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라 드리프트

By | 2005-12-26

온라인 캐쥬얼 레이싱게임인 카트라이더에 “허공의 갈림길”이라는 맵이 있다. 일종의 지름길인데 점프대를 밟고 뛰어 오른 다음 U자 모양으로 생긴 허공의 도로를 돌아나가면 점프하지 않은 경우보다 승패를 좌우할만큼 빠르게 코스를 돌 수가 있다. 문제는 이 허공의 도로가 폭이 그다지 넓지가 않고 난간이 없는 U자형 도로이기 때문에 삐끗하다가는 아래쪽 도로로 추락해서 지름길은 커녕 떨어지면서 뒤집한 차를 수습한 다음 먼 길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카트라이더에는 shift키와 방향키를 눌러 차를 일부러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가 있어 급한 코너를 지날 때 감속해서 통과하는 것 보다 빠르게 코너를 통과할 수 있다. 단, 미끄러지는 동안 차체를 제어하기 힘든데다가 잠시라도 키조작하는 시점을 놓치면 차체가 미끄러지다 멈춰야할때 멈추지 않고 계속 미끄러지기도 한다.
이 허공의 지름길을 통과하는데도 드리프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데 나름대로 카트를 한다고 하는데도 유독 이 맵에서는 드리프트를 쓰지않고–수줍게– 감속해서 U자 도로를 통과한다. 아마 이 맵이 처음 생기고나서 몇번 드리프트 하다가 아래로 처박힌 경험 때문인듯 싶다. 또 시도해봐야 나는 또 떨어질거야라는 불안감에 비록 속도는 조금 떨어지고 레벨에 비해 쪽팔리더라도 위험하지 않게 감속해서 지나가자 –전문용어로 “안전빵”이라고 한다.–는 가치관(-_-)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엊그제 완전초보를 뜻하는 노란장갑 5개손가락에 연습카트를 타고 있는 사람과 1:1로 이 맵에서 붙게 된 김에, 에라 모르겠다. 떨어져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만해 보이는 상대니까 한번 연습이나 해보자, 하고 2층 U턴 도로위로 점프해서 올라가자 마자 “깨에에엑~~ ” 드리프트를 시도했는데 웬걸! 아주 깔끔하게 성공해버린 것이다. 이후로는 최대8명으로 꽉 찬 게임에서도 드리프트 척척 해내고 있다. 게다가 드리프트 하는 와중에 화면저장(F4키)까지 누르는 여유까지.
카트라이더 허공의 갈림길 스크린샷
정말 부족한 것은 드리프트 기술이 아니라 “배째라 마인드”였던 것이다. -.-v

11 thoughts on “배째라 드리프트

  1. 토끼군

    저는 카트를 못 합니다만 제 동생은 카트로 별 짓을 다 하더군요. 영 안 되겠다 싶으면 물귀신 작전… -_-; (저 코스는 잘만 돕니다)

  2. bookworm

    8 명이 참가한 경기에서는 드리프트 중 충돌 때문에 더욱 힘들더군요.

  3. 아크몬드

    전 위의 맵에서는 일부러(?) 처음 시작에는 약간 뒤에서 달린답니다..ㅎㅎ 충돌을 피하는 게 상책이니(떨어지면 그 속도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더군요)

  4. 김중태

    hof님은 뚜껑 딴 코카콜라캔을 왜 달고 다닐까?
    1. 콜라 흘려서 뒤에 오는 카트 미끄러지라고.(오호 이런 뛰어난 전략을 생각해냈단 말씀?)
    2. 여성 레이서에게 콜라먹은 것 자랑하려고
    3. 힐에 쓰레기통이 없어서(카드 경주장에서 쓰레기통 본 적 없음)
    4. 떼는 방법을 몰라서(차고가 어딨는지도 모름)
    5. 미사일 공격에 차체 대신 캔으로 몸빵이 될까 싶어서(그럴듯 한 이유)
    6. 아무 생각이 없어서. (요즘 유행하는 뇌구조 그림이 필요해)
    정답은…. 2번일 것 같음.

  5. hof Post author

    신현석// 급커브에서만 그래요. 보통은 그립주행이 빠르구요.
    토끼군// 물귀신 작전이 뭐죠? 단거리 자석땡겨서 부등켜안고 자빠뜨리기? ;
    bookworm // 아래 아크몬드님처럼 약간 늦게 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크몬드// 그렇죠. 로켓을 먹고난 다음에는 훌륭하게 뛰어 올라간 풍선 단 앞차에게 쏴서 핑그르 돌아서 떨어뜨리는 그 맛!!!
    김중태 // -_-;

  6. 이안애비

    동일 경험 보유하고 있습니다.
    첨엔 엄청 꼬라박아서 아예 올라가지도 않았었다는… 헐헐…
    근데 왠걸 몇번 더 들이받았드만, 아주 깔끔하게 드립되더군요.
    역시 가지 않은 길은 가봐야 어떤길인지 알 수 있지요. 좀 헤메더라도…

  7. 토토

    ㅎㅎ 멋지네요 저도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일에 대한 생각때문에 머릿속에 좀 복잡했는데
    먼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날 것 같은 기분입니다~ ㅎㅎ

  8. 김중태

    으잉? -_-; 는 부정의 뜻인가요? 그럼 설마 1번?
    (요즘 딸 때문에 저도 카트라이더를 하게 되었는데, 저 “허공의 갈림길”에서 승률은 연습용 차로도 70%는 되는 듯. 초보자들하고만 해서 그런가? 세 번 연속 안 떨어지고 커브 돌면 거의 1등은…ㅎㅎ)

  9. kukie

    햐.. 제가 젤 힘들어 하는 그 맵이네요!!
    그 점프하는 곳 너무 힘들어요..
    저에게도 배째라 정신이 필요했던 걸까요? ㅎㅎ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