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지겨움.

By | 2004-10-19

시작은 둘중의 하나다.
카메라가 리포터를 찾아가면 정신없이 뭔가를 먹고 있다가 깜짝 놀라거나, 리포터가 동네 어르신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달려간다. 같이 과수원에 가거나 배를 타고 고기잡으러 나간다. 과일이면 우와 정말 탐스럽고 크다고 하고 고기잡으러 간거면 싱싱하고 힘찬놈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과수원에선 낑낑대고 소쿠리를 옮기고 배에선 바로 회를 쳐먹는다.
얼마뒤에 동네에서 그 특산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에 간다. 밥먹고 있는 손님들이 죄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쵝오예요~ 이거먹으러 서울에서 왔어요.” “땀이 쭉 나는게 힘이 불끈 솟아요!” 라고 말한다.
조용한 방하나에 사모님이 직접 음식을 요리시범을 보인다. 사모님은 이건 어디에 좋구요 이건 어디에 좋구요 설명을 하며 재료를 하나씩 넣고 냅다 끓인다. 한숫갈 또는 한젓갈 떠서 리포터에게 먹여주면 리포터는 뜨거움에 입안에서 분당 300회의 회전수로 음식을 혀로 드리볼 한다음에 “으음..음..으..으음..으어..음음..” 너무 맛있어서 오줌이 찔끔 지린듯한 감동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오오…. 담백하고…살살 녹는 맛이…”… 라며 칭찬한다.

끝마무리는 항상 동네사람들이 빙 둘러 서서…
“ㅇㅇ가 맛있는 ㅇㅇ마을로 꼭 한번 놀러오세요~~” 를 한 구절씩 떼어내서 읊고는 마지막에 손을 냅다 흔든다. –;;
한결같아. 정말 지겹다. 사람은 다 다른데 순서와 방법은 늘 같다. 어디 “리포터를 위한 특산물 방송 매뉴얼 2004 개정판”이라도 외워서 나오는걸까…

2 thoughts on “한결같은 지겨움.

  1. 두슬

    ^^
    그렇게 맛있는 과일도 따먹고 생선도 잡아먹고, 몸에 좋은 음식도 먹고 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 거겠지요. 리포터방송을 보고 직접 그 마을에 찾아가본적은 한번도 없지만… 🙂

  2. 골룸

    그것은 @hof님께서 창조적이지 못하고 진부한 것에 일종의 염증을 느끼는 분이기 때문일겝니다. 저도 몇 번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그런 프로그램들 보면 “와 맛있겠다, 이번 주말에 함 먹으러 갈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곤 하니까요. ^^ 그런데 글을 읽고 보니 정말 한결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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