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기로 2층에서 탈출해보기

아내네 회사가 사세확장(…)으로 현재 회사 옆에 건물을 새로 올리고 있다. 아내가 종종 공사 진척상황 등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는데, 새 연구실에 완강기가 설치된다고 한다. 완강기라 함은 화재시 계단 탈출이 불가능할 때 창문 근처에서부터 매달려 내려가는 그거. 라고만 알고 있었다. 사용할 일이 없는게 가장 좋지만, 만약에 여차저차한 일이 생겼을 때 준비된 피난용구 사용법을 몰라서 안좋은 상황을 겪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용법을 배워봤으면 좋겠는데 이걸 평상시에 해볼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글로 보고 동영상으로 배워보면 충분할까? 싶었지만 재난 시 급격하게 찾아오는 공황 상황에서 제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거 같았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다. 마을 어느 집에 불이 났는데 그 집 아낙네가 불이 번지는 집안에 뛰어들어가서 간난아이라고 끌어안고 나온게 다듬이 돌이었다고 한다. 아드레날린이 대폭발하는 경황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력을 유지하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연기와 화염이 번져오는 와중에, 언젠가 봤던 영상 속 완강기 사용법을 기억의 저편에서 꺼내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듯 싶었다. ‘한번 직접 타봤으면 좋겠는데…’ 어디서 실습을 해 볼 수 있을까…하다 찾은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 일찌감치 예약을 해 놓고 며칠전 다녀왔다.

완강기는 몸을 끼워 잡아주는 가슴벨트가 한쪽만 있는 간이 완강기가 있고, 밧줄의 양쪽에 벨트가 각각 있어서 한명이 내려가면 반대쪽 벨트가 위로 올라가서 연속으로 탈출이 가능한 일반 완강기가 있다. 간이는 한번 사용해서 내려가면 끝이다. 화재시 한명이 타고 내려갔으면 다음 사람은 다른 완강기를 찾아야 한다. 글쎄, 화재현장에서 다른 완강기를 찾아낼 수 있는 시간적인, 또 정신적인 여유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실습과정은 이러하다. 체험관 2층 실내에 설치된 철제 구조물에 완강기를 고정하고 본체를 밖으로 던지는 것 까지는 강사님의 시범을 보고 배운다. 내려가는 것부터 실제 체험이다. 교관의 지시와 도움을 받아 가슴고리를 몸에 끼우고 난간에서 뒤로 돌아 선다. 등 뒤는 2층 허공이다. 난간 끝에 설치된 철제 봉을 잡는다. 몸의 자세를 낮추어 쪼그려 앉는다. 손은 봉의 아래쪽으로 옮겨 잡는다. 난간 밖에 사다리처럼 2칸 발 디딜 칸이 더 마련되어 있었으나 실제 화재 현장에는 맨 벽일 수 있으니 바로 창틀에서 내려간다 생각해야겠다.

자세를 최대한 낮추는 이유는 추정컨데 만약 선 채로 뛰어내리면 창틀이나 난간 턱에 얼굴을 부딪힐 위험이 있어 보였다. 준비가 되면, 한발을 먼저 허공으로 내어 놓고 나머지 발도 차례대로 내놓으면 그때부터 감속기의 저항에 의해 서서히 자동 하강이 시작된다. 이때 양팔은 가볍게 내리고 팔꿈치는 위로 들어 양팔을 W모양으로 해야한다. 만약 만세 자세로 윗쪽 밧줄을 잡으면 벨트가 몸에서 빠져나가 추락할 수 있다. 이 자세로 내려가면서 에어컨 실외기 등의 장애물을 만나면 가볍게 손으로 벽을 밀어준다.

나는 겨드랑이에 끼운 가슴벨트를 바짝 위로 당겨 착용하지 않아서인지 윗쪽 옆구리가 아팠다. 물론 무게가 무거워서였을 수도 있겠다. (…) 아내는 정석으로 잘 착용하고 내려가서 하나도 안 아팠다고 한다. 원래는 지상에 도착한 이가 가슴벨트에서 빠져나와 로프를 더 당겨주어 다음 사람이 탈출할 수 있도록 반대편 가슴벨트가 끝까지 올라가게 해 주어야 한다. 실습장에서는 다른 조교 선생님이 대신 당겨주셨다.

완강기 사용법 외에 소화기도 실제로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움켜쥐어 약제(체험관에서는 물이 발사됨)를 뿜어내보는 실습, 지진으로 흔들리는 세트장에서 방석으로 머리를 감싼 채 가구 아래로 몸을 숨기는 실습,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공간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몸이 사람 사이에 끼었을 때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도 체험해 보았다. 강사님 설명 중, 화재현장을 보면 완강기도 있는데 그냥 뛰어내려 추락한 분들도 있고, 소화기도 발화점까지는 가져왔는데 손잡이를 꽉 잡은 채 안전핀을 당겨 결국 안전핀이 안빠진채 내팽개쳐진 소화기도 여럿 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100% 대비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게 있겠나. 그저 이런걸 한번 배워봄으로써 안전할 확률,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 높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유익한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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