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이 하나 있다. 중학교 때 영화 단체관람을 간 적이 있었다. 영화는 로맨싱 더 스톤. 원체 오래전 일이라 영화 내용 기억은 하나도 안나는데, 당시 일어났던 사건은 몇십년째 기억에 남아있다. 남주가 여주를 양팔로 들쳐 안고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있고 곧이어 로맨틱한 장면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뭐 중학생 관람이 가능하니 보러 갔을테고 대단한 장면이 나올까 싶었지만 당시 시대 환경에서 충분히 숨죽이고 침을 꼴깍 삼킬만했다. 갑자기 관객석에서 한 녀석이 “야! 뭐뭐 해버려!!” 라고 음담패설같은 고함을 질렀고 인솔 교사 한명이 벌떡 일어나며 누구얏!! 하고 소리를 질렀다. 교사는 영화 상영을 중단시켰고 그 녀석을 찾아내 무대 앞에서 귓방맹이를 몇대 후려쳤던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영화 관람은 중단되어 버렸고 그 뒷장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수십년째 미궁이었다. ㅎㅎ
언제 한번 영화를 마저 봐야지…생각만 하고 있다가 지난주에 문득 OTT에 올라와있는 것을 발견. 2~3일에 걸쳐 짬짬이 40여년만에 정주행. 언차티드가 생각나는 영화 속 배경이며 액션 장면이 인상적인 재미있는 영화. 그나저나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 계단을 올라가던 씬은 비슷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대체 나는 어디서 그 영화 장면과 그 날의 사건을 연관시켜서 그 장면을 몇십년째 미완의 숙제처럼 기억하고 있던 것일까? 아마 세월이 흘러가며 기억이 가물가물지고 몇년이든 몇십년이든 지난 후, 어디선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잠재의식이?) 차용해 와 순식간에 대체시킨 후 계속 상기하면서 점점 굳게 믿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