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기와 끼어들기.

By | 2004-08-05

불필요하지만 하나 덧붙여보자면 당사자인 경우까지 포함해서 상황과 자신의 관계에는 세가지 정도가 있을수 있겠다. “지켜보기”에는 보고 배우기,잊어버리기,소문내기등의 변형을 포함한다. 다른 관점에서도 볼수 있지만 하고자하는 말의 주제에 맞게 구분해본다면 이런 구분이 불가능한것은 아니다.
내가 야마돌았던 이유는, 끼어들기도 아니고 지켜보기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저새끼도 씹새끼네”하고 블로그에서 나를 지칭한 것이다. 가능한 호칭임은 일단 인정해둔다.
내가 누군가를 깐것은 기술이 모든 사람을 행복할수 있게 만들수 있다는 믿음과도 같은 좌파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종교의 살짝 맛이 간 설교에 대해서 좆까지마셈~이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해두자. 그 “맛간 설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것이 실제로 인간의 내면에는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혹시 자본에 의해 “없는 욕구”가 만들어진것일까? 충분히 자본은 그러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없는 욕구가 어느날 있게 되었다치자. 그래서 천만명이 싸이질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1. 없는 욕구였기 때문에. 또는 2. 그 욕구충족을 합리화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라는 의구심으로 바라보는 것은 대체 무엇을 창조하기 위한 준비운동이란 말인가. 또는 행동 자체.
(게다가 이미 그 “욕구”를 실현시켜주기 위해서 이 바닥에 뛰어들지 않았나. )

어제 블로거번개에서 몇명으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명함첩에 꼽아놓고 앞에서부터 훑어보니 보험회사영업사원이 명함부터 재작년 MT갔던 민박집의 명함까지 수두룩하다. 아, 후배소개로 만난 어여쁜 여자분이 준 구부렸다가 손을 튕기면 찰랑찰랑 소리가 나는 고급스러운 얇은 플라스틱 명함까지. 나는 이 명함의 가격이나 재질, 몇도인쇄를 했는지와는 별도로 이 명함을 준 사람의 의도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명함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타인에게 노드를 하나 링크한 이유를 “상업성 체크기”라는 미터기로 재보거나 “친밀감 계측기”라는 미터기로 재본다면 다양한 이퀄라이저의 셋팅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음색이 있음을 안다. 명함이 명함회사의 의도로 탄생하지 않은것처럼 블로그도 네이버나 엠파스의 의도로 탄생하진 않았다. 물론 상업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확대한 것은 자본의 의도지만 그것까지 데이브 위너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좌파에서 블로그서비스를 오픈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블로그가 돈이 될것을 자본이 알았고 블로그가 미디어가 되고 링크가 될것을 개인은 이미 알아차렸는데 왜 좌파는 이제와서 맛간 확성기로 빽빽거리느냐 말은 해야겠다. “변하지 않은 그 ‘집요한 욕망’은 여전히 자신을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고 싶 (B급좌파. p 152)”은 욕구를 그 글에서 발견한다.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역시 자본으로 만들어진 인터넷환경에서, 이용자가 보다 많은 선택권을 가지는 것이 이용자의 욕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모호하다. 모호하지만 애써 이해해보자. 우선, 선택권도 자유에 포함된다. 골라먹는 재미는 돼지바와 브라보콘 이외에 다른 아이스크림을 먹을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글루스에겐 미안한 비유지만 이글루스가 먼저 망할까? 진보넷이 먼저 망할까? 겪어봐야 안다. (둘다 안망하길 바란다 -_-) 이용자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은 “말”이 그러하듯 형식과 내용이 모두 중요하다. 자본이 만든 블로그가 내용을 억압한다면 좌파의 블로그는 형식을 억압한다. 그 억압은 아마추어의 어설픔 또는 치열하지 못했음이 원인이 되어 이용자들에게 끼치는 불편함의 다른 이름이다. 대형포탈이나 일부 블로그업체와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작은 블로그업체들은 두세명이 월급 깔아가면서 서너달동안 삽질해서 블로그서비스들 오픈했다. 좌파는 그들보다 치열했고 절박했나? 그들의 억압은 “검열”이고 우리의 억압은 “우리 자신을 탓하자”는 기묘한 설교를 눈질끈감아주기엔 내가 가식적이지 않아 그렇게 못해주겠다.

日釐님의 두번째글은 고맙다. 그러나 첫번째 글은 나 또한 불편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첫번째글의 내용을 표현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글에 날이 서있었음을 인정하고 日釐님과 NeoScrum님께 사과한다.

PS: 트랙백을 보내지 않으셨기에 나 또한 트랙백을 보내지 않고 본문에 링크를 포함시켰다. 그래도 와서 보시리라는 것을 알기때문에.
PS2: 日釐님의 본문을 클릭해서 왔을때 보여지는 내 불편한 심기의 표현은 삭제하였다. 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타인을 모욕한것은 나의 잘못이다.

2 thoughts on “지켜보기와 끼어들기.

  1. 日釐

    사실 제 쓸데없는 글에 불편하다 말씀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워낙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곳이라..아무생각없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트랙백을 걸지 않은 이유도 그 공간이 개인적인 용도이고 또한 그 공간에서 제가 한 말에 어떤 타당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떄문이었습니다. 모자람이겄지요. 어쨌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2. 日釐

    아까 정신이 맑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읽어 그냥 습관대로 덧글을 작성한지라..다시 읽어보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역시 트랙백을 걸지는 않겠습니다. 지켜보기와 끼어들기의 애매한 위치에서 경솔한 말을 했던 것은 사과드립니다. 사실 여기에는 나름대로 변명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몰래 들르는 일은 고만하겄습니다. 그게 좀더 확실한 방법이 될꺼라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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