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사업이 다루고 있는 전문분야에서 오히려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 중 스팸방지를 해준다는 업체 덕분(?)에 더 많은 스팸을 받게 된 사연은 지금 생각해도 이른바 전설의 레전드였고…
이달초에 어느 인터넷 보안회사 홈페이지 pdf 자료를 다운받을 일이 있었다. 웹,DB,금융 보안쪽 보안을 다루는 그 회사는 pdf다운로드를 위해서 이메일을 요구했고 이에 응한 후 자료를 다운 받았다. 예상은 했지만 서너주 뒤에 그 회사 마케팅 부서로부터 광고성 메일이 왔고 해당 담당자에게 “더 이상 관련업무를 하지 않으니 메일 주소를 삭제해주세요.”라고 회신하였다.
첫 마케팅 메일을 받은게 10시 6분, 이메일 삭제요청 메일 보낸것이 5분뒤인 10시 11분.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담당자로부터 회신이 또 5분뒤 10시 16분에 도착했다. (오!)
안녕하세요
**시큐리티 마케팅 담당자 입니다.
해당 정보는 안전하게 파기 하였습니다.
회신 감사 드립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경험상 광고성 메일 수신거부 의사에 대해 처리 및 회신을 받은 것은 정말 수백번 보내봐야 한두번 받을까말까한 매우 드문 경우다. 으음..
뭐 그렇게 끝났나보다 하고 살아왔는데.. 문제는 어제… 해당 업체에서 또 마케팅 메일이 날아온 것이었다. -_-;; 이건 정말 늘 이런 식이다. 예상 대답도 다 안다. 삭제한 데이타가 동기화가 안되었다거나 프로그램이 오동작했다거나 말이다.
그때 회신 보내왔던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여차저차 설명하니 자신이 당시에 놓친 부분이 있던것 같다며 메일링업체에 다시 요청하면서 참조인에 나를 포함해서 보내겠다고 한다. 어떻게 하나 구경도 할겸 그러시라고 했다.
보안업체 담당자가 메일링 업체에 보낸 메일
안녕하세요 이** 대리님
**시큐리티 이**입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가 필요한 건이 있어서 전달 드립니다. 데이터 내에서 삭제 부탁 드립니다.(하단에 표시)
빠른 시일 내에 부탁 드리고 전체 회신으로 확인 메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오후 시간 되세요^^
그래도 처음에 파기했다는 정보가 대체 뭘 파기했다고 한건지는 이해불가. “파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듯.
메일링 업체에서 날아온 회신.
안녕하세요. 대리님.
이 건은 정**대리와 communication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드림
이뿅뿅 대리라는 분이 이렇게 회신 보내고 끝냈는지 아니면 이 내용을 정뿅뿅대리에게 전달했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태. (다른 얘기지만, 보통 이럴 때는 메일에 “정뿅뿅 대리에게는 제가 메일을 전달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정대리와 상의하시면 됩니다.”라고 하는 편이 좋다.)
이후 메일링 업체의 정** 대리로부터 메일 도착. 전달이 되었나보다. ㅎㅎ 그런데 이 메일이 대박이다.
안녕하세요. ***의 정**입니다.
캠페인 발송 이후에는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로직이 있어서 해당 고객은 삭제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목적이 추후 캠페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싶으신 것이면 해당 고객의 정보에서 수신거부 체크하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직접 처리해 드렸으나 추후에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시면 됩니다.
데이타 삭제는 할 수 없게 되어있단다. ㅎ 그리곤 메일 하단에 내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메일링 리스트 관리 프로그램 내에서 (데이타 삭제가 아닌!) 수신대상에서만 제외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캡춰가 첨부되어 있다. 결국 처음 마케팅 메일을 보내왔던 보안업체 담당자는 내 요청에 따라 개인정보를 폐기했다지만 내게 거짓말을 했거나 또는 정말 메일링 업체에서도 폐기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셈이다.
수신인에 나도 있었으니, 보안 솔루션 업체 담당자도 메일받고 아차! 싶었겠지. 아마 메일링 업체 정**대리라는 양반이랑 전화통화를 하던지 했나보다. 정**대리로부터 다시 메일이 날아온다.
안녕하세요. ***의 정**입니다.
해당 고객이 캠페인 수신거부가 아니라 데이터 삭제를 요청하셨다고 하니 데이터베이스에서 직접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전화 주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메일링 업체에서 정말 지웠는지 안 지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저 메일 또한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짜고하는 연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마치 “오빠, 사진 받아요”하며 날아온 메일 속 exe첨부파일을 열기전에 반드시 메일 보낸 사람에게 첨부파일이 뭔지 물어보고 열어야하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되었군!”이 아니라 “잘 되는것 같군”, “이렇게 하면 보통 된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과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파기한 것이 정말 잘 파기되었는지, 파기되지 않은 사본은 없는지, 해당업체의 파기 업무에 대한 신뢰는 확보되는지, 파기에 대한 로그 파일은 확인이 가능한지 등 말이다.
담당자 입장은 안타깝지만 얼마나 꼴이 우스워졌나,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정말 제대로 동작하는지 아닌지 몰랐다는 것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까발려지다니 말이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