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초에 집 근처에 보이던 길냥이 한마리에게 오며가며 밥을 챙겨주던 것이 벌써 1년이 되었다. 초기에는 녀석이 자주 출몰하던 동사무소 뒷편에 빈 햇반그릇에 담은 사료를 놓아두고 왔다. 몇시간뒤에 가보고 그릇이 비었으면 가져오고 비지 않았더라도 신선하지 않게 되면 치워오곤 했었다.
그러다가 이 녀석이 늦은 봄부터는 밥먹는 장소를 내 차 아래로 옮겼다. 밥때가 되면 내 차 아래에서 기다리다가 현관문을 나서면 스윽 몸을 늘이며 기어나왔다. 내가 차에 타는걸 봤던지 차에서 나는 내 냄새(?)를 예민하게 맡았는지는 모르겠다. 동사무소 뒷편에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밥먹다말고 도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내 차 아래를 식당으로 쓰기 시작한 후로 밥은 좀 더 편하게 먹게 되었다.
춥지 않을 때는 차 밑으로 밥 밀어넣어주고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다 먹고나서는 곁으로 와서 한참을 엎드려있다가 뒹굴렀다가 마음에 내키면 발 근처와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한시간 이상 놀다가 가곤 했다. 요즘은 추우니까 놀아주지 못하고 사료만 주고 먹는거 확인하고 들어오는데 그래도 사료봉투를 준비하는 동안 다리 사이로 지나가며 한번 툭 치고 야옹거린다.
초겨울까지는 코스트코 건사료와 캔 사료를 먹였고 요즘은 국산사료로 바꿔 먹이고 있다. 얼추 계산해보니 1년동안 건사료만 30kg정도 먹은 듯하다. 캔은 20캔 정도 먹은듯하고.
눈이 오는 날에도 녀석은 와 있는데 가끔 아주 추운날이나 비가 오는 날은 안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런 날은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가끔가다 며칠씩 안보일때면 고양이란 녀석의 무심함이랄까 종족의 특성과 한편으로 길냥이의 삶이란 사실 얼마나 위태로운 나날을 살아가는 것인지를 되새기곤 한다.
녀석은 밥 챙겨주는 큰 동물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나름 친밀하다는 제스츄어를 취해주기도 한다. 밥먹기 전에는 내 신발에 자기 몸을 한번 비비고 야옹거리고 밥 먹은 후에는 기지개를 켠 후 근처에서 이른바 식빵자세로 앉는다.
가끔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녀석을 만나기도 하는데 다른 고양이들처럼 제 갈길을 종종거리며 다니다가 내가 먼저 발견해서 야옹아 하고 부르거나 아니면 자기가 나를 발견하면 다가온다. 어떤 날은 천천히 종종거리면서 오고 어떤 날은 개처럼 뛰어오기도 한다. 그리곤 거리를 두고 같이 걷다가 천천히 걷거나 멈추면 다리 사이를 8자 모양으로 들락날락거린다. 한번은 따라오는 녀석을 옆에 두고 아파트단지를 한바퀴 산책한 적도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몸도 커졌고 겨울이라 체온유지에 영양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요즘은 초기보다 사료의 양을 1.5배정도 늘렸다. 사료는 조그만 주방용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나가서 봉투 입구를 바깥쪽으로 돌돌 말아서 야트막하게 내린 후 차 아래에 넣어준다.
예전엔 밥 다 먹고 아파트 현관까지 따라 들어오면 확 냥줍해서 데려다 키울까 하고 아내하고도 이야기 했었지만 이제는 그저 이렇게 아침저녁 밥 챙겨줄 수 있게 나타나주면 고맙게 생각하기로 했다.
[물에 풀어 준 캔 사료를 다 먹고 앉아서 발 핥는 모습, 옆에 아내가 앉아있다.]
[밥먹고 노는 시간. 누웠다 뒹굴르다 눈이 마주쳤다. ]
추운 겨울을 잘 났겠네요. 길냥이가 쫓아오는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아크몬드// 그러게 말입니다. 말못하는 동물이 그래도 낑낑대고 아는 척 해주니 고맙더라고요. 그럴때마다 이러다가 언제든 못보게 되는 날 올 수도 있다, 고 생각은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