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들어 길냥이 녀석과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 지난 달부터 간식 먹는 틈을 타서 머리를 잠시 쓰다듬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번주부터 녀석은 근처에 있을 때 살짝 몸을 굽히면서 만지면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바로 앉기 시작했다. 이리 저리 만지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고 며칠간 반복하니 이제는 고개나 몸통을 이리 저리 굴리는게 마치 긁어주는 것을 즐기는 듯 하다.
2. 녀석을 안정적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올 봄엔가 눈이 쳐지고 뺨이 잔뜩 부어서 나타났길래 동물약국에서 항생제를 사다 며칠 사료에 섞어 먹인 후 괜찮아진 적이 있었다. 한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손으로는 폰카메라로 가까이 찍어 보았다. 햇살 좋을 때 사진찍어서 찬찬히 살펴보면 눈으로 봤을 때 놓칠 수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공이 흐릿해보이고 눈 안쪽, 흰 막(순막, nictitating membrane)부분이 눈에 띄는데 순막이 눈을 많이 덮게 되면 건강상 안좋은 징조라고 한다. 겸사 겸사 눈건강과 밀접한 타우린을 급여하기 위해 분말 타우린 영양제를 구입하였다.
사진에서 한가지 특이한 점은 사진 오른쪽, 녀석의 왼쪽 눈 아래에 핏방울이 있다. 저녁에 다시 살펴볼때는 말끔하게 없어진 것으로 보아 장미가시나 덤불등에서 찔린게 아닌가 추측한다.
3. 한마리 길냥이에게 오랜 시간 밥을 챙겨주면서 느낀 점은, 이 행동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집 근처에서 길냥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고양이를 좋아하게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려해야하는 점들은 있다. 사람들의 통행이 많고 너무 눈에 띄는 곳에서 사료를 준다거나, 다 먹은 사료그릇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것 (이건 다른 고양이, 떠돌이개뿐 아니라 개미와 파리를 꼬이게 하므로 고양이가 밥을 다 먹고나면 그때그때 치워줘야한다.), 고양이를 큰 소리로 부르는 등의 행위는 자제하는 편이 더 오랫동안 고양이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