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경과와 메모 

By | 2023-07-11

5월 중순 아내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두달이 되어가는 지난 시점에서 그간의 기록을 남긴다.  결심하고 자료를 찾고 검사하고 수술하고 재활하기까지의 과정을 짧막하게 정리해보았다.  혹시 이 글을 참고하는 경우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하고 참고만 할 것이며 전문의의 진료를 거쳐 최종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 인공와우 제조사는  코클리어, 메델, AB(어드밴스드 바이오닉스)  세 군데 회사 중에 선택하면 된다.
  • 외과적 수술로 피부 아래 삽입하는 임플란트 장치와 외부에 장착하는 어음처리기로 구성된다.  두 장치는 자석이 삽입되어 있어서 피부 안팎에서 자력에 의해 서로 고정된다. 
  • 환자(소비자)는 외부 어음처리기만 선택하면 된다. 의료진은 환자가 선택한 어음처리기 제조사의 임플란트 장치를 수술로 삽입한다. 아마 환자 특성에 맞는 전극 길이 등을 감안하여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임플란트는 제조사마다 자신의 제품에만 대응하므로 한번 정하면 다시 수술해서 임플란트를 교체하지 않는한 일생동안 그 회사의 어음처리기를 사용해야 한다.  
  • 어음처리기는 두피에 붙이는 장치 하나로 구성되기도 하고 (일체형) 두피에 붙이고 귀에 거는 장치와 케이블로 연결된 형태가 있다. 일체형이 아무래도 무게가 더 나가고 그로 인해 더 강한 자석을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피부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신 일체형은 귀에 거는 장치가 없으므로 머리카락을 길러 그 밑에 장착하면 외부에서 장착여부가 티 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귀에 거는 형태는 안경,마스크 등을 사용할 때 간섭이 있을 수 있다. 대신 무게가 분산되어 자석에 의한 피부자극을 줄일 수 있다. 
  • 어음처리기 내부에는 충전지 또는 단추전지가 들어간다.  충전지는 전지 비용이 들지 않지만 매일 충전을 해야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  단추전지는 전지구입비용이 들어가는 대신 일회용 전지를 구입해서 교체하는 것이므로 전지 성능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달팽이관이 일정정도 손상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잔존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단다. 즉, 수술 후 어음처리기를 떼면 예전보다 자연상태에서 더 소리를 못 듣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 기술이 발전하여 잔존청력을 더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회사마다, 모델마다 보증기간과 프로모션이 다르다. 예를 들면 신상품인 경우 악세사리를 끼워주거나 보증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혜택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회사의 인지도, 역사,  일체형 여부, 출시일, 제품 및 배터리 보증기간, 서비스 악세사리 및 AS를 위한 회사 위치 등의 요소를 고려하였다.   
  • 신제품이 더 성능이 좋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지 출시일과 국내 출시일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즉 두달전에  국내 출시된 최신 제품이 있다 치자.  가장 최신의 제품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니 경쟁사 제품보다 그저 국내 출시가 늦어져 마치 최신 제품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 또한 외부 어음처리기는 수년이 지나면 더 성능이 좋은 신제품이 나와 교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초 구입 당시 얼마나 최신제품이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마치 5년마다 신차를 구입한다 했을 때 지금 신차를 구입하는 내가 가장 최신의 차량이지만 수년내 다른 사람들이 그때 나오는 신차를 구입하면 내 차가 구형이 되고 또 몇년 지나면 내가 최신형을 구입하는 셈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 아내는 청력이 저하되어 3~4년전부터 보청기를 착용하였는데, 연간 수차례 구입처에 방문하여 청력검사와 기기 설정값을 변경받아왔다.  대개는 전체적으로 또는 특정 주파수에 대한 감도를 조정하는 작업이었는데 업체 담당자는 마지막 방문시, 지금 올린 값이 최고치이고 더 이상은 올릴 수 없다고 하였다. 이후에 보청기를 통한 듣기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아내는 실망했고,  고민끝에 인공와우 수술을 알아보게 됐다.  인공와우 수술을 위해 찾아간 대형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던 중 해당 병원 담당자가 아내의 보청기를 살펴보더니, “이걸로는 제대로 못 들으셨겠는데요?” 란다. 보청기의 성능과 설정값이 엉망이라는 것이다.  사실 보청기를 처음 알아보러 갔던 다른 업체에서는 검사 후 인공와우를 알아보시는게 좋겠다고 이야기했었고 아내는 한 군데만 더 물어보자 싶어 두번째 업체를 방문했는데 여기서 보청기로 청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하여 이 업체의 보청기를 구입한 것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나서 보니 이 업체에서는 보청기로는 듣기 능력이 보완되기 어려운 정도의 중증 난청인에게 허위과장으로 제품을 판매한 것이거나 제대로 난청 정도를 측정하고 기기를 설정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정확한 난청 정도와 그에 맞는 제품, 수술을 권유받았더라면 그 시간동안 난청으로 인한 고통과 심리적 위축,  불필요한 금전적 지출은 피할 수 있었을것이다.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지만, 그저 보청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은 무조건 (대형) 병원의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상담받길 권한다는 말로 대신한다. 
