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앱 충전기 앱 사용할 때마다 거슬리는 것 두가지.
현재 충전중인 상태를 보여주는 창에서 충전량 숫자가 점멸하는 것.

이게 “충전중입니다.” 글씨만 점멸하거나 아니면 옆에 진행바가 흘러가거나, 전기를 의미하는 아이콘이 점멸하거나, 전선을 따라 밝은 색이 이동하거나.. 보기좋고 명확한 인터페이스가 많을텐데 왜 데이터를 점멸시키는지 모르겠다. 화면에 데이터를 표시하는 목적은 값을 읽으라는 뜻이다. 이걸 점멸시키면 값을 읽을 수 있다가, 읽을 수 없다가를 반복하는 것이다.
게다가 점멸하는 인터페이스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신호등이 점멸하면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하라는 의미이다. 고장났을 때도 점멸한다. 긴급자동차의 경광등도 점멸한다. 차량의 비상등도 마찬가지다. 조명기구도 고장나기 전에 부들부들 빛이 떨린다.
고객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개선해주길 희망한다.
또 한가지 불편(?)한 점은 충전소를 찾아갈 때 해당 충전소까지 갔을 때 소모되는 내 차의 배터리량을 추정해주는 화면이 있다.

충전소까지 22.73km 이고 현재 위치에서 저곳까지 갔을 때 내 차가 “아이오닉5 등 승용 전기차 배터리 용량 및 전비기준”으로 5.41%에서 7.84%까지 소모될 수 있단다. 국내 판매중인 전기 승용차의 전비는 kWh당 3km대부터 6km대까지 다양하다. 배터리 용량도 50kWh대를 달고 있는 차부터 100kWh가 넘는 배터리를 달고 있는 차까지 있다. 겨울에는 배터리 효율도 떨어지고 난방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진다. 고속으로 주행해도 배터리 소모가 많다. 겨울철과 고속주행에서의 배터리 소모가 어찌나 많던지 오죽하면 배터리가 살살 녹는다는 표현까지 나왔을까. 차량 운행거리가 늘어 배터리가 열화되면 또 전체 주행가능 거리는 줄어든다.
이렇게 차량마다 장착하고 있는 배터리 용량이 다르고 전비가 다르고 배터리 상태, 운행 환경이 다르다보니 배터리 소모 예측값이 45%나 차이나도록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즉 고객한테 무슨 가치를 주려고 이 수치를 표시하는 것인가? 잔여 배터리량을 가늠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너무 값의 범위가 크지 않은가? 또 그 느슨한 범위에 비해 소숫점 두자리 퍼센테이지 그러니까 1만분의 1까지 배터리양을 추정하는 것은 헛된 디테일이 아닌가.
이 예상 퍼센테이지의 오차를 줄이려면 차라리 내 차량 정보를 선택하게 하면 어떨까? 한번 입력하면 수년간 바뀌지 않을 것이고 각 차량에 해당하는 배터리 용량이 얼마인지는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테니 말이다. 기능을 만든다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고객한테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은 자신들이 구현하는 기능이, 화면이, 메세지가, UI가 고객의 삶에 도움이 될거라고 추정만 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주길 바란다.
추신: “아이오닉5 등 승용전기차”라고 하면 해당 차종이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 저 문구가 어떻겠는가? 그냥 “승용 전기차”라고 하는 것보다 더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고 생각하는건지 궁금하다. 이건 마치 U+볼트업 직원이 누군가에게 명함을 건넸을 때 “안녕하세요. 아! GS차지비같은 전기차 충전회사 다니시는군요” 라는 인사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