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무렵이었는지 그보다 좀 더 일찍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모 지하상가에 있는 하운드라는 옷 매장엘 종종 갔었다. 중저가 브랜드였던거같고 매장이 흔치 않았던 곳이었는데 (검색해보니 그당시에도 우여곡절이 많아보였는데 지금은 사라진 메이커인듯.) 이 메이커가 좋았던건 옷 품질도 괜찮았고 신상품이 나올때 가면 적어도 마음에 쏙 드는 옷이 계절벌로 하나 정도는 나왔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력은 역시 기억나지 않는데, 여기 올때마다 주인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중엔 집안 얘기까지 하는 꽤 친한 사이가 되었다. 바짝 마르시고 키가 매우 크신 이 아저씨는 내가 오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잠깐 가게 보고 있으라고 한 다음 지하 상가 끝에 있는 구멍가게에 가서 캔맥주를 양손에 하나씩 사들고 와서 하나를 건네주셨다. 즉 대낮 옷가게에서 손님이랑 주인이랑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ㅎㅎ
그러다가 한동안 좀 뜸하게 되었고, 몇년후 다시 그 지하상가에 가보니 지하상가 끝쪽에 있던 그 옷 가게는 없어지고 말았다. 대충 이쯤이었던거같은데 하면서 여러번 오가면서 봤지만 역시 없어졌다.
지난주에 그쪽 지하상가를 지나가다가 그 가게가 있었을법한 자리를 보며 그때 그랬지 하고 잠깐 옛날 생각을 하고 있던 찰라에 ㅋ 어라? 그 아저씨가 보인다. 가게 밖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정리하고 계신 그 키크고 마른 분이 그 아저씨가 맞았다. 어어어 하고 한 5미터쯤 지나쳐가면서 어쩔까 하고 고민하다가 망설이는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커서 가게 들어가서 인사했더니만 오호,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억하고 계셨다.
나이는 드셨어도 여전히 그 얼굴 그대로고 지금은 아동복 매장으로 바꿔서 장사를 하고 계신단다.
훈훈한 이야기군요 ^^
MegaWave// 그러게나 말입니다. ㅎㅎㅎ 그날 어찌나 마음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ㅎ
전 중고등시절에 동네 비디오가게 주인 아줌마하고 친했었는데, 나이가 훌쩍 들어 동네 호프집에서 우연히 만났더랬죠. 같이 맥주도 한 잔 했습니다만, 기분 묘하더군요. ㅎㅎ
“야, 니들 동네에서 보기 무서워. 코 찔찔하면서 비디오 빌려가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다들 결혼해서 애기 데리고 다니니.” 하시더라는. ^^
일단 하운드는 중저가가 아니라 고중가고요…(–;
드뎌 찾았네^^
담엔 나두 꼭 들리자… 근데 왜?
돌쇠// 아 그런가. 중고가였나? 음. 그러고보니 또 그랬던거 같기도 하고.
kirrie// 오래된 추억과 만나는 건 참 놀라운 경험같습니다. 타임머신같잖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