애초부터 실링 테이프가 없이 그대로 상자 안에서 서랍식으로 내부 포장재를 꺼내게 되었다면 또 모르겠다. 아무튼 실링 테이프는 떨어져 있고 상자 안의 면도기는 보호캡이 씌워진 채로 들어있었다. 그냥 쓸까, 반품할까를 고민하다가 반품하기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면도기라는 것은 사람의 피부에 밀착되서 칼날이 수염을 자르는 물품이다. 피부와 닿고 땀에, 각질에, 종종 상처를 입는다면 혈액도 묻을 수 있는 물건이다. 비록 제품 태그가 붙어있다 하더라도 속옷은 일단 계산하고 매장에서 들고 나가면 변심에 따른 교환,환불이 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게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매장에서 구입하는 속옷은 타인의 피부에 닿았던 속옷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면도기의 실링 테이프 훼손 건에서 일단 기분이 한번 상하고 상자를 개봉해보니 덩그러니 놓인 면도기에서 다시 한번 찝찝함이 생겼다. 면도기가 설령 누군가가 면도를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여도 적어도 보호캡을 벗겨서 면도날이나 윤활밴드를 손으로 만져보고 반품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물리적 장치가 없었다.

진열대에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압착된 블리스터 포장은 뜯기 불편하고 어려움으로 악명높지만 적어도 포장을 뜯은 제품을 다시 제조공정으로 돌려보내 재포장 하는 일은, 이런 종이포장 보다는 수백배 물리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서브스크립션 회사에 반품 의사를 메일과 전화로 이야기했을 때 반품 제품을 재 포장해서 나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고객입장에서는 알 수 있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따져보니 가격면에서도 그닥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 도루코 6중날에 한번 감동받은 적이 있어서 찾아보니 요즘은 7중날이 나오고 있었다. 보통 가격이 면도날 4개당 11,000원대. 그런데 프로모션으로 면도기 + 면도날 4개가 9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이 가격이면 서브스크립션 제품의 장점이 없는 가격이다. 독일산 면도날이라고 광고했지만 독일산 면도날이 얼마나 좋은지 그 기술력과 제품의 품질에 대한 데이터는 찾기 어려웠다. 독일에서 생산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절삭력과 내구성 등의 품질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아무튼 국내생산 도루코 면도기와 면도날4개를 9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고 상품권 캐쉬 전환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8200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배송받은 제품은 모든 시판 면도기가 그러하듯 밀봉 포장이었다.

아참 또 한가지, 서브스크립션 제품은 서브스크립션이 말하듯 정기배송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으나 아마 매월 마지막주 무슨 요일이든, 2달마다 며칠째든 배송일을 정하면 자동배송이 오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그 시점에서 내가 배송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누가 대신 받아줘야하는지, 어디에 맡겨달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회의나 외근이 잡혀서 택배 배송사원의 전화를 기다렸다가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현재 시점에는 알 수가 없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다음날 배송되는 택배 특성상 내가 원하는 날짜에, 내가 배송받기 편한 날짜에 주문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기배송이 편리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배송받기 좋은 날 하루 전날 주문하는 것이 편한 사람도 있다.

민감한 제품 특성상 포장의 무결성, 가격 비교, 구매방식 등을 종합해보니 굳이 서브스크립션 면도기를 구매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포장이 개선되고, 면도날이 정말 뛰어난 품질인지 데이터가 나오고, 가격면에서도 강점이 있다면 그땐 고려해볼만 하다. 예를 들어 도루코7중날보다 절삭력이 뛰어나고 피부보호효과도 더 낫고 내구성도 뛰어난데 가격은 80% 수준이에요. 포장은 완전 자동화로 진행되어 밀봉 포장 후 배송됩니다. 라면 당연히 구매에 마음이 끌릴 것이다.

매일 쓰는 후후앱, 매일 느끼는 난해함

스팸차단 앱인 후후. 하루에 한번씩 실행해서 DB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 귀찮긴 하지만 아이폰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앱 메인 메뉴(GNB, Global Navigation Bar)에 번호ID라는 메뉴가 있다. 스팸번호DB를 업데이트하고 현재 많이 신고되고 있는 번호를 차단할 수 있는 메뉴인데, 왜 이걸 “번호ID”라고 이름 지어졌는지 이해 불가.

내 아이디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이디도 아니고 그냥 번호들의 목록을 볼 수 있는건데 여기에 ID라고 붙여놓으니 정체가 모호해졌다. 메뉴명은 그 메뉴의 역할과 기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후후앱에서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 번호ID를 누르면 뭐가 나오고 뭐를 할 수 있다고 추정하는지 한번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

이상한 레이블링은 또 있다. 번호를 일괄 차단하고 나면 “스팸지수 10건이 차단되었습니다.”라고 나온다.

“스팸지수”라는건 또 뭔가. 대개 지수라 함은 변동폭을 알 수 있도록 일정량의 값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인데 개별 번호 10개를 차단한걸 스팸지수10개를 차단했다고 하는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만든 레이블이 이젠 고착화 되었고, 자신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용어가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들,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사용하는 고객들은 이상한 용어를 보며 보편적인 사전풀이와 다르게 쓰이고 있는 기능에 익숙해지려 애쓰고 있다.

