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달아둔 위치, 속도, 충격 그리고 영상이 기록된 이른바 블랙박스에 기록된 데이타를 사용할 일이 있어서 주말 저녁에 꺼내왔다. 차에서 내릴 때 바지주머니 중 조그만 도장주머니에 넣어두고는 집에 들어와서 깜빡 잊고 꺼내지 않고 있다가 심지어 빨래를 하고 말았다. 아차 싶어서 널어둔 바지 주머니에 황급히 손을 넣어보니 주머니속은 아직 축축한 감이 느껴지고 SD메모리는 부러지지거나 꺾이지 않은채 그대로 있었다.
헤어드라이어로 온풍과 냉풍을 번갈아가며 몇분쯤 말리고나서 또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노트북의 환기구 옆에 한동안 두었다가 SD카드리더기에 넣으니 다행이 잘 인식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챙겨 나와서 블랙박스에 장착하고 전원을 넣으니 빨간불(전원)과 파란불(GPS수신)이 번갈아가며 깜빡거리면서 삑삑 소리를 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초기 삐익~~소리 한번 나오고 두 램프에 불이 들어와있는 상태로 있어야하는데 말이다. 메모리카드를 뺐다가 다시 끼워보기도하고 전원을 내렸다가 올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에러 상황.
머리속에는 온갖 가능성과 대응방안이 필름처럼 좌르르 돌기 시작한다.
- 침수로 인해 메모리카드가 에러인가. 침수한 날에도 이상없이 돌아갔고 이미 이틀간 건조가 되었는데 에러라면, 마르지 않았던 카드내 습기가 민감한 단자 부분을 부식시켰을 수 있다. 이렇다면 새로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 회사나 집 어딘가에서 2GB짜리 남는 메모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이걸 사용하든지 새걸 사든지 해야겠다.
- 혹시 메모리카드의 습기가 블랙박스 자체내로 스며들어가 기기오류를 낸 것은 아닌가. 이렇다면 일은 정말 커진다. 이러지 않길 바랄 뿐.
- 아니면 데이타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포맷을 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컴퓨터도 오류가 났을 때 껐다키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별로 나눠 녹화된 수백개의 데이타를 초기화하면 해결될 지도 모른다.
일단 메모리카드를 빼서 갖고 온 다음 회사 노트북에 달린 SD카드 리더기에 넣었다. 2번과 3번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SD카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고 탐색기로 열어보면 파일들도 잘 보인다. 2번 문제일 가능성이 있지만 3번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맷을 해보기로 했다. 해당 장치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포맷을 하……. 는데 쓰기금지가 되어 있다고 나온다.
에러가 난 원인을 찾을 것 같다. 블랙박스란 GPS와 렌즈를 통해 입력받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메모리카드에 쓰는 것인데 쓰기가 금지되어 있으니 데이타를 입력받아봐야 소용없기 때문에 에러를 낸 것이었다. ㅎ
제조사의 FAQ에도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적색 램프와 파란 램프가 번갈아 가며 깜박이고 삐 삐 삐 삐(4회 반복) 경고음이 나는 경우는 SD카드가 쓰기 방지가 되어 있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문제해결의 종료는 SD카드를 블랙박스에 넣고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과제를 종료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태도다. 이 과정을 마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가 없다.
부지런히 주차장에 가서 블랙박스에 끼워보니 제대로 동작한다. 가장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