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근처 조그마한 커피숍엔 커피내리는 직원 한명이나 두명이 있고 주문과 결제는 키오스크 2대로 처리하고 있다. 몇번 주문하면서 보니 매끄럽게 주문하기가 참 어려운 UI였다. 왜 이게 안눌리지? 하면 그 앞에 선택해야할 항목 예를 들면 뜨거운 커피, 아이스커피, 큰컵, 작은컵 등을 고르지 않았던 것. 그런데 내가 그 옵션을 골라야하는 화면이 명확하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 않았다. 몇번 해보니 이젠 알겠지만 처음 하는 사람이나 특히 어르신들인 경우에는 아주 곤욕을 치루고 계셨는데. 그럴땐 대부분 직원이 나와서 주문내용을 전해듣고 대신 키오스크를 조작해서 주문,결제 처리한 다음 다시 커피머신 앞으로 가서 커피를 빼주는 장면도 여러번 목격.
고객의 불편함이 많았던지 부연설명하는 쪽지가 하나 둘 씩 붙기 시작했다. 키오스크의 화면 외에도 고객이 읽어야할 지시문이 상당히 많아졌다.
메뉴 먼저 눌러주세요.
제발, 절대 계산부터 아님. 카드나 현금부터 넣지 마세요.
마지막에 수량확인 꼭 확인. 음료 주문후엔 취소 불가능함.
제발 영수증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 기계 고장나요.
영수증 나오는 곳. 영수증을 잡아 빼지 마세요. Do not pull on recipe.
영수증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
지폐 넣은 곳! (ONLY CASH)카드 넣지 마세요. No CARD
동전이랑 오만원권은 투입안돼요!
거스름돈 나오는 곳
SAMSUNG PAY
IC 카드 투입구
분산된 지시사항으로는 근본적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없었고 오히려 더 헷갈리고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며칠전부터는 큼지막한 종이에 전체 프로세스를 붙여놓았다.
이게 참 뭐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걸 읽고 또 그에 맞는 화면의 문구와 버튼을 찾아서 누르고 또 종이에 써진 다음 단계를 읽고 화면 보고 이렇게 하라는 건데, 이렇게 해서는 기존 키오스크 이용을 어려워했던 사람들 중 10%에게나 도움이 될려나?
웹이나 앱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고 UI와 UX를 개선하는 것보다 이런 키오스크에서의 UI를 편리하게 고치는 일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것이다. 카드 넣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그에 맞게 부품이 조립되어 있다. 카드 투입구를 옆으로 1cm도 옮길 수 없다. 진행과정상 카드를 넣어야할때 카드투입구 테두리에 초록색 LED가 반짝반짝하게 할 수도 없다. 영수증을 잡아당기면 기계가 고장난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기계 밖으로 스르르 밀려나오는 영수증을 손으로 잡는것에 익숙하며 살짝이든 팽팽하게든 영수증을 끌어당기는 행동을 할 것이다. 영수증이 나오는 공간을 파 넣고 영수증이 다 나오면 플라스틱 투명창 안으로 툭 떨어지게 해서 뚜껑을 들어올리고 영수증을 꺼내게 하지 않는한 말이다.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주문할 때 A카페의 키오스크에서는 90%의 고객이 30초만에 주문을 완료했는데 B카페의 키오스크에서는 80%의 고객이 1분30초 이상 걸렸다거나, 점원에게 도움요청하는 비율이 얼마였다거나, 이 단계에서 이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진행되지 않는 저 버튼을 계속 누르는 행동이 관찰되었다거나 하는등의 분석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저기..말고 그 옆집 가자. 저 카페는 기계로 주문받는데.. 아휴 주문하기 너무 어렵고 뒷통수 따가워서 불편해” 하는 고객만 늘어날 것이다.
점주는 프랜차이즈 정책상 무인결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시스템이 사람은 하나 줄이는 대신 고객의 편의성, 편안함, 신속한 주문은 어느 정도까지 대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신// 신용카드 넣는 곳은 “IC 카드 투입구”라고 되어 있는데 신용카드가 요즘 다 IC카드가 된 것은 맞지만 그걸 고객한테 “IC카드 투입해주세요”라고 하거나 일반 상점에서도 “IC카드 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멤버쉽카드도 IC일 수 있고 충전식 카드가 있다면 그 또한 IC칩이 박혀 있을 수 있다. IC카드 투입구보다 신용/체크카드 투입구 라고 표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인다.
[update@2019/04/24] 이 가게는 두어달전 문을 닫았다. 오며가며 힐끔씩 매장안을 봐온 바로는 장사 잘되어서 다른데로 간것 같지는 않다. 내가 키오스크를 조작할때에도 매번 참 사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가보다. 체인점 하려는 분들은 본사의 ‘사장님 저희는 키오스크를 도입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라는 말만 듣지말고 그놈의 키오스크가 얼마나 사람-주문방식에 비해 편리하게 잘 만들어졌는지 검토해야할 필요가 여기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