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김치가 맛있던 그 호프집.

영등포역앞에 지금도 있는, 무지 크지만 얇은 건물이 하나 있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쪽으로 가다보면 서울교 올라가기 전 한전 가기 전에 있는 건물이다.

사진은 다음지도의 로드뷰 캡춰. [바로가기] (아, 로드뷰로 살펴보니 지금 6층에는 헬스클럽이 들어와있나보다.)
지금도 있나 모르겠는데 여기 6층에 전층을 다 쓰는 마로니에 호프라고 있었다. 대학로하고는 상관없는 동네지만 아무튼 젊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 아닌가.
가본지가 벌써 15년은 훌쩍 넘은 듯한데 기억을 되살려보면 건물 모양이 저렇다보니 업장이 매우 길쭉해서, 일하는 분께 화장실 어디냐고 물으면 손님 옆에 바짝 붙어서 시선 방향을 맞춘 다음 팔을 주욱 뻗으면서 “저~~~어기까지 가신 다음에 왼쪽으로 한번 꺾으셔서 쭈욱~~ 가셔서 왼쪽이에요.” 뭐 이런식으로 설명을 했다. 호프집이야 어둑어둑한데다가 좌석도 많고 칸막이도 많고 중간중간 화분이니, 냉장고니 번잡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으니 설명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화장실을 설명하고 설명듣던 그런 곳이었다.ㅎ
이 집 메뉴중에 기억나는게 부추김치인데, 부추김치를 안주로 먹어본게 이 집이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 몇번 부추김치를 안주로 내오는 집에 가봤어도 이 집만큼 맛있게 부추김치를 내오는 집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그때 2천원이었을텐데 보통 식당에 가면 나오는 앞접시만한 접시에 소복하니 담아주던 그 짭짤하고 매콤하고 살짝은 달콤한 부추김치는, 오로지 그걸 먹기 위해 맥주와 다른 안주를 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이 호프집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지금은 또 아마 이사가고 없을텐데, 이 건물 바로 뒷편으로 OB맥주 공장이 크게 있었다. 즉 창가에 앉으면 OB맥주 공장을 내려다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은 마치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먹는 것이나 평창에서 한우구이를 먹는것과 비슷한 감흥이 있었다.
[업데이트@2015/2/8]
작년 가을쯤 이 건물은 철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