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숙소 예약한 후, 드디어 때가 되어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 더 좋았던 여행. 간략히 정리해둔다.
- 대금굴을 예약하고 여행 첫 순서로 들렀다. 정문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교환할 때 매표직원분은 예약 내용 확인 후 추가로 할인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해주시고 환불과 재결제를 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근래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안내와 매끄러운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다정한 말과 행동이란, 노력과 의지의 결과임을 잘 알고 있기에 무척이나 감사해하고 있다.
- 대금굴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갔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단체 관람을 하였다. 고수동굴에 비해서 험하지는 않았으나 철제 난간을 잡아야 하는 구간이 있어서 장갑이 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동굴 내부에 흐르는 물의 양과 폭포의 굉음이 장관이었다. 유선이어폰이 달린 수신기를 나누어줘서 귀에 꽂고 관람코스를 돌면 녹음된 안내,설명 멘트가 나오기도 하고 가이드가 현장에서 말하는 설명과 주의할 내용을 수신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여행 전에는 가이드분께 예전 미술전시회 때처럼 인공와우를 위한 송신마이크 착용을 부탁드려볼까 했었는데 동굴 이라는 지형 특성상 실수로라도 가이드가 마이크를 떨어뜨리면 낭패일 것 같아 그러지 않기로 하였다. 관람객이 소지한 수신기쪽 이어폰 단자에 꽂아 인공와우로 재전송하는 장치가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는 그걸 테스트 해봐야겠다.
- 식사는 숙소 근처 삼고정문에서 생선구이돌솥밥을 먹었다. 기존 방문자들의 평들이 괜찮아서 선택한 곳으로, 4가지 생선 구이와 김치찌개, 반찬, 돌솥밥 모두 나무랄 데 없었다.
-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항구 근처 회 센터에 갔으나 술도 안마시는데다가 회 가격도 갸우뚱 하여 구입하지 않았다. 사실 회 센터라는데를 가면 앞에서는 호객행위, 뒤에서는 다녀봐야 다 똑같다는 소리 속을 지나다녀야 하며, 어느 회를 얼만큼 사야하고 이걸 사면 뭐를 끼워주고, 이 정도는 드셔야 한다는 “조언”에 어리숙하지 않은 척 협상을 하거나 쪼잔하지 굴지 않으면서도 바가지는 쓰지 않게 거래를 해야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세운상가와 용산전자상가에 컴퓨터 부품을 사러 다니면서 단련되었던 멘탈이지만 회 센터는 아직 어렵다. ^^; 우리한테는 대형마트의 양식 광어회가 더 잘 맞는 편. 위생적으로도 믿음이 가고 계절별로 편차가 적은 육질도 그러하다. 둘이 먹으려면 생물 광어 몇마리를 사야하는지 알 수 없으나 포장된 회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마음이 편한 요인이다.
- 회 대신 시내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포장해왔다. 삼척에 가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추천이 있던 곳이었다. 소스에는 최소한 5가지 이상의 채소가 듬뿍 들어서 과장을 좀 보태자면 소스 반 채소 반이었다. 소스에도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모듬채소 탕수육소스 버무림” 정도가 어떨까 싶다. 탕수육의 고기도 잡내없었고 바삭하게 잘 튀겨졌다. 다만, 찹쌀 탕수육의 부드럽고 쫄깃한 맛에 익숙해있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 저녁에는 숙소의 옥상 정원과 바닷가 산책을 다녀왔다. 산토리니 풍이라고 꾸며둔 옥상은 규모도 컸고 조명이며 시설이 멋드러지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펫 프랜들리라고 했던가,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실이 가능한 숙소여서 그런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들이 여럿 보였다. 원래는 사람이 걸어도 좋을법한 인조잔디인데, 곳곳에서 대소변을 보는 댕댕이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흔한 말로 ‘할많하않’이다.
- 두번째 날, 식사는 조식부페로 하였다. 보통 여행지에서는 현지에서 아침 식사가 되는 식당을 찾곤 했는데 숙소가 좋다보니 이번에는 밖에서 먹는 대신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일찍 서둘러 해변가쪽 창가 좌석에 앉았다.
- 일찌감치 체크아웃 하고, 전날 가려다가 못간 초곡 용굴촛대바위로 향했다. 무료시설 답지 않게 데크 산책로가 무척 잘 꾸며져 있었고 풍경도 좋았다. 설명 안내판도 잘 세워져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보았다. 짧은 코스임에도 유리바닥과 출렁다리도 갖추어 놓았다. 여기 안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아내와 몇번이고 이야기 했다.
- 촛대바윗길 중간에 상징 조형물이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 했다. 앞서 초로의 부부가 서로 찍어주고 계셨는데 지나가던 다른 노부부 중 남자분께서 자신이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니 걱정마시라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주셨고, 우리를 보더니 우리도 사진을 찍어주시겠단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하며 두어컷을 부탁드렸다. 선생님 저희도 찍어드리겠습니다 하고 폰을 받아 두어컷 찍어드렸다. 이것도 인연이라, 어디에서 왔느냐 서로 묻고 즐거운 여행길 되시라고 덕담을 나누었다. 넙죽 넙죽 90도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삼척활기치유의 숲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주차장에서부터 약 600미터 정도를 올라가면 치유센터가 나오고 족욕 코스가 있었다. 따뜻한 차와 시원한 차를 선택하면 준비해주시고, 그동안 물 온도를 맞춰 몇가지의 허브를 섞어 족욕물을 만들어주셨다. 나무로 된 방 안에서 허브 물에 발을 담그고 차를 마시니 무릉계곡 신선놀음이었다. 20여분 뒤에 준비되어 있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난 후 아내가 미리 준비해 온 새 양말로 갈아신으니 개운하기 그지없다. 단, 목적지 주차장에 이르기 직전 마지막 연속으로 설치된 과속방지턱 2개가 필요 이상 높게 만들어져 있어서 원래 차고가 낮거나 탑승객이 많이 타서 높이가 낮아진 승용차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 외,
- 충전은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19kWh, 숙소에서 아침에 급속 34kWh, 오는 길 휴게소에서 10kWh를 했다. 집에 도착해서 50kWh, 총 주행거리 약 750km이니 kWh당 6.6km 정도를 주행했다. 차량제조사에서 밝힌 복합전비가 5.5km/kWh 정도이니 경제적으로 잘 달린 셈이다. 전기 충전비용은 약 2만6천원이 들었다. 1만원당 288km이다. 주차중 감시카메라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1만원당 300km는 넘었을 것이다. 숙소 충전소에서는 할인되는 충전소 정보를 활용했다. 휴게소에서는 워터충전기를 써보려고 일부러 찾아갔고 명성만큼 앱과 충전기 사용 시 사용자경험이 대단히 뛰어났다. 서비스를 만든 이들의 고민과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울며겨자먹기로 써야하는 쓰레기같은 충전기와 앱을 써본 경험자로서 워터와 LG U+볼트업에서 만든 충전기와 앱은 천상에서 오오라에 감싸여 내려온 아이템 느낌이다.
- 숙소 앞 주차장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어찌나 사람을 잘 따르고 말대꾸를 잘 하던지 오며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간식이라도 챙겨왔으면 좀 먹였을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녀석이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니 앞으로 SNS에서 숙소명 + 고양이로 종종 검색을 좀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