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3에는 주차시 센트리모드라 하여 카메라 기반 감시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서 주차중 앞뒤와 양옆 카메라에 입력되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 (차량이나 사람)가 있으면 녹화본을 저장한다. 컴퓨터에서도 영상처리를 위한 작업에는 컴퓨팅 파워가 많이 필요하듯이 이렇게 영상을 통한 모션 감지 녹화를 할 때는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 과연 센트리모드로 사용할 때 어느정도 주행거리가 줄어드는지 궁금했다. 며칠간 테스트를 해본 결과는 이러하다. 퇴근 후 주차해서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약 14시간을 주차한 경우, 차에서 내릴 때 남은 주행가능 거리보다 다음 날 차에 타서 본 주행가능 거리가 24km 가 줄었다. 내 차량 배터리를 기준으로 하면 4%를 사용했다. 회사까지 거리가 22km 정도니까 밤샘 주차에 한번 출근이나 퇴근을 할 만큼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이다. 회사에 와서도 주차를 해두니 결국 하루에 40km 정도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이 감시모드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기온의 영향도 받을 것이며 오가는 사람과 차량의 빈도 등이 변수다.
장시간 주차를 한 경우도 있다. 지난 주말 휴가를 다녀오며 약 58시간, 그러니까 이틀하고 10시간 주차를 해둔 적이 있었다. 이때는 배터리 잔량이 80%에서 62%로 줄었다. 18% 주행거리 감소는 24시간 기준 7.5% 정도이다. 위 출퇴근 주차했을 때 측정한 전력양과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감시모드 사용중에 차량의 전력을 소모하여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것 때문에 별도의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차량의 배터리관리시스템 오류를 방지하고자 별도의 수십만원짜리 모듈을 추가장착하기도 하고 블박 전용 보조배터리를 달기도 한다. 차량 구입하기 전에는 나도 이런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기본 제공하는 감시모드로 사용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장착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는데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이미 차량에는 4채널 블랙박스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엔 하드웨어 4.0 적용으로 해상도와 영상 품질이 향상되었다.
- 전방과 후방을 촬영하는 블랙박스를 단다 한들 주차시 문콕을 촬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4채널 블박을 단다? 이미 사이드미러 아래에 카메라가 있는데 여기에 또 문과 차체 사이로 선을 뽑아내어 카메라를 다는 것도 넌센스다. 특별히 장거리 출퇴근이 아니라면 주차시간이 운행시간보다 10배 ~20배 길다. 블박을 장착한다면 이 시간동안의 문콕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해 답이 나와야 한다.
- 전장류를 건드리는 것은 전선을 까는 순간 합선, 단선의 위험부담이 있다. 배터리관련 모듈을 추가로 장착 후 운행 중 잭이 빠져서 차량이 먹통이 되어 견인했다는 글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전장류를 건드리면 차량 고장시 제조사 보증이 거부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 해당 작업으로 고장난게 아니라면 그 이유로 보증을 거부할까 싶기는 하다.
- 기본 장착 카메라는 틴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박은 틴팅이 완료된 앞유리 안쪽 실내에 장착되기 때문에 틴팅 필름의 농도, 필름과 접착제의 광학적 특성 (반사, 울렁거림, 오염)을 일단 끌어안고 시작한다. 차량에 기본 장착된 전면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정중앙 맨 꼭대기 부분인데, 여기는 틴팅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틴팅 필름을 거치지 않고 촬영이 가능하다. 영상의 품질은 센서의 성능, 영상처리 알고리즘 등의 영향을 받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어두운 환경에서는 신호 증폭과정에서 노이즈가 들어가기 쉽다.
위에 적은 이유들 말고, 사람들이 블박을 별도로 장착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인 전력소모. 이건 겪어보기 전까지는 두려움이었는데 글 서두에서 말한것처럼 하루에 40km 주행거리가 줄어든다면, 이걸 감수할 수 있으면 감시모드를 켜는 것이고 이거 못견디겠다, 충전이 귀찮다, 충전비용이 아깝다 라고 생각한다면 위의 단점을 한번 더 생각한 후에 블박을 장착하면 될 일이다. RWD보다 상대적으로 배터리용량이 큰 롱레인지 쪽이라면 충전주기면에서 조금 여유가 있을 수 있겠다. 보통 출퇴근 시 차 안밀리는 시간에 제한속도 안넘고 순항(?)하면 2.6kWh, 차가 밀리거나 잠깐씩 읏쨔~ 하고 가속페달 밟게되면 3.5kWh 정도다. 평균 3kWh정도라 치자. 회사 주차장 충전기가 kWh당 170원이고 집밥은 150원이니 하루에 천원, 1년에 30만원 정도가 센트리모드로 소비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카드할인이나 적립이 들어가면 이 금액의 60% 정도가 청구된다.
굳이 계산을 해보자면 이렇다는 것이지, 그래서 블랙박스 달고 보조배터리나 배터리관리 모듈 달고 얼마가 들고 그래서 충전비용과 비교해서 얼마가 절약되고 이런 계산을 해서 더 돈이 아껴지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시모드로 주행을 위한 전기가 소모되니 감시모드를 끄고 블박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더 적은 유지비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은 충전비용이 중요한 사람, 충전을 자주 하기 어렵거나 자주 하기 싫은 사람은 감시모드 사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배선에 손 대기 싫은 사람, 주차시 문콕 녹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주 충전하는데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감시모드 사용을 선호할게다.
내장 4채널 블박이 있는 차에 2채널 블박 사서 달고, 차량가격 중 1/3에 해당할만큼 어마어마한 대용량의 배터리를 달고 있는데 배터리를 또 달고, 선을 까고 추가 장치를 연결했다는 글을 보고 어떤 이는 ‘난 이럴려고 전기차를 산게 아닌데…’라며 탄식하는 댓글을 봤다. 내 생각도 비슷하다. 차량이 원래부터 갖고 출고한 좋은 성능의 장치를 활성화하고 이용하는 서비스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생각중이다. 원래 전기차는 이렇게 쓰면 되는게 아닐까? 감시모드에 들어가는 전기 아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나. 게다가 문콕은 한번만 잡아도(?) 몇년치 센트리모드 전기값은 뽑는다. 이말은 곧, 센트리모드 안켜고 2채널 블박으로 아무리 주차모드 돌린다 한들 문콕 한번이면, 더 심하게는 물피도주 한번 겪으면 그렇게 아낀 전기값의 몇갑절을 자비 또는 자차 수리로 본인이 부담해야한다는 뜻이다.
물론 충전비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라가거나, 센트리모드의 신뢰성에 배신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해도 지금 장착된 기본 사이드 카메라 아래에 추가 사제 카메라를 전선 빼서 양면테이프로 붙이는건…naver..) 그 전까지는 감시모드에 맡겨보는 쪽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