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한메일로 도착한 네이버 메일 한통을 아직 안열어보고 있다. 힘든 인간관계였고 다시 그 인연이 닿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게다가 내가 메일을 개봉하면 “수신확인”이 되기때문에 단 1나노미터도 진행시키고 싶지 않은 나는 열어보고싶어도 -_- 열어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역시 간사한것이 사람의 마음이던가. 수신확인되지 않고 메일을 열어볼 방법을 여러모로 찾아보았다. 리스트에서 체크해서 수신확인이 되지 않는 지메일 같은데로 포워딩 할 수 없나, 아니면 pop3로 썬더버드로 땡겨볼까. 그렇지만 프리미엄 메일이 아니므로 불가능. 개봉하지 않아 굵은글씨로 제목이 표시된 메일을 바라만 보고 있기 어언 몇개월. 그렇다고 지우기도 아쉬운 이 얄팍한 의지의 화신;;. 오늘은 끝장을 보겠노라 작정을 하고 방법을 생각해봤다. 수신확인이 되지 않게 한메일을 열어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꽁수로 해결이 가능했다. 바로 받은 메일을 스팸메일로 지정하고 스팸메일함에 가서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스팸메일은 메일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끼워넣고 그 이미지가 호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이미지를 읽어오지 않으면 수신확인도 할 수가 없는것이다. 다음에서 스팸메일로 의심되는 메일은 그렇게 처리하고 있으며 야후메일이나 지메일도 그래서 외부이미지를 표시하지 않는 것으로 스팸메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고 있다. (수신이 확인되면 존재하는+이메일을 실제로 사용하는 메일주소로 간주되어 더 많은 스팸을 받게 된다.) 아무튼, 스팸메일 지정은 받은메일 목록에서 해당 메일앞에 있는 체크박스에 체크하고 선택된 메일을 스팸메일보관함으로 던져넣는 것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같은 한메일끼리는 저 방법으로 해도 수신확인을 회피할 수가 없었다. 네이버에서 테스트로 보내봤더니 수신확인이 되지 않았으므로 성공. 그럼 이제 남은 과정은… 실제로 저 “문제의 메일”을 스팸함으로 던져놓고 읽는 것인데. (아아, 요 위에 보이는 스크린샷은 조작샷임… 쭉빵녀는 무슨 -_-;; ) 정말 문제는, 완벽하게 수신여부를 속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양심은 속일 수 없다는 것. 정말 내가 메일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의 기복이 없을것이라고 난 확신할 수가 없다. 내가 그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나는 속이고 싶지 않으며, 이런 경우 나를 속이기도 힘들것이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수신확인되지 않는 방법을 애써 알아냈지만 결국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은 올바른 명제임을 세계 곳곳에서 수천년동안 증명되어져 왔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학창시절 성적표에 부모님 도장을 훔쳐 찍는 것으로 이 원칙을 체험한다.) 그러나 타인을 속이는 것은 속이는 순간 상황이 끝나버리지만 자신을 속이게 되는 경우는 그때부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척할 수 있는지를 계속 시험하는 마녀”의 지루하고 피곤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렇군요. 전 매일(?) 그 마녀에게 시달린답니다^^;
저도 그 마녀 좀 잡아주세요…
그런데 의외로 그 마녀와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어른이면 그래야지 암…’ 하면서 말이죠.
장 모르겠어요.
소심쟁이.
오오… 대단한 일에 대단한 방법을 보고 갑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