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보면 ‘아이가 이번에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구독 부탁드린다’거나 ‘아내가 부업을 한다고 인스타를 시작했는데 팔로우해달라’는 요청을 간혹 보곤한다. 새로 옮긴 회사의 페북 페이지에 대한 구독요청도 있다. 당연히 가족이나 친한 지인의 채널에 대한 구독요청이라면 흔쾌히 수락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커뮤니티 또는 지인의 지인 단계로 내려간 관계에 대한 구독 요청은 대부분 무시하고 만다.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글 올린이의 심정을 헤아려 구독하고 좋아요하고 알림설정까지 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관심사가 아닌 채널이다보니 시간이 지나고 이런 채널들에서 보내오는 알림과 피드들이 공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의 느슨한 관계 (라고 쓰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읽는다)의 지인이다보니 사실 나하고는 모르는 사람이다. 두어달 지나고나면 이 피드가 누구 때문에 추가한 채널인지 기억할 수도 없다. 이 슬라임 반죽을 하는 아이는 뉘집 자식이고 쭈꾸미를 볶아대는 이 청년은 누구의 친한 동생이란 말이오. 호의에서 시작됐지만 관계는 휘발됐다. 선생님, 제가 작년에 춤 잘춘다는 아드님 인스타 구독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봐보니 동호회에서 제 글에는 댓글 하나 안 다시네요???? 뭐 이런거다. 좋은 마음으로 구독해주긴 해줬는데 왜 구독하는지도 모르는 채널들이 수두룩하다.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들은 가급적 서비스 안에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묶어놓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집요한 노력을 일반적인 생활인의 ‘나이브’한 정신으로 버텨내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수시로 뜨는 (관심없는) 알림과 피드가 화면마다 뜰 것이고 하던 일에서 집중을 거두어 액정을 보고 창을 닫든 글을 읽든 영상을 보든 해줘야할게다. 엄밀하게 말해 스팸메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내 손으로 추가했다 뿐이지.
구독은 유지하나 알림은 끄고, 친구는 유지하되 피드는 안 볼 수 있다. 이러면, 채널 운영자 입장에서도 구독자는 많으나 시청자는 적고 댓글은 더 없는 이상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이들에게 구독자 숫자는 마치 얼마를 내면 페북 친구와 인스타 팔로워 몇천명 모아드립니다 같은 서비스에서 구입한 모은, 허당같은 숫자들이다.
미니홈피는 나르시시즘에 허세라도 있지, 블로그는 개인 일상이나 생각을 기록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 20분 영상 촬영하고 2시간 편집하면서 응 아냐 라든가, 흔들리는 눈동자니 진실의 미간이니 의성어 의태어 쾅쾅 넣어 화면 흔들고 리플레이하고 밈 화면 끼워넣어 편집하는 그 인고의 시간이란 결국 유명세와 수익창출이라는 목표가 큰 원동력인데, 이런 허깨비같은 구독자 숫자가 대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어차피 레드오션이다. 사람들의 한정된 시간을 따먹는 게임이다. 내 구독요청이 마음 약한 이들의 하루를 24시간이 아닌 23시간 55분으로 만드는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고, 마찬가지로 이 구독이 내 하루를 5분 단축시켜도 좋을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고 구독버튼을 누르든지 말든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