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연말인사평가라는걸 한다. 상반기에도 한번 하고 또 하반기에도 한번 해서 적당하게 가중치를 두어 평가를 매기고 그에 따라 등급을 받게 된다. 일상이 스트레스지만 평가시즌이 되면 한결 더 신경쓸게 많아진다. 한해동안 해 온 일중에서 빼먹고 신고한 것은 없는지, 신고내용에 성과는 제대로 어필을 했는지 등등. 게다가 상대평가다보니 모두가 A등급 또는 더 높은 S등급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 말하자면 평가시즌에는 팀원 모두가 경쟁자라고나 할까? ㅋ..
음, 그런데 내가 평가를 대하는 자세는 이렇다.
평가 신고 양식에 한해동안 해 온 일을 주욱 적는다. 뭘 했고 그래서 어떤 성과가 있었고, 그게 숫자로 드러나는거면 좋지만 아니어도 나름대로 주절주절 긍적적인 효과에 대해서 써내려간다. 하는 일 대부분은 팀원 전체가 모여서 연초나 그때그때 역할분담에 따라 할당된 것들이고 설령 만들어서 하는 일이라고해도 팀장과 공유나 공감대를 이룬 상태에서 진행한 것들이니, 팀장은 지금 이 사람이 써낸 업무들이 무슨 일이었는지를 알 것이다.
다 적어내면 팀원들 및 전사적으로 모아서 평가를 매기게 되는데, 여기서 평가를 잘 받게되면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평가가 기대보다 안 좋은 경우다. 나는 A정도는 기대했는데 B를 받았다거나 C를 받았거나 하는 경우가 문제다. 이때 팀원은 면담등을 통해서 어필을 할 수 있다. 평가를 좋지 않게 받으면 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뭐 성격탓인지 어쩐지 별로 어필한 기억이 없다.
왜냐.
1. 보통 적당한 평가를 받는다. 평가가 좋게 나오건, 좋지 않게 나오건 이미 지난 1년간 업무를 해 오면서 업무추진 상황의 속도나 완성도 또 결과 등을 알 수 있었다. 진행과정없이 뜬금없이 뚝 떨어진 결과만 있는 것이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2. 위 1번 항목에서 말했듯이 1년간 업무를 해오는것이 만족스러운 속도과 결과가 나왔다면 다행인데 뭔가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기간내 맞추려고 노력하고 큰 성과가 아니면 작은 성과라도 쌓으려고 애쓰는 등의 노력, 자원이 부족하면 팀장에게 자원을 요청하고 그도 안되면 기간을 늘리는데 동의를 얻던가 하는 과정. 일은 안되고 그렇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나면 연말에 받는 평가가 좋을리없다.
3. 만약 다 잘했다, 완벽한 속도와 일처리, 뛰어난 성과를 냈는데도 평가가 안좋았다면 그건 팀장의 능력 부족이다. 팀원이 무슨 일을 해서 무슨 성과를 냈는지 올바르게 평가해줄 능력이 없는 팀장이라면, 짜증내지말고 그냥 그 팀을 떠나서 다른 팀으로 가면 된다. 그렇게 훌륭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팀으로, 만약 다른 팀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면 다른 회사로 옮기는걸 고려해볼만하다. 바보같은 팀장은 당신같이 뛰어난 사람을 데리고 있을만큼의 복이 없다.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눈을 가진 팀장 아래로 가는 편이 자신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까지는 내 생각이고,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자세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