  • 아내는 양쪽 동시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며칠간은 피부 아래 삽입한 임플란트를 고정하고 수술부위 봉합을 위해 붕대로 머리와 귀를  칭칭 감아두었다. 보청기도 할 수 없고 수술중 달팽이관은 일정 정도 손상이 왔을테고 아직 인공와우 어음처리기는 부착하지 않았고 붕대는 감고 있으니 완전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아마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 며칠 후 일단 붕대만 풀고 퇴원하였고 사나흘 후에 병원에 방문하여 인공와우 어음처리기를 부착하였다.  처음에는 수술부위가 부었기 때문에 내부 장치의 자석과 외부장치의 자석이 잘 붙지 않아 가장 강한 자석으로 했는데도 불안불안했다.  붓기가 빠지면서 적당한 자력의 자석으로 교체하였다. 자력이 필요이상 강하면 두피에 자극이 갈 수 있다.  지금은  어음처리기에 실리콘 케이스를 씌우고 투명한 와이어를 결합한 후 머리핀과 연결하여 고정력을 증대할 수 있는 악세사리를 사용하고 있다. 자석만 담당하던 장치 고정의 역할을 분산해서 부담할 뿐더러 만에 하나 장치가 떨어졌을 때 분실을 방지할 수 있다. 장치 하나에 소형차 한대 가격이니 분실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수술 후 어음처리기를 붙이기 전까지는 극도의 고요함 속에서 지내야 한다. 어음처리기를 처음 붙이는 날이 다가오며서 내부장치와 잘 연결될지,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에 대해 기대와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이다.  자연 상태의 인체기관으로 인식하는 소리와 얼마나 다를지, 어느 정도까지 예전의 청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 부착 직후 측정 기기로 체크해보니 외부 신호가 제대로 내부 전극으로 제대로 전달되고 있단다.  매핑실 담당자가 처음 어음처리기를 부착한 후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을 때 아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눈물을 닦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담당자의 목소리가 정확하진 않고 기계음처럼 들리긴 했는데 수술 후 적막속에서 지내다가 들은 첫 사람의 소리인데다가 수술이 성공적으로 됐음을 알 수 있어서 여러 감정들이 몰려왔다고 하였다. 아마 어두운 산길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쓰러져 있을 때 구조대가 근처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싶기도 하고. 
  • 어음처리기를 통하면 어떤 소리는 원래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고 어떤 소리는 이상하게 들리는듯 하다.  또 어떤 소리는 듣기 편한데 어떤 소리들은 날카롭게 들리기도 한단다. 그런데 희한한 것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다양한 소리들이 새로이 느껴지고, 모호했던 것들이 명확하게 인식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새 소리가 띡-띡-띡 하고 들렸는데 다음 날부터는 짹~짹~짹 하고 실제 새 소리와 더욱 흡사하게 들리는 것이다.
  • 대략 1주일에 한번꼴로 병원에 방문하여 매핑과 언어치료를 받는다. 매핑은 기기의 값을 설정하는 것이고 언어치료는 여러 단어와 문장에 대한 듣기 능력을 테스트하고 다음 시간까지 연습해올 과제를 받아오는 것이다. 매핑실에서는 컴과 인공와우를 케이블로 연결한 후 이런 저런 소리 신호를 보내어, 소리가 너무 크냐, 크지만 들을만하냐, 편안하게 들리느냐, 작으냐 등을 묻고 설정값을 조절해준다. 아내는 어음처리기에 몇개의 설정값을 사전 셋팅 받아왔고 이걸 프로그램이라 한다. 3~4일 간격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하며 적응하라 하였다. 프로그램 간 정확한 특성은 모르겠으나 아내 말로는 프로그램을 조정할 때마다 점점 소리가 크게 들렸다고 한다.  특정 주파수 대역은 꽤 높은 소리로 들려서 다소 불편했다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지만 않으면 프로그램별로 할당된 날짜수만큼 가급적 참으면서 사용해보라 하였다. 
  • 어음처리기를 부착하고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면 아내의 청력은 대단히 좋아졌다.  자막이 없으면 보기 어려웠던 넷플릭스 한국 영화, 드라마를 상당부분 알아듣게 되었다.  가스렌지의 점화 플러그 튕기는 소리를 안방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못들었던 고양이 녀석의 야옹 소리도 듣게 되었고 각종 리모콘의 동작음도 듣게 되었는데,  비데에 사람이 앉으면 착좌센서가 아주 작은삐 소리를 내는데 비데에 앉을 때 무슨 소리가 들리는게 맞냐고 해서 깜짝 놀랐다. 
