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불가항력적으로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남이 와서 때려박는 수도 있고 주의한다고 해도 뜬금없이 터널끝에 나타나는 빙판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살이가 그러하듯 잘못될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전을 하면서 안전을 최상위 가치로 두고, 반드시 지킬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도 상당히 지키고 있는 운전태도는 이렇습니다.
멀리보기, 넓게보기
- 고속도로든 시내도로든 내 차가 위치하고 있는 곳과 가는 방향, 그리고 내 차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차들의 움직임과 각종 도로상황, 신호, 안내표지판 등을 빼놓지 않고 파악하려고 애씁니다.
- 전방주시는 당연한 것이고 좌우 사이드미러와 룸밀러를 짧게씩이라도 자주 확인하여 내 주위 차들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주행중 차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연히 바꾸려고 하는 옆차선 차량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겠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내 차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급박한 상황 예를 들자면 앞차가 급정거 했을 때 내가 (물론 안전거리를 먼저 확보하고 운행해야겠지만 부득이) 급정거를 할 때 급정거를 할 수 있는 거리인가, 급정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옆차선으로 피할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옆차선이 비어있고 뒷쪽에 달려오는 차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무리해서 급정거하기보다 살짝 옆차선으로 피해가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 시내도로에서는 다음 교차로까지의 흐름, 다음다음 신호등까지 보고 있어야 합니다. 횡단보도 근처는 물론 도로 양쪽의 보행자들의 움짐임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 고속도로에서는 흐름이 원활할 경우 앞쪽으로 1km 이상 차량과 도로의 상황을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차로 가까워지는 차들을 파악하여 그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합니다.
- 짧게는 앞쪽 200미터 이상의 도로 상황을 파악합니다. 장애물 떨어진 것은 없는지, 도로가 파인 곳은 없는지, 동물 사체는 없는 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앞쪽 차량을 바짝 따라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앞쪽에 차량이 있을 경우에는 추월도 목적이겠지만 그보다는 시야확보를 위해 차선을 이동합니다.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이것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 무조건 지켜야하는 원칙이자 종교입니다.
- 횡단보도 정지선를 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이건 버릇입니다. 천천히 와서 여유있게 설 수 있는데도 정지선을 넘고 심지어 횡단보도에 차체를 얹어놓는 차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평소에 정해진 위치에 서 버릇하지 않으면 정말 서야먄 할 때, 정지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건너거나 보행신호가 끝났는데도 늦게 건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역시 당연히, 무조건, 결사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도로에 사람이 있다, 이러면 이건 빨간신호고 철길건널목에 있는 차단막대와 같습니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에게 내가 차로써 이들을 협박하거나 무단횡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 부러 위험한 상황을 연출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보행자가 아이쿠 위험하구나! 하고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만에 하나 위험한 겁주기가 실패하거나, 아니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보행자는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내 의도도 잘못된 것이지만 더 안좋은 것은 내 차의 움직임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뒷차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 가도 되는구나. 앞차를 보니 진행해도 되는 상황이구나’ 라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이러다보면 보행자는 도로에서 차들 사이에 갖히게 되는 것이고 오가는 차들 사이에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야간이라면 보행자를 사지로 내 모는 일입니다. 보행자가 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움직이는 차체에 부딪히는 순간에는 저지른 잘못에 비해 표현할 수 없을만큼 참혹한 댓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해야하며 보행자가 법을 위반했다하여 사적인 형벌(私刑)을 가해서는 안됩니다.
차는 보행자를 보호하고 보행자의 권리와 위험요소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달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표시, 신호보내기
혼자 가드레일을 들이박는 등 단독 사고도 있긴 합니다만 사고는 대개 차와 차, 차와 사람 어쨌건 둘 이상 대상간의 접촉이거나 충돌입니다. 또 이 대상들은 사람 그 자체이거나 사람이 타고 운전하고 있기에 결국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과 사람(이 타고 있는 차) 사이의 거리가 0이 되면 사고가 나는 것인데요. 서로간의 거리가 위험한 수준까지 좁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중에는 가까이 오지 말라는 의사표시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왼쪽으로 끼어들기 할 때 운전석쪽 창문 내리고 손을 들거나 사이드 미러로 보이도록 가벼운 목례를 합니다. 운전해보면 다들 느끼실 것 같은데 왼쪽 깜빡이를 켜면 왼쪽 차선의 차가 가속을 합니다. 우측도 마찬가지죠. 저 멀리 뒤에 잘 오던차가 갑자기 가속을 해서 거리를 좁혀옵니다. 마치 내 차의 깜빡이가 좌우측 차선의 차들을 가속시킬 수 있는 리모콘이 된것 같습니다. 이럴 때 운전석 쪽 창문을 내리고 가볍게 손을 들거나 사이드 미러로 보이도록 살짝 목례를 해보셨나요? 옆차의 위협적인 차선변경 방해가 놀라운 수준으로 감소하더군요.