UI 난해한 키오스크

역근처 조그마한 커피숍엔 커피내리는 직원 한명이나 두명이 있고 주문과 결제는 키오스크 2대로 처리하고 있다. 몇번 주문하면서 보니 매끄럽게 주문하기가 참 어려운 UI였다. 왜 이게 안눌리지? 하면 그 앞에 선택해야할 항목 예를 들면 뜨거운 커피, 아이스커피, 큰컵, 작은컵 등을 고르지 않았던 것. 그런데 내가 그 옵션을 골라야하는 화면이 명확하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 않았다. 몇번 해보니 이젠 알겠지만 처음 하는 사람이나 특히 어르신들인 경우에는 아주 곤욕을 치루고 계셨는데. 그럴땐 대부분 직원이 나와서 주문내용을 전해듣고 대신 키오스크를 조작해서 주문,결제 처리한 다음 다시 커피머신 앞으로 가서 커피를 빼주는 장면도 여러번 목격.

고객의 불편함이 많았던지 부연설명하는 쪽지가 하나 둘 씩 붙기 시작했다. 키오스크의 화면 외에도 고객이 읽어야할 지시문이 상당히 많아졌다.

불편한 키오스크 1

메뉴 먼저 눌러주세요.
제발, 절대 계산부터 아님. 카드나 현금부터 넣지 마세요.
마지막에 수량확인 꼭 확인. 음료 주문후엔 취소 불가능함.
제발 영수증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 기계 고장나요.
영수증 나오는 곳. 영수증을 잡아 빼지 마세요. Do not pull on recipe.
영수증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
지폐 넣은 곳! (ONLY CASH)카드 넣지 마세요. No CARD
동전이랑 오만원권은 투입안돼요!
거스름돈 나오는 곳
SAMSUNG PAY
IC 카드 투입구

분산된 지시사항으로는 근본적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없었고 오히려 더 헷갈리고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며칠전부터는 큼지막한 종이에 전체 프로세스를 붙여놓았다.

이게 참 뭐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걸 읽고 또 그에 맞는 화면의 문구와 버튼을 찾아서 누르고 또 종이에 써진 다음 단계를 읽고 화면 보고 이렇게 하라는 건데, 이렇게 해서는 기존 키오스크 이용을 어려워했던 사람들 중 10%에게나 도움이 될려나?

웹이나 앱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고 UI와 UX를 개선하는 것보다 이런 키오스크에서의 UI를 편리하게 고치는 일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것이다. 카드 넣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그에 맞게 부품이 조립되어 있다. 카드 투입구를 옆으로 1cm도 옮길 수 없다. 진행과정상 카드를 넣어야할때 카드투입구 테두리에 초록색 LED가 반짝반짝하게 할 수도 없다. 영수증을 잡아당기면 기계가 고장난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기계 밖으로 스르르 밀려나오는 영수증을 손으로 잡는것에 익숙하며 살짝이든 팽팽하게든 영수증을 끌어당기는 행동을 할 것이다. 영수증이 나오는 공간을 파 넣고 영수증이 다 나오면 플라스틱 투명창 안으로 툭 떨어지게 해서 뚜껑을 들어올리고 영수증을 꺼내게 하지 않는한 말이다.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주문할 때 A카페의 키오스크에서는 90%의 고객이 30초만에 주문을 완료했는데 B카페의 키오스크에서는 80%의 고객이 1분30초 이상 걸렸다거나, 점원에게 도움요청하는 비율이 얼마였다거나, 이 단계에서 이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진행되지 않는 저 버튼을 계속 누르는 행동이 관찰되었다거나 하는등의 분석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저기..말고 그 옆집 가자. 저 카페는 기계로 주문받는데.. 아휴 주문하기 너무 어렵고 뒷통수 따가워서 불편해” 하는 고객만 늘어날 것이다.

점주는 프랜차이즈 정책상 무인결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시스템이 사람은 하나 줄이지만 고객의 편의성, 편안함, 신속한 주문은 어느 정도까지 대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신// 신용카드 넣는 곳은 “IC 카드 투입구”라고 되어 있는데 신용카드가 요즘 다 IC카드가 된 것은 맞지만 그걸 고객한테 “IC카드 투입해주세요”라고 하거나 일반 상점에서도 “IC카드 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멤버쉽카드도 IC일 수 있고 충전식 카드가 있다면 그 또한 IC칩이 박혀 있을 수 있다. IC카드 투입구보다 신용/체크카드 투입구 라고 표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인다.

고양이의 참을성

이제 세번째 생일을 채운 야옹이 녀석은 고양이답지 않은(?) 참을성의 소유자 아니 소유묘다.

눈꼽떼기, 발톱깎기, 귀 청소하기,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며 털 빗기, (여름철) 목욕하기, 아내가 껴안으면 가만히 있기 등… 눈꼽떼기랑 귀청소는 참는다기보다는 즐기는 듯 하고.

무엇보다 참을성이 빛나는 경우는 음식에 대한 경우다. 사람 음식 중에서 치즈와 식빵을 특히 좋아하여 치즈 비닐 포장을 벗길때나 식빵봉투의 빵끈을 푸는 소리가 나면 용케 알아듣고 달려온다. 그리곤 식탁의자에 앉은 내 무릎 위로 뛰어올라온다. 이후 식탐에 광분할 법도 한데 이 상태에서 무릎에 다소곳이 앉는다. 한두조각을 떼어서 손바닥에 올리고 입앞에 대주면 신나게 먹고나서는 또 가만히 앉아있다. 사람 먹을 때 달려들거나 식탁에 뛰어오를 법도 하나 잘 참는 편이다. 아주 가끔 앞발로 휘적휘적 치즈나 빵에 헛주먹질을 해보긴 한다.

기다리고 있으면 한두조각을 얻어먹을 수 있고 식탁에 뛰어올라 음식에 코나 주둥이를 대면 못 얻어먹는다는걸 깨닫고 있는 것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