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단순한 티맵 안전운전 알고리즘

By | 2019-07-07

티맵 내비게이션 앱에는 안전운전 메뉴를 켜두면 과속,급감속,급가속 여부를 따져서 얼마나 안전운전을 하고 있는지 100점 만점에 점수를 매겨 표시해준다. 이 점수가 높을 경우 일부 자동차보험사에서는 보험료를 5%~10%정도 할인해주고 있기에 해당 보험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안전운전 메뉴를 켜두고 운전을 하곤 한다.
지난달 보험 갱신을 하며 나 역시 해보았는데 시내주행인 경우는 아무리 안전운전 한다하더라도 50점을 넘기 어려웠다. 과속에서는 별 감점요인이 없었는데 급가속과 급감속에서 깎아먹은 점수가 회복되질 않았다. 티맵이 웃기는게 이 급가속과 급감속을 무조건 운전자의 귀책사유로 보고 있고 안전운전을 해치는 나쁜 습관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골목에서 나와 큰길 합류하자마자 고가도로로 올라타야하는 경우 차량흐름에 맞추어 빠르게 가속하는 것을 급가속이라고 간주하여 감점시킨다. 교차로 앞에서 황색신호가 걸려도 그대로 통과하지 않으면 급감속으로 감점당한다. 그리고는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라는 충고를 한다. 교차로 직전 황색신호로 바뀌었고 운전자가 멈출 수 있어서 정지선 앞에 차를 세웠다 하더라도 급감속일 경우 티맵에서는 이것을 안전운전을 해치는 행동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후방추돌 위험이야 후방 차량의 안전거리 미확보와 신호위반의 귀책사유인 것이고, 설령 뒷차가 없다 하더라도 안전운전 점수가 깍인다.
하는 수 없이 보험갱신 전 켜두었던 안전운전을 끄고 (= 탈퇴하고) 다시 켜서 새로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고속도로 이용시에만 안전운전을 사용하기로 하고 출발지 IC직전에 켜고 도착지 IC지나자마자를 목적지로 두고 크루즈 모드를 켜고 운행을 하였다. 이 구간 운행이 끝나면 티맵을 종료하고 카카오내비를 이용했다. 당연하겠지만 계속 100점만점을 유지하며 주행거리를 누적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요인으로 감점 사유가 생겨버렸다.
톨게이트 앞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하는 도중에 1톤 트럭이 우측차선에서 대각선으로 끼어들어 급감속을 했다. 당시에도 매우 가까이에서 끼어들어 급감속을 했는데 나중에 블박을 보니 차선에서 점선 1개 거리만큼을 두고 치고 들어온 것이었다. 1톤 트럭은 내 앞으로 끼어든 후 더 빨리 가기 위해 다시 한칸 더 왼쪽 하이패스로 고속 진출했다. 다음날 확인해보니 바로 점수가 82점으로 떨어졌고 역시나 차간거리를 유지하라는 티맵의 충고가 떠 있었다.

가속과 감속은 난폭운전과 안전거리 미확보 말고도 수천가지 이유들이 있다. 그 중에는 안전운전을 목적으로 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행동들도 포함되어 있다. 본선 합류시 최대한 신속하게 합류해야하고 이때 가속은 한적한 국도 교차로에서 출발할때와는 달라야 한다. 방향지시등점등없이 급차선변경하는 차를 마주치거나 바로 앞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에는 급하게 감속해야하는 경우다. 티맵에서는 이때 1초에 10km/h 이상의 속도변화가 감지되면 난폭운전하지말라는둥 차간거리를 유지하라는둥하며 안전운전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안전운전 점수를 감점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폰에 설치된 앱으로 다양한 주변상황을 파악할 수 없고 인간의 순간순간의 의사결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충고를 해대며 안전운전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질을 당해야하고 그 결과로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도로주행 시 안전과 시간 면에서 신뢰하고 사용하는 앱으로부터 억울한(?) 판정을 받고 있지만 그놈의 보험료할인 때문에 그 건방진 충고를 당분간 들어주고는 있는 셈이다.
마치 자동로그인시도를 방지하는 captcha처럼 기계를 상대로 기계가 판단하는 기준 이상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기준은 불완전하고 심지어 모순이 있다하더라도 보험료 할인 몇만원 때문이든 의미없는 순위 매기기 때문이든 불편한 운전을 헤야하곤 했다.


사실 급차선변경,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 후방/측후방 접근차량 인지 실패, 풀 브레이킹과 핸들링 미숙, 신호등 특히 보행신호 미준수, 노면표지판과 각종 경고문 무시 등에서 안전운전은 더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제한속도 안에서 칼치기, 미양보, 끼어들기, 신호무시, 보행자보호의무위반 심지어 중침, 역주행을 한다하더라도 안전운전 점수 100점이 가능하다는 것.
아무튼 안전운전 점수라는 것은 목적만 달성되고 나면 쓸 이유같은건 없는 기능이니, 필요에 따라 고속도로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끝내는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