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환경 체크할 때 놓치기 쉬운 점

By | 2024-08-18

차고가 있고 자가 충전기가 있다면 최고겠지만 대부분 전기차는 완속이든 급속이든 유료 충전기에 가서 직접 충전을 해야한다. 구입 전에 조사해본 바로는 회사 주차장에 완속 3기, 급속 2기가 있고 완속은 1kWh당 170원이다. 완속 3기가 다 충전중인 경우는 못봤고 많아야 2대, 보통 1대가 충전중이거나 비어있었다. 집 충전기는 올해 연말까지 설치되는데 아파트 내 전기차 등록댓수와 비교해서 충분히 많은 수가 설치될 예정이다. 대충 이 정도면 충전환경은 괜찮겠다 싶었다.

차량을 구입하고 3주가 지났다. 그동안 충전을 해보니 겪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던 점들이 있었다.

충전기가 있긴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오류가 잦다. 신고해도 고쳐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회사 주차장 완속 3기 중 – 편의상 1,2,3번 충전기라 하자 – 맨 구석에 있는 3번 충전기에서 주로 충전을 했는데 예전부터 전기차를 모는 다른 직원이 말하길 2번 충전기는 고장상태라 했다. 충전기 안내화면도 켜 있고 충전 중이 아니라는 파란색 조명도 켜 있지만 동작하지 않는다 했다. 알겠다하고 3번 충전기만 계속 써 왔다. 그러더니 어느날부터 3번 충전기가 오류다. “입력저전압” 이라는 오류가 뜨면서 충전 시작하고 수초 내 오류메세지 + 경고음을 내며 충전이 되지 않았다. AS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원격으로 리부팅을 해봤지만 다시 충전시도하면 곧바로 오류를 냈다.

[입력저전압 오류 메세지가 나와있는 충전기 화면]

1번 자리로 옮겨서 충전해보니 잘 되길래 한동안 1번 자리에서 충전을 했다. 그러더니 지난주부터는 1번 충전기도 동일한 오류를 내면서 충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1번과 3번이 안되는 것이다. AS에 전화해서 오류를 알려주었다. 원격 리부팅을 해주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업체에서는 수리기사를 (날짜는 기약할 수 없지만) 보내겠다고 하였다. 충전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입력저전압 이라고 하니 충전기로 들어오는(입력) 전압이 낮고 그렇다면 전력선도 살펴봐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2대 이상이 가동되면 입력전압이 떨어진다는 소리인가? 싶긴 했으나 3대가 다 비어있는 중이라도 1번이나 3번이 되는건 또 아니었다. 낭패로세…하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2번 충전기 자리로 옮겨서 꽂아보니 멀쩡하게 잘 된다. 예전에 안됐다고 했던 충전기다. 당시에 오류가 있었는데 해결된건지, 일시적인 장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지금은 2번만 된다. 양 옆 1번과 3번은 여전히 대기화면과 상태표시등은 정상으로 표출된다. 꽂아보기 전까지는 고장난 충전기로 보이지 않는다. 이건 전기차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직접 충전을 시도해봐야 충전이 되는지 안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은 혹시 고쳐졌나 하고 시도해보았으나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상태다. AS에 전화하기도 민망하여 더 이상 고장신고는 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오늘 다른 직원 말로는 어제 한낮에 2번 충전기도 입력저전압 오류가 떴다고 했다. 오늘은 괜찮아졌다지만 불안한 일이다.

전기차 충전사업자가 예전에는 100여개 사업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전기차 충전 로밍앱 등에서 충전사업자 목록을 보면 지금은 40개에 육박하는 업체가 뜬다. 다른 제품도 그렇지만 설비라는 것도 유지보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게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기라는 것은 대개 전국 수백수천곳에, 대도시부터 중소도시, 농어촌까지, 땡볕과 혹한, 눈비에 노출, 다양한 사람과 차종이 직접 와서 직결하거나 어댑터 끼워서 충전하고가는 기기 특성상 고장이 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 기기들이 어떻게 유지보수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알기 어렵다. 충전 수요가 별로 없는 곳에는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고장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계약 상 고장이 발생하면 n일 이내에 수리가 완료되도록 한다는 강제조항이 있는지 여부도 궁금하다. 회사 인근 주차장에 설치된 차데모 충전기 한대와 완속 충전기 한대는 액정도 안들어오고 액정 커버 플라스틱도 열화되서 뿌옇게 변색됐다. 기기 외관은 반은 녹나고 썩어 있다.

충전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차를 사면 나는 이 충전기와 저 충전기를 이용하면 되겠다,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게 고장나면 뭘 사용해야 하나, 이게 고장나서 몇달간 사용할 수 없거나 아예 망가져버리고 방치되면 어떻게 해야할 지까지를 고려해야한다. 이건 다시 말하자면 이상적인 충전 환경을 염두에 두고 차량을 구입했지만 운용하다보면 충전 비용과 충전 시간, 경로가 증가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안 충전소가 가까우면 다행이다. 30분 가야하는 완속이라면 그건 대안이 아니고 충전소가 없는 것이다.

간혹 커뮤니티 등에서 보이는 ‘전기차 충전은 주유보다 시간 오래걸리잖아요’ 라는 질문에 ‘집이나 회사에 도착해서 꽂아두면 아예 주유소에 가는 시간 자체가 없어요’라는 댓글이 간혹 달리는걸 본다. 충전기 댓수가 넉넉하고 잘 관리되어 충전 환경이 이상적으로 쾌적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내일 당장 충전기가 고장나고 몇달간 방치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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