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評)이라는 것은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사전적 의미인데 요즘 “기대평”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대개 어떤 영화,책,공연 따위가 새로 출시했거나 출시가 임박했을 때 그 것에 대해 아마 재미있을 것이다, 아마 좋은 작품일 것이다 하는 덕담(…)을 하는걸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웃긴게 뭐냐면, 일반적인 감상평, 영화평, 서평 등은 그 작품을 감상한 후에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인데 이 “기대평”은 아직 감상도 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 가치나 수준을 평가하거나 또는 평가인것처럼 포장을 씌우는 행위다. 영화는 대략 2시간, 책은 대략 며칠간의 시간을 들여야하고 공연,전시는 몇시간을 들여 그 장소에 직접 가서 관람을 하고 와야하는데 이 기대평이라는 것은 그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저 ‘좋을 것이다, 재미있을 것이다’ 라는 칭송 일색이다.
왜그런고 하니, 다른 ~평들은 해당 매체를 소비한 후 그것을 매개로 자신의 느낌을 덧붙여 짧거나 길거나, 새로운 비평이라는 장르의 창작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확장, 타인과 교류, 의견제시의 목적이 있다. 그에 반해 “기대평”이라는 것을 굳이 작성하는 이유의 99%는 해당 작품의 기획사,출판사,제작사 등의 “기대평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왜 참여하느냐, 결국 달콤한 기대평으로 마케팅에 활용할 꺼리를 제공하거나 분위기를 띄우는데 일조할테니 그 댓가로 무료 티켓, 무료 도서, 무료 관람의 혜택을 달라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기대평이라는걸 쓸 이유가 없다. 드물게 간혹 팬심으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감상하지 않고 평가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만약 “응원 메세지”라던가 “기대 한마디” 정도였으면 그러려니 했을 수도 있겠다. 굳이 기대평 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공짜에 대한 욕망에 지적능력과 노력의 소산인 작품평의 느낌을 끼얹는 쇼 보기가 찝찝하다. 어쩌면, 이것은 수많은 제품과 식당 리뷰들이 댓가를 받고 작성한 청탁 원고지만 “제품을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으로 양심적으로 작성했다”는 말도 안되는 단서조항을 달아놓은 것과도 비슷하다. 검색안되게 흐리흐리한 이미지로 만들어서 붙이는 꼼꼼함은 덤이다.
양심하고는 관계없지만 마치 자발적인 것처럼 보여야 하고, 댓가가 없으면 작성하지 않았겠지만 거기에 근엄한 ~평을 붙여서 서로의 욕망을 한겹 감추고자 하는 마케터들의 꼼수가 뒤엉킨 아사리판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