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넣어 쓰던 메모리카드(마이크로SD)가 고장났다. 컴퓨터에 연결하면 인식할 수 없다고 하면서 SD카드 크기만한 어댑터가 손을 댈 수 없이 뜨거워졌다. 어댑터가 잘 삽입됐나 싶어 만져봤더니 평소 읽기/쓰기 작업으로 생기는 발열보다 훨씬 더 뜨거워서 깜짝 놀랐다. 얼른 어댑터를 제거하고 몇번 반복해봐도 같은 증상. 차로 와서 블랙박스에 넣어보니 메모리카드 포맷이 필요하다고 나왔다. 포맷 후 블박 자동 리부팅, 다시 포맷해야 한다는 메세지, 포맷, 리부팅… 무한 반복이다.
구매이력에는 작년 10월 구매니까 아직 1년이 안됐다. 보증은 2년인 제품이다. 판매자에게 전화했다. 홀로그램 스티커가 있느냐, 거기 뭐라고 써 있느냐를 확인한 후 수입한 총판 AS번호를 알려주었다. 이쪽도 역시 또 홀로그램 스티커부착 여부를 묻는다. 잘 붙어있다고 대답하니 그제야 AS접수 방법을 알려주었다.
여타 전자제품들은 시리얼번호나 구매영수증, 제품 제조사 정품 등록 등으로 무상 AS여부를 확인하는데 유독 메모리카드는 홀로그램 스티커유무를 확인한다. 뭐 그쪽 나름대로의 제품 관리 방법이 그러한가보다 싶긴 하지만 이 방법은 소비자에게는 불편하다. 우선 스티커가 제품 패키지 바깥쪽에 붙어 있기 때문에 제품을 꺼낸 후 이 케이스를 버리면 보증 스티커도 같이 버리는 셈이다. 스티커 안에 또 작은 스티커가 절취선으로 구분되어 같이 붙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이 제품이 정품임을 인증하는 스티커인가보다 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이걸 보관해야만 AS를 해준다는 것 까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두번째 난관은 마이크로SD카드가 작아서 스티커를 붙이면 메모리카드 전체를 다 채운다. 까딱 잘못 붙이면 메모리카드 밖으로 스티커가 넘어갈 수도 있다. 또 스티커 형태다보니 기기에 자주 넣었다 뺐다 하다보면 스티커가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심지어 기기 안에서 떨어져나가 내부에 붙어버릴 수도 있다. 끄집어내기도 곤란하다. 아무 문제가 없이 잘 붙어있다 하더라도 메모리카드에 붙어서 카드의 사양이나 용량도 가려버린다. 여러 개의 메모리카드를 돌려쓰는 사람에게는 카드 제조사, 용량, 성능이 홀로그램 스티커에 가려져 불편한 일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메모리카드를 구매하면 케이스는 분리하여 완전히 독립적인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둔다. 내 경우는 카드 제품명과 사양, 그리고 보증용 홀로그램 스티커가 포함되도록 잘라낸 후 명함을 보관하는 통에 넣어 두고 있다. 통의 한 구석에 오직 메모리카드 홀로그램만을 모아두는 자리를 예약해두었다. 이렇게 해두고 메모리카드는 제품만 꺼내어 사용한다. 홀로그램을 별도 보관하니 분실할 위험도 없다. 붙이지 않으니 카드의 용량 문구를 가리지도 않고 떨어지거나 인쇄된 문구가 긁혀나갈 우려도 없다.
AS를 해야할 상황이 되면 명함케이스에서 해당 카드 케이스를 찾는다. 스티커를 떼어내어 메모리카드에 부착한 후 발송한다. 모르긴 몰라도 정품 스티커를 분실하거나 훼손되어 AS에 애로사항이 꽃핀 경우가 적진 않을게다. 구입 후 홀로그램 보증 스티커 관리를 잘 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