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스마트키 잃어버렸다 찾은 이야기

By | 2024-02-23

어제 새벽에 출근하려다보니 어럽쇼. 차키가 없다. 늘 (청)바지 앞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허전하다. 얼른 집으로 올라와서 열쇠를 꺼내놨다면 있을 1순위 장소인 현관 앞 열쇠거는 행거에 없다. 신발 벗고 들어와 0순위 장소인 책상 위를 봤는데 여기도 없다. 방바닥, 옷걸이에 걸린 옷, 식탁 등을 살펴봐도 없다. 큰일이다. 예비 스마트키가 안방 서랍속에 있는건 알고 있어서 일단 예비키를 찾았다. 눌러보니 동작표시 LED가 들어온다. 다행이다. 차에서도 잘 동작하여 문제없이 일단은 출근.

전날 주차하고 차 문을 잠궜으니, 차 안에는 떨어진게 아니다. 차 안에 키가 있으면 시동 끈 후 차문이 안 잠기기 때문이다. 주차 후 집에 들어와 가방을 두고 윗도리만 벗은 후 머리를 감고 나와 바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은 후 동네 헬스장에 등록할까 싶어 들렀다가 바로 집에 온게 그날 동선의 전부다. 헬스장과 미용실에 전화해서 혹시 차키 떨어진게 있었느냐고 여쭤보니 없단다. 미용실에서든 헬스장에서든 뭐 특별히 바지주머니에서 차키가 빠져나올 상황은 없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말이다.

여러번 퇴근 이후의 행적을 되짚어보니 집안에 있을거라고 강하게 확신 한 후 퇴근. 뭐, 일이야 손에 잘 안잡히고 마음은 어수선했다. 아내는 아침에 차키 없는걸 알고는, 만약에 차에서 집에 오는 길 사이에 흘렸으면 누가 차 훔쳐갔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 단지내에서 유일한 차종인데다가 차키의 버튼을 눌러보면 바로 차를 특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차 키를 줍는 것과 그 차의 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로 가는 것은 엄청난 (범행) 결심과 실행이 필요한지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으나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퇴근하고 와서는 어제 주차했던 자리 근처를 다시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집에 와서는 키가 있을 법한 장소는 물론 없을 법한(?) 장소, 가려진 곳, 서랍, 찬장, 냉장고까지 다시 살펴보았다. 눈에 뭐가 씌면 이거 집어 넣는다고 하면서 저것도 같이 집혀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캣타워를 비롯해 꼬미의 동선은 물론 바닥에 떨어진 차키를 장난감인줄 알고 갖고 놀다가 어디론가 날아갔을 수도 있으니, 장롱, 냉장고, 티비장, 화장대, 서랍장 아래들도 다 뒤져봤지만 못찾았다. 그제 구입했으나 흠집이 있어서 반품하려고 포장해둔 국그릇이 담긴 배송상자까지 다시 테이프 뜯어서 살펴봤을 정도였다. 종량제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도 다시 살펴봤고 옷걸이에서 떨어지던 열쇠가 옆 옷의 주머니나 후드티의 모자에 걸렸을까 싶어 옷걸이 옷도 전부 탈탈 털었다. 책상 위에 있던 열쇠가 떨어지다가 전기줄에 쌍절곤처럼 걸려 있을까 싶어 책상으로 올라오는 전선과 케이블들도 살펴보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와 경찰의 격투씬 중 시간이 멈춘 듯 정지상태에서 사람을 한바퀴 돌며 찍는 기법처럼 그날 집안에서 왔다갔다한 내 머리 위에 360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3인칭 시점으로 떠올려 보며 플레이와 일시정지를 진행하며 수색(…)했다.