  • 무엇보다 사람하고 대화하는게 아주 수월해졌다.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면서 더욱 사람들의 말을 알아 듣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도 상당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나와의 대화도 원활해졌고 작은 소리로 불러도 잘 알아듣게 되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바깥이 풍경에 대해 문득 이야기하고 싶으면 저 나무 엄청 무성하네 라고  말하면 된다. 전에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으로 가리킨 후 입모양을 보게 하거나 수화를 섞어서 이야기 해야 했다. 청력이 약한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남과의 의사소통이 안되면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오게 된다.  선천적이었으면 오히려 어떨지 모르겠지만 잘 들었다가 언제부턴가 점점 듣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의사소통이 어려울만큼 난청이 심해지면 당연히 심리적으로 위축될게다.  인공와우 수술로 이런 점들이 회복되고 있는 점이 가장 기쁜 일이다.  맵핑실과 언어치료실 담당 선생님들도 만날 때마다 아내의 점점 표정이 밝아진다고 이야기 한다. 
  • 그동안 안들리던 소리들이 들리므로 아내는 지금 들리는 이 소리가 무엇이냐고 종종 묻는다. 근처에서 인테리어 공사중인 상가에서 나는 못질 소리라고 알려주거나,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가 맨홀 뚜껑을 밟고 지나가면서 나는 떨꺼덩~소리라고 알려주면 그때 그때 그 소리와 상황을 기억해둔다. 아마 자연스럽게 뇌에서는 예전에 알던 못질  소리와 맨홀 뚜껑 밟는 소리를 지금 들리는 소리와 매칭시켜서 새로이 소리 DB를 만드는 것으로 짐작한다. 글 앞부분에도 쓰긴 했지만, 뇌가 참 신기한 것이 처음에는 다르게 들리던 소리들이 점점 원래 듣던 소리와 비슷하게 인식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  음악과 노래 인식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어떤 사람 수술 후기를 보니 같은 노래를 제대로 들리지 않더라도 ‘1만번쯤’ 듣고 나니 갑자기 노래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아내도 노래 인식은 아직 만족스러운 단계는 아니나 예전에 자주 들었던 노래들일수록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했다. 
  • (그 실력은 없고 욕심은 많았던 ) 보청기 업자로 인해 오랜 난청으로 속상해 하면서도 비용과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고민하던 아내는  ‘계속 이런 인생을 살 수는 없다 ‘는 생각에 전격적으로 수술을 결정했다. 용기를 낸 아내는 수술한지 두달도 되지 않았는데 수술 결과에 열번이고 백번이고 만족한다 하였다. 같이 생활하는 사람이 지켜보기에도  극적으로 청력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고 그로 인해 개인과 부부의 행복감 역시 높아졌다.  
  • 사람마다 인공와우 제조사에 대한 선호도가 있겠지만 사실 이게 사람마다 편차가 있고, 재활 정도에 따라 소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천차만별이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신이 사용한 제품 말고는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 사용해볼 기회가 없다보니 타사의 제품과 비교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주 드물게 양쪽 귀에 각각 다른 회사의 임플란트를 심은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양쪽 귀의 상태와 증상이 동일하지 않을테니 그 또한 정확한 비교가 어려울 것 같다.  여러 후기들을 살펴보고 꽂히는 후기가 있다면 그 제품과 병원, 의사를 기준점으로 찍어놓고 점점 신뢰성 있는 증거자료들을 수집해서 확신을 키운 후 수술을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아내는 수술 전  언어치료실에서 받은 테스트에서 문장 인식률이 4%대였고 수술 1개월 후인 6월에 다시 검사했을 때 95.2%가 나왔다. 인공와우 수술한 이들은 평균적으로 70~80% 정도 점수를 받는다 하니 상당히 수술 경과가 좋은 편이다.  2글자 단어의 인식률은 85%이고 1글자 단어의 인식률은 70%였다. 수술전 검사에서는 0%였다. 지금은 더 좋아졌을 것이다.
  • 수술하고 한달쯤 지나 수술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고, 여러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의사는 수술 경과가 너무 좋고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니 이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라고 하였다. 

4 thoughts on “아내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경과와 메모 

  1. Lagertha

    제 19개월된 딸아이도 다음달에 인공와우 이식술이 예정되어 있어요. 선천적으로 왼쪽 귀가 아예 들리지 않아서요. 케이스는 다르지만 글을 보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가족으로서 느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아요.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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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f Post author

      Lagertha// 어린아이라 보호자분께서 더 많이 재활에 노력해주셔야겠네요. 따님도 수술 잘 받으시고 듣는 즐거움을 평생 누리면서 지낼 수 있길 바랍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좋은 경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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