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에 작년 겨울 붕어빵 포장마차가 하나 생겼는데 기억을 되살려보면 대단히 장사가 잘 됐던 집이다. 덩치 좀 있던 청년이 인사성도 밝고 덤도 척척 얹어주고 슈크림 붕어빵이라든가 계란빵이라든가 새 메뉴가 나오면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헀었다. 언제나 사람들이 줄서서 사갔고 저녁8시가 넘으면 다 팔고 문을 닫았다. 겨울이 가장 깊어져서 계란빵용 날계란이 얼어터지고 붕어빵용 반죽이 주전자안에서 얼어붙어 나오지 않는 때에는 여러분 덕분에 감사하게 해외여행 다녀오겠다고 쪽지를 붙여놓고 며칠간 문을 열지 않은 적도 있었다.
봄이 되어 붕어빵 포장마차는 사라졌다. 겨울이 되었고 몇주전부터 그 자리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다시 문을 열었다. 작년 그 청년은 아니고 아주머니 사장님으로 바뀌었다. 처음 갔을 때 2천원어치를 사서 몰랐는데 얼마 후 아내와 천원어치 사러 갔더니 기본이 2천원에 6개이고 천원어치 씩은 안판단다. 곧 저녁을 먹을 참이고 두 식구가 6개 먹기는 무리라, “아 그래요…” 라고 안사고 나올려고 하니 특별히 천원어치 주겠단다. 인건비도 안나오기때문에 천원이면 원래 2개밖에 줄 수가 없는데 이번에만 3개를 주겠단다. 감사하다고 사 오긴 했으나 이후로는 더 이상 그 집에 가지 않는다. 붕어빵이란 식으면 딱딱해지고 맛이 없거나 봉지 안에서 차갑게 눅눅해는 음식이라 따끈할 때 한번에 먹어야 하는 간식이다. 요즘 가구원수가 평균 2.5명이고 3인가구, 4인가구보다 1인가구, 2인가구가 더 많다. 6개씩 사가면 한번에 먹어치우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다.
아내는 1~2개를 먹으니 내가 4~5개를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먹고 싶지도 않고 아쉬운 소리해가며 천원어치만 팔아달라고 부탁하는것도 웃긴 일이다. 일장 연설을 들으며, 그래서 이번에 2개인지 3개인지 붕어빵을 담아주는 손에 신경을 집중하고 싶지도 않고.
그 때문인지 오며가며 볼때마다 줄은 커녕 투명비닐 창으로 보이는 포장마차 안에도 손님이 있는 경우가 없다. 어제 밤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밤 10시쯤 지나가며 보니 손님도 하나 없이 주인 혼자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최소 판매단위를 올려 객단가와 매출을 올리려는 붕어빵 주인의 의도는 1천원어치를 구입하려는 고객의 상대적 가격인상 체감 및 일장 연설의 부담, 다음번엔 2천원치씩 사러 오라는 압박의 합작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그 청년은 뭘 해도 되실 분이었나 본데 새로 오신 사장님은 아쉽네요.
그러게요. 천원 3마리든 아니면 2마리라도, 천원 단위로 판다는걸 써붙여 놓지 않는 이상 정말로 인건비도 못 건지실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