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홈페이지들 중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자주 보이는 초기화면 패턴이 있다. 지자체의 메인 컨텐츠를 바로 보여주지 않고 다시 한번 몇개의 입구를 늘어놓고 선택하라는 방식이다.
아마 원래는 홈페이지 내용을 바로 보여줬을게다. 그러다가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특정한 정보를 모아서 보여줘야할 이유가 생겼을테고 기존에 운영하는 페이지 앞단에 원래 홈페이지와 특정 정보가 모여있는 페이지로 가는 입구를 나눠 놓았다. 사용자는 둘 중 또는 셋 중 심하면 넷~다섯개의 입구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요즘은 고향사랑기부제와 관광정보 페이지를 전면에 배치한 곳들이 많다. 그러니까 이런 입구을 분리해야만 할 정도로 방문자들이 몰리고 중요한 정보를 시급하게 전달해야만 할 때 예를 들면 코레일에서 명절 기차표 예약처럼 수십만명이 동시접속을 해서 특정 기간의 기차표 조회와 예약을 하는 시기라든가 코로나가 창궐해서 지역사회에 신속하고 널리 알아야 할 전염병 현황, 예방 및 치료 정보페이지 같은 경우라면 납득할 수 있겠다. 원래 제공하던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되 시의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팝업보다 강력한 최고수준의 대응인 셈이다.
그런데 실상 펼쳐진 메뉴들을 보면 별로 손님(?)이 오지도 않는데 지자체에서 홍보하고 싶은 목적의 페이지모음으로 보인다. 그다지 시급하거나 중차대한 이슈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페이지 안에서도 거슬리지 않게 구조적으로 메뉴와 컨텐츠를 배치하는 방법들이 있을텐데 유행처럼 사용하는 이런 방식은 실제로 이 메뉴들이 필요없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도 불필요한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다. 지자체 홈페이지보다 수십배~ 수천배 많은 정보들과 사람들이 오가는 사이트들, 정보관리니, 사용자경험이니를 다루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유수한 사이트들에서도 입구를 분리해서 운영하지 않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만고의 진리인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인력이 없기도 할 것이다. 다만 홈페이지에 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서비스 주체가 갈망하는 목적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주길 바란다. … (라고는 하지만 공무원 조직에서 누가 손을 번쩍 들고 입구를 이렇게 해서는 대부분의 방문자가 불편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