끼어들기는 안전하게 끼어들었든 무리하게 끼어들었든 끼워준 차 (끼어 든 후 내 뒷차)가 확보하고 있던 앞차와의 안전거리 줄어들게 됩니다. 일시적으로나마 위험요소가 증가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등에서 보복운전을 검색하면 대부분이 끼어들기 후에 일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하고 무리없이 끼어드는 것도 중요하고 아울러 끼어든 후에 비상등을 한두번 깜빡이거나 오른손을 들어 뒷유리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인사를 해주는 등 간단한 감사의 제스츄어를 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타인의 배려에 존중과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호의적인 관계를 만드는 중요한 처세이듯 운전에서도 긴장과 갈등을 극적으로 풀어주곤 합니다. - 차에는 다른 차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장치가 달려있습니다. 경음기, 전조등(패싱라이트) 그리고 정지등과 방향지시등입니다. 빨간불 노란불을 동작시켜서 ‘나 지금 속도 줄이고 있어, 나 왼쪽으로 갈거야, 나 오른쪽으로 돌거야’ 하고 주위에 알리는 것이지요. 아울러 비상등 버튼을 눌러 방향지시등을 동시에 점멸하는 것으로 주위 차량들에게 비상,위험,주의 상황을 알릴 수도 있습니다. 전 필요할때면 망설임 없이 비상등을 켜는데요, 주로 이럴때 사용합니다.
- 고속도로 갓길에 비상정차한 차량이 있고 내가 그 옆 (가장 바깥쪽 차선)을 통과할 때 주위 차량들에게 주의하라는 의미로 켭니다. 갓길로 운행하는 차량도 있을 수 있고 정차한 차에서 사람이 내릴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한 차선 안쪽으로 이동하거나 속도를 줄이고 비상등을 켜고 통과합니다.
- 앞쪽에 갑자기 정체가 시작되었거나 사고등으로 인해 앞차가 비상등을 켤 때 나 역시 비상등을 켜서 그 상황을 내 뒷차에게 전달합니다.
- 도로 바닥에 동물 사체, 포트홀, 장애물등이 떨어져 있고 내가 피해가야 하거나 그 위를 통과할 때 비상등을 켜고 진행합니다. 여기 도로표면이 순탄치 않으니 너도 조심해 라는 의미입니다.
사고를 부르는 괴물같은 주문, “어허! 어딜 감히” “얼씨구, 요 자식봐라?”는 잊자.
많은 접촉사고들이 양보하지 않고 타인의 진로를 방해하는데서 일어납니다. 내가 먼저 가려하고, 내 앞으로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늘어선 차량 대열을 지나쳐 앞쪽으로 끼어드는 얄미운 운전자가 자신이 뜻한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하겠다는 정의감에서 나와 내 앞차, 또 상대방의 차량 간격을 매우 좁힙니다. 앞으로 바짝 대고 옆으로 더 들이밀고 이미 모퉁이를 들이민 차를 피해 옆으로 회피해서 다시 앞으로 갖다 대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다가 접촉사고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전 이 경우에 분노하지 않기 위해 두가지 생각을 합니다.
- 먼저, 상대차량이 정말 잔꾀를 부려 앞쪽으로 끼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길을 잘 모르는 곳이었거나 초보운전자나 어르신운전자가 잠깐 착각했거나 등의 실수인 상황일 수 있습니다. 배탈이 나서 속이 매우 불편 (일명 급똥상황)했을 수도 있고 환자를 태우고 갈 수도 있겠지요. 집안에 큰 일이 생겨서 수습하러 가는 길일 수도 있고. 즉 나쁜 의도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실수라든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운전자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차량이라면 굳이 내 앞으로 못끼어들게 바짝 차량사이의 간격을 좁히기보다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내 앞으로 들어오라고 대쉬보드위로 손을 내밀어 흔들어 주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어떤 현상만으로 선과 악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악이 아닌, 악한 의도가 없었다고 보는 쪽이 실수,악화,파국을 방지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방금 내 앞으로 끼어들려고 하는 차의 모습은 5분뒤에 다음 진출로에서, 다음 교차로에서 내 모습일 수 있습니다. 판단근거가 충분하지 않은데 타인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은 내가 신중하지 못하고 사리분별을 경우없이 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 두번째,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위험하게 운전하지 않기 위해 하는 또 다른 생각 하나는 어차피 이 (얄미운) 운전자와 나와의 관계는 5분만 지나면 서로의 인생에서 아무런 상관없는 사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 신경전을 하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몰고 가고 차에 타고 있는 동승객들까지 불안하게 하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그냥 브레이브 한번 살짝 밟고, 양보하고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연인이나 배우자가 동승하고 있다면 옆차선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매너좋게 끼워주고는 ‘형이니까 너 끼워주는거얌마.. ㅋ” 하는 편을,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 입에는 쌍시옷 욕을 달고 차는 앞뒤로 출렁출렁하면서 안끼워주려고 신경전하는 모습보다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 인격과 매너의 밑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은 분은 성질대로 내지르시면 될테고요 ^^)
운전이란 승용차 기준 1~1.5톤의 무게를 가진 쇳덩어리가 시속 60~100킬로미터로 움직이는 일입니다. 이런 물체와 사람이, 이런 물체끼리 충돌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로 운전하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