지난 주에 새로 산 바지에 주머니 봉제가 불량인가싶어 바지도 뒤집어 주머니 재봉선도 한땀한땀 살펴보았다. 빨래바구니도, 양변기 뒤도, 카페트며 러그 아래쪽도, 개어둔 이불속도, 흡입구 크기상 들어갈 수 없는 진공청소기의 먼지통도 들여다봤다. 대체 어디서 떨어졌을지, 왜 주머니에서 빠졌을지 납득하기는 어려웠지만 이쯤하면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본 셈이다. 대략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후의 대책을 위해 알아보니, 키 하나가 있을 때 여벌 키를 새로 만드는건 30만원 정도, 다 잃어버리면 키박스 교체해야하고 그때는 300만원 정도란다. 당연히 견인도 해야할 것이다. 여벌키를 만들지 않으면 이번 분실건에 대한 벌칙(…)은 없는 셈이지만 다음에 한번 더 실수하면 그땐 300만원에 견인이다. 이번엔 집행유예지만 다음엔 가중처벌인 셈이다.

키를 만들어야겠다 싶어 정보를 알아보려고 컴을 켜기로 했다. 어수선하게 2시간여의 열쇠찾기에 지친 내 몸과 마음과는 상관없이 꼬미녀석은 의자에 올라가서 심드렁하게 엎드려 있다. 잠깐 내려와야겠어~ 라면서 녀석의 엉덩이를 툭툭 쳐서 내려보냈다. 꼬미가 내려가면서 바로 시선이 닿는 의자의 앉는 부분에서 팔걸이가 올라오는 경계부위에서 뭐가 반짝~ 한다. 0.1초 사이 그 반짝이는 물체의 정체가 다 파악되기도 전이었지만 차키에 같이 매달린 사무실 열쇠라는걸 바로 알 수 있었다. ㅎㅎ… 의자 팔걸이 틈새에 끼워져있었다. 찾았다. 하루종일 차키 잃어버린 걱정이 바로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의자 팔걸이 틈새는 찾아보지 않았던 장소다. 앉아 있을 때 빠졌다고 가정하면 먼저 살펴봤어야 했는데 의자 엉덩이 부분만 눈으로 훑고 지나간 후 의자를 용의선상에 너무 빠르게 제외시켰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때 쓰는 말이렸다.

겸사겸사 그동안 안중에 없던 에어태그를 하나 구입했다. 이미 온갖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지도 상 위치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이번에 차키를 잃어버렸다 찾아보니 “집 안에 있는가? 없는가?”만 명확해도 열쇠를 찾는데 쓴 시간과 노력이 대부분 사용하지 않아도 됐었을 것이다. 집안에 있다면 에어태그가 방향과 거리까지 알려줬을테고 집안에서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면 빠르게 포기할 수 있었을게다.

차키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허리춤에 고리를 하나 걸고, 스프링으로 연결된 열쇠고리에 차키를 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아내에게 메신저로 의견을 구하니, 차 소유 역사상 차키 분실이 없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매달고 다닐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고 번거로운데다가 신경쓸 일이 하나 더 생기는 일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4 thoughts on “차 스마트키 잃어버렸다 찾은 이야기

  1. 리디

    찾으신 그 장소가 제가 바로 법카를 잃어버렸다고 착각하고 경영지원팀의 눈치를 받으며 분실 재발급을 받게 된 문제의 그 장소입니다. ㅎㅎㅎ 돌이켜 생각하면 주머니에서 빠지기 참 쉬운 자리인데 수색 중에는 절대 생각이 안 나죠.

    그나저나 에어태그라는 신박한 제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안드로이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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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f Post author

      리디// 팔걸이 틈새… 아주 상습적인 문제구역이군요. 하긴 자동차 시트 양 옆 공간도 뭐 빠지기에 아주 딱인 곳이니 그럴법도 한데 어째 거길 생각 못했나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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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리디

    검색해보니 갤럭시 사용자는 삼성스마트태그 라는 유사품을 사용할 수 있군요. 아이 자전거에 부착하는 용도로 하나 구매해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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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f Post author

      리디// 댓글에 쓸려고 했는데 늦었네요. 흐흐. 삼성스마트태그는 아마 지도상에서 위치도 볼 수 있을걸요. 말씀하신 용도로 쓰기에 좋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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