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런 행사나 이벤트에서 종종 보는 N행시 공모전. 제출자가 제시한 2~4글자 단어의 각 음절로 시작하는 문장이나 싯구를 만드는 일이다. 취지에도 맞고 창의적이고 재치도 있어야하기에 나름 머리를 짜내야하는데.
생성형 AI의 영향으로 이제 N행시 이벤트는 의미가 없어져버리게 됐다. 이런 이벤트를 하고 있는 지자체 행사의 예를 들기 위해 검색엔진에 “지자체 N행시”를 검색했더니 AI와 결합한 어느 검색엔진은 ‘혹시 지자체 이름으로 N행시를 원하느냐’며 서울,울산,부산,경기 등으로 만든 N행시를 신나게 만들어 내어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를 가진
특히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별난 아이디어로 노력하는
시민들의 자랑, 서울특별시!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하며
기회 넘치는 땅, 대한민국의 중심!
도약하는 경기도에서 만나요!
논문이니, 저술 같은 긴 문장들이야 어떻게든 AI가 생성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하나, N행시처럼 짧은 문장은 출제 주체의 의도처럼 가족들이 모여앉아 연필 들고 연습장에 이 문장, 저 문장 머리를 쥐어짜내며 꺄르르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만들어 낸 것인지 아니면 AI서비스로 N초만에 N*10 개씩 만들어내어 응모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떡국떡 1만개를 살펴 보면 (=측정해보면) 기계로 썰었나 사람이 썰었나 추정이 가능할 수 있지만, 떡국떡 3 조각씩 주면서 사람이 썬 것인지 기계가 썬 것인지 구별해보라고 하면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대면,원격이면 두말할 나위없을테고 컴이든 폰이든 사용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하면 이제는 기본적으로 AI가 테스트를 포함하여 문장 작성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는게 전제 아니겠나. N행시 응모 코너는 이벤트, 소식지의 한 꼭지 채우기 말고는 존재가치가 소멸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