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요로하부폐색증후군 후기

By | 2025-10-14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양이녀석(꼬미, 암컷, 10살)이 소변을 잘 못보는 일이 생겼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앉았다가 나오는데 들여다보면 고양이 모래에 오줌 흔적이 없다. 보통은 고양이 화장실 모래에 감춰진 “감자”를 캔다고 할 정도로 탁구공 정도 크기로 고양이화장실용 모래와 오줌이 뭉쳐져 있어야 한다. 자세히 보니 옥수수 한알, 커봐야 완두콩알 정도로 뭉쳐진 모래가 발견되었고 화장실 출입도 잦았다. 5분에 한번씩 들어갔다 나오고 짧을 때는 1~2분만에 또 들어갈 때도 있었다.

다행이 명절에 문 여는 동물병원이 있어서 최근에 구입했던 백팩형 이동장에 넣어 부지런히 방문. 6kg정도 무게의 야옹인데 한손으로 들거나 한쪽 어깨에 메는 것보다 한결 낫다. 아주 예전에 3kg이 넘는 노트북 더하기 벽돌만한 어댑터 넣고 어깨에 메고 다니면 여름에는 어깨끈에 눌려 피멍이 드는 경우가 있었던걸 생각하면 6킬로 고양이를 한쪽 어깨에 멘다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 아닐 수 없다.

병원에서 아랫배를 만져본 수의사는 다행이 오줌보는 비어있다면서 만약에 오줌이 못나오는 상황이면 누가 만져봐도 뱃속에 야구공같은게 잡힌다고 했다. 최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냐고 해서 뭐 팔자 편한 놈이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대답했다. 고양이는 화장실이나 물그릇 위치만 옮겨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단다. 그런 변동사항은 없었고 딱히 짚히는 요인도 없었다. 녀석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말이 많아지긴 했는데 괜찮던 것들 중에서 나름 신경쓰이는 일들이 생긴건지 그 속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부터 녀석의 눈에 멀티탭의 스위치 빨간 조명이 신경쓰이고, 윗집에서 새로 산 청소기의 동작 소음이 거슬리는 주파수를 낸다거나, 사람으로 치면 노화로 인해 이명이나 비문증, 편두통 같은게 생겨서 짜증이 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수의사는 이게 워낙 흔한 증상이라 증후군이라 불리운다고 했다. 일단 일주일치 가루약과 빈 캡슐을 받아왔다. 동물들은 다 그러하겠지만 약 먹이는 일이 만만치 않다. 가루약을 캡슐에 옮겨 담은 후 물에 적셔서 표면을 좀 미끄럽게 만든 다음 녀석을 잡고 입을 벌리고 약을 목구멍 앞까지 밀어넣고 꿀떡 삼킬 때까지 입을 닫아 둔다. 가만히 있으면 잘 삼킨 것이다. 보상으로 물에 흥건하게 탄 간식을 먹인다. 한번에 약 먹이기는 반반 정도의 성공률인데, 녀석은 발광을 하며 뱉어내려 애쓰고 이때 할큄이나 물림을 당할 수 있다. 한번 뱉어내게 되면 물러지고 찌그러진 캡슐이 터져서 1회분의 약을 버리게 될 수도 있다.

일주일간 약을 먹이니 점점 한번에 보는 소변양이 늘어났고 화장실 가는 빈도도 줄었다. 혹시나 싶어서 약은 일주일 치를 더 지어오긴 했다. 대충 상황이 진정된 후 알게되었는데, 고양이에게 이런 증상은 실제로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고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단다. 처음 동물 병원 갔을 때와 두번째 약타러 갔을 때 수의사가 집중해서 물어보던 것도 역시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가, 새로운 환경의 변화가 생겼는가 였던 것도 그 이유때문인가보다.

소변양은 얼추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만 이전과 행동이 조금 달라진게 생겼다. 소변 본 후에 정성들여 모래를 덮었는데 요즘엔 종종 대충 덮거나 안덮고 화장실에서 나오곤 한다. 이건 나오지도 않는 소변을 보러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생긴 현상인듯 싶고. 두번째는 원래 잘 마시는 물그릇 두개 대신 하루에 한번 정도는 화장실 변기 위에 올라가서 컵으로 물 떠다 주길 기다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걸 안하고 있다. 물 마시면 소변이 마렵고 그렇지만 소변이 나오지 않는 과정이 고통스러우니 괜히 오바하지말고 그냥 있는 물이나 마시자, 라는 마음이 든게 아닌가 싶다. 물그릇의 물은 곧잘 먹는 중이다.

아무튼, 처음 일주일 약 먹이고 두번째 약을 타와서 이틀 정도 먹였는데 이제 그만 먹일까 생각중이다. 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마치 감기처럼 나을 때가 되어 나은 것인지 소변의 상태도 괜찮아졌고, 대신 복용 기간 중 응가가 찐득해지는 현상이 생겼는데 병원에 물어보니 약의 부작용일 수 있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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