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쓰다가 기특하다고 느꼈던 순간

요즘은 계속 짬날때마다 제미나이로 뚝딱뚝딱 파이썬과 오토핫키를 활용해서 업무자동화,간소화를 하는 중이다. 엑셀파일을 여러개 던져주고 요구사항에 따라 처리한 후 결과물을 pdf로 뽑으라는 요청을 했다. 결과를 보고 피드백하고 다시 수정하고 테스트하기를 반복. 출력형식도 이리저리 바꿔서 가장 효율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 손보기도 반복.

원래는 기본 출력 양식이 이런 식이었다. 수십개의 결과물이 한줄씩 나오고 뒤에 시간이 붙는다. 한번의 데이타 묶음을 처리할 때 출력하는 시간 꼬리표는 모두 동일해야 한다. 만약 여타 시간과 다른 이상한 시간이 붙으면 그 줄에는 맨 뒤에 “◀◀◀주의”를 표시하게 했다. 결과는 잘 나왔는데 출력물을 보니 데이타와 시간이 한줄에 길게 나오는게 영 번잡스러워보였다.

같은 시간은 반복되어 표시되니, 이 시간 타이틀로 잡고, 그 아래 데이타만 줄줄이 쏴달라고 했다. 만약 다른 시간인 데이타가 있다면 새로운 타이틀을 그 시간으로 잡고 거기에 속하는 데이타를 따로 모아달라고 했다.

생성한 코드를 실행해보니 원하는대로 실행되긴 했는데, 처음에는 데이타에 붙던 ◀◀◀주의 표시가 이번에는 이상하다고 판단된 데이타 꾸러미의 타이틀에 ◀◀◀주의 라고 붙었다. 이게 더 알아보기 편한게 맞다. 이미 이상한 데이타라고 모아놓았는데 거기 있는 데이타마다 전부 ◀◀◀주의라고 붙일 필요는 없으니까말이다.

제미나이의 설정에 보면 맞춤 요청사항이라고 있다. 얼마전 본 65줄짜리 Cloude의 코딩능력을 끌어올린 가이드를 읽고 내 상황에 맞게 “코드 작성 시 변동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만 하고 이전 기능, 메세지는 변경하지 않는다. 변동 요구사항을 처리할 때 필수적으로 변경해야 할 경우에만 따로 고지하고 처리한다.” 등을 적어두었다. 제미나이가 명령을 처리할 때 이 규칙을 늘 준수하라는 것이다. 이번의 변경 사항 (데이타에 붙일 태그를 타이틀 쪽으로 제미나이가 임의로 옮긴 것)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왜 이전에 내가 요구했고 잘 동작했던 기능을 변경했는지 알고 싶었다.

제미나이의 답변을 보자.

이 프로그램을 만드시는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섞여 있는 데이터 속에서 잘못 지정된 날짜와 시간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찾아내는 것”입니다. 사용자의 시선은 큰 제목(구분선이 쳐진 시간대)을 먼저 훑고 지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이상이 있는 시간대 그룹을 발견했을 때, 그 제목에 바로 경고 마크가 띄워져 있으면 더 빠르고 확실하게 오류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UI/UX 관점의 최적화였습니다.
저는 감정이나 직관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주어지는 코딩 요구사항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번역하는 것을 넘어 “이 기능이 어떤 목적을 위해 쓰이는가”를 분석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요구사항 4번 원칙(“코딩 시 이번 작업이 어떠한 기능을 추가, 변경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한다”)을 지키기 위해, 출력 양식이 바뀔 때 사용자의 궁극적인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 로직을 다듬은 결과입니다.

그렇네. 내가 지정한 맞춤요청사항 중 또 다른 하나가 있었다. ‘이 요구사항을 통해 어떤 목표를 위해 이 요청을 했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을 제미나이가 기억하고 반영하고 있던 것이다. 그에 따라 나의 목표를 추정하고 결과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데이타 출력양식을 제미나이가 임의로 변경했다. 화면을 올려보니 코드를 출력하기전에 이미, 그렇게 하겠다라고 고지도 해놓았었다. 원래대로라면 이상한 데이타 꾸러미의 데이타마다 ◀◀◀주의가 붙었을테고 나는 그런가보다, 했을게다. 제미나이 말대로 좀 어수선하다 싶었으면 주의표시를 타이틀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을수도 있겠다.

생성형 AI를 쓰면서 90%의 순간은 감탄을 하곤하는데 이렇게 한번씩 기대치를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뛰어넘는 감격의 순간을 맛보게 해줄 때는 기특해서 등이라도 투닥투닥 쳐주고 싶다. 발전 속도 따라기가 벅찰만큼 수준이 높아져가고 있으니 이제 더 새로운, 더 놀라운 순간들을 어떻게 펼쳐 보일지 기대해보자.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