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척하면 척, 잘 통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우선 내가 잘 하는 것부터 들자면,
아내가 나한테 뭘 부탁하려고 할 때 “여보~”라고 부르면 대부분 뭘 요청하려고 하는지 짐작을 잘 한다. 티비 리모콘이 필요한지, 충전이 다 된 워치를 달라고 하는건지, 코풀 티슈 한장 뽑아 달라고 하는건지, 주방에 있는 과자 간식을 갖다 달라고 하는건지,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자는건지, 물 한잔이 필요한지 어쩌면 오렌지쥬스 한잔이 먹고 싶어서 부른건지 용건을 말하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아내에게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게 기본이고 어쩌면 미묘한 힌트가 아내쪽으로부터 있었을 수도 있겠다. 그걸 알아차리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고 (..에헴!)
마찬가지로 아내가 잘하는 것도 있는데,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모르는 신묘한 능력이다. 공간지각능력 더하기 남편의 지각능력을 지각하는 능력이랄까?
어딘가 산책을 하거나 길을 가다가보면 전에 한번 지나갔던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길의 모양이나 건물,지형지물등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은가. 그러면 아내한테 “어? 여기 (전에 왔던데 아닌가?를 말하기 전)…..” 까지 얘기하면 아내는 “응, 아냐” …..라고 한다. “아니, 장모님이랑 그때 같이 식사하고 같이 걸어왔던 길 같은데..” “그건 옆동네 공원^^” 뭐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전에 지나갔던 데와 비슷한 길이라는걸 아내도 알고 있고 내가 거기와 여기를 헷갈린다는 것도 아는 것이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동료든 부부를 보면 ‘얼굴만 봐도 마음을 안다’는 말을 종종 하던데, 이런 시간이 쌓이면 그리 되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