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본불량 책을 교환하는 이유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간혹 배송받은 책이 제본 불량인 경우가 있다.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지만 큰 종이에 인쇄된 후 잘못 접힌 다음 제본되어 책으로 만들어져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보이는데 끄트머리에 여러겹 페이지가 접힌 경우가 가장 흔한 것 같다. 그 외 배송중 포장재가 파손되어 찍히거나 내부에서 흔들리면서 구겨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상대적으로 페이지가 중복된다거나 없는 페이지를 받는 경우는 별로 없던 것 같다.

[잘못 제본 된 책]

내용을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없고 손재주가 있다면 가위나 칼로 말끔하게 잘라내서 얼추 고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은 교환신청을 해서 새로 받고 있다. 나름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언제나 이 책을 볼때면 저 귀퉁이가 마음에 걸릴 것이다. 마치 새옷을 구입했는데 실밥이 튿어진 채로 와서 늘 눈에 밟히거나, 새 폰을 샀는데 사진첩에 다른 사람이 미리 찍어둔 사진이 두어장 있는 것과 비슷하다.
  2. 책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파본,훼손,오염 등의 불량이 일어나는데에는 인쇄소나 제본업체나 배송업체나 어디서든 이 책을 제작, 유통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업체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원가와 각 단계별 업자들이 취하는 이득을 합친 전체 상품가격을 지불한 최종소비자가 그 모든 책임을 진다. 찢긴 책, 접힌 책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 혼자 지는 것이다. 이 책에 내가 제일 많이 돈을 냈는데 망가진 책은 내가 가져야 하는 것이다. 나 외에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않고 심지어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지속적인 문제의 재발, 그리고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책 불량이라고 반품된게 없는데 무슨 개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단 말인가.
  3.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책도 있지만 실용서 중에는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다. 책을 구입한 온라인 서점에 되팔기를 할 때 이런 책은 값이 후려쳐지거나 매입이 거부될 수 있다. 예전에 내가 자기네 서점에서 구입한 책에 문제가 있었지만 감수하고 읽기로 한 사정 따위는 고려되지 않는다. 내가 구입당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때문에 먼 훗날 또 한번 나를 속쓰리게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상품의 하자에 대한 교환,환불 원칙에 해당하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중고서적을 되팔 때 흠결을 찾아내어 어떻게든 가격등급을 깎는 인터넷 서점의 정책을 생각하면 최초 구입시에 고객도 마찬가지로 행동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