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녀석의 까방권

By | 2020-11-04

야옹이 녀석 데려온지 5년쯤 지났다. 집사와 고양이의 화목함을 측정할 수 있다면 상위 1%쯤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살갑게 지내고 있다. 녀석은 머리와 등 처럼 고양이가 좋아하는 곳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많은 고양이들이 만지기를 거부하는 배, 다리, 발, 꼬리를 만지는 것도 기꺼이 허락해준다. 언제 안더라도 낑낑소리 한번 안내고 안겨주는 녀석은 정말 참을성이 많은 고양이다.

단지 잘 참아줘서 뿐 아니라, 녀석의 기특함이 극에 달하는 경우가 있다. 녀석은 캣타워나 자기 방석위에서 자고 있고 나는 내 방에서 컴을 하는 도중 내가 재채기를 할 때가 있다. 에취! 하고나면 3초쯤 있다가 녀석이 방문 밖에 와서 앉아 나를 쳐다본다. 고개는 5도쯤 옆으로 기울이고 눈는 크게 떴지만 눈꼬리가 살짝 쳐진 표정이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졸졸졸 내 옆으로 와서 앞발을 들어 의자에 올리고는 야옹~ 하며 쳐다본다. “아냐~ 괜찮아 괜찮아”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내려가서 의자밑을 통과한 다음 의자를 빙 돌아서 다시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녀석의 머리 속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 걱정되어 왔을거라 생각하니, 표정도 그렇고 야옹 소리 내는 것도 그렇고 정말 그런 것 같다. 같이 살고 있는 햇수가 길어지면서 서로 신뢰도 쌓이고 같은 식구로서 (고양이가 사람을) 아끼는 마음도 생겨난게 아닌가 싶다. 덩치만 컸지 쥐도 못잡고 몸통의 털도 없는 녀석이 감기까지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서 온거라 생각하는 중이다.

재채기하고나서 방문쪽을 쳐다보면 예외없이 쪼르르 오니, 어찌나 기특하고 고맙던지, 이것만으로 녀석은 나에게 평생 까방권을 획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