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회사에서 시켜줬던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아보고 오랜만에 다시 받았다. 검사일이 다가올수록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은 자제하고 검사 전날은 금식 해야하는 등의 사전 조치가 필요했는데 음식 조절하는 것은 장을 비우는 약먹고 화장실 가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가루약을 탄 물통의 물을 마시고 그 통을 포함하여 1.5리터를 초저녁에 한번, 새벽에 다시 한번 먹고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이게 참 고역이다. 가루약엔 레몬향 첨가라고 써 있으나 괴상한 레몬향이 났고 물 1.5리터를 30분 안에 마셔야했다. 얼추 한시간쯤 뒤부터 소식이 와서 화장실 들락날락. 대충 밤11시쯤에 1차분에 해당하는 물은 다 나온듯하다. 안내문에는 아침 9시 검진에 맞춰 새벽 5시부터 다시 2차 약을 먹으라고 되어 있었으나 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소식이 오면 굉장히 난처한 상황일 것이기 때문에 한시간 앞당겨 일어나 복용을 시작했다. 정말 약의 맛은 너무도 이상했는데, 마지막 세번째 물병의 200ml 정도를 남기고는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목구멍까지 물이 찰랑거리는 느낌이었고 더 마시면 토할것 같은 울렁거림에 마시기를 그만두었다. 아침까지 계속 화장실 들락거려야할 것 같아서 안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아예 작은 방으로 이불 싸들고 건너왔다. 이불은 바닥에 깔고 배낭을 베게삼아 자리를 잡았다. 이후 또 몇차례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1차때와 비교하여 1회당 방류량(…)은 늘고 그러다보니 횟수는 줄었다. 비울 수 있을 때 까지 비우고 8시에 집에서 출발. 건강검진 신청할 때 위,대장 내시경 검사는 무조건 수면만 선택할 수 있었기에 수면검사를 위한 약기운에 운전은 위험할테니,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병원에 8시 45분쯤 도착. 접수하면서 수면내시경을 비수면(일반)으로 변경 가능하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위내시경은 늘 비수면으로 해온데다가 대장도 뭐 까짓거 비수면으로 받으면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회복 시간도 훨씬 빠르고. 그리하여 비수면으로 변경. 병원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간호사의 인도에 따라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검사하러 다녔다. 뇌CT부터 시작해서 예전부터 한번 받아보고 싶었던 경동맥초음파도 받게 되었다. 그때 아랫배가 살살 아프길래 초음파실 간호사에게, 이따가 대장내시경이 있는데 물(…)이 조금 남은거 같은데 화장실 다녀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잘 모르겠단다. 이후 채혈과 소변 받는 과정이 있어 그때 얼른 한번 더 화장실에 다녀왔다. 나온 양을 보니 안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그러고보니 새벽에 한시간 먼저 일어나서 약 먹길 잘한 셈. 은근히 오랫동안 나온다,
드디어 대망의 내시경이다. 위 내시경을 먼저하는데 일단 자세는 대장내시경 자세로 시작한다. 위 내시경은 짧게 끝나지만 내시경이 목구멍을 통과할때가 고역이다. 이물질이 들어오니 기침이 나고 목이 조여진다. 이때 구역질과 기침을 참으며 목의 긴장을 풀어 내시경을 넘겨주는게 중요하다. 옆으로 누운 채 눈물이 또르르.. 이후로는 얕은 숨을 내쉬면서 버티면 된다. 위 내시경이 끝나고 바로 대장 내시경 시작이다. 의사와 간호사 두명 , 나까지 넷이서 모니터를 다같이 본다. 화면에 비춰지는 똥꼬 입구부터 시작해서 장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뜬다. 물을 다 뺀다고 뺐지만 조금 남은 물이 내시경이 지나가면서 이리저리 장의 통로를 누르니 남은 물이 흐르는게 보인다. 이 물은 내시경에 달린 흡입기로 빨아들여져 별도의 통에 모인다. 어젯 밤의 고역으로 인해 장 속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고 아주 작은 잔여물만 한두조각 붙어있는게 보였다. 아마 대장내시경을 수면으로 하는 이유는 고통스러워서라기보다 이런 민망함을 맨정신으로, 다같이 모니터로 보는 걸 피하는데 있지 않은가 싶었다. 민망이야 하겠지만 어차피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종일 이 일을 하는 것이고 매일 수십명의 똥꼬와 대장과 잔변을 보는것이니 큰 관심이 없을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이 나를 보는 것에 지나치게 에너지와 인생을 낭비하지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시경이 구불구불한 장 속들 다니고 공기를 주입시켜 공간을 넓히느라 뱃속이 불편하다. 공기 때문에 방귀가 나올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이 와중에 방귀뀌자고 힘을 줄 수도 없고 힘을 준들 내시경이 똥꼬를 막고 있으니 나오지도 않을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참는다. 살펴보던 의사는 들어갈 때는 괜찮았고 나올 때 다시 한번 찬찬히 보겠다고했다. 나오면서 대장 점막아래 작은 돌기같은게 보였는데 잠시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의 색감이 바뀌었다. 아마 조사를 위해 특수한 빛을 쬐는게 아닌가 싶었다. 간호사가 기다란 ‘꼬챙이’를 가져왔고 내시경이 들어간 통로로 집어넣으니 잠시후 화면에 작은 집게발이 나타났다. 자그만 돌기를 집게로 꾹 눌러 뜯어냈고 그 자리엔 약간의 출혈이 보였다. 아 무슨 레이저나 칼이 아니고 집게로 뜯어내는구나;;; 대장벽엔 통물로 그 부분을 씻어내는 것도 보였는데, 의사는 2mm 정도의 용종이라 했다. 이후 2mm 짜리 하나 더와 4mm 짜리 용종을 떼어냈고 4mm짜리는 조직검사를 보낸단다. 떼어낸 자리에 출혈이 더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내시경이 빠져나왔다. 전체 검사에 15~20분 정도 소요되지 않았을까 싶다. 수면을 하지 않았으니 바로 일어날 수 있었지만 10분간 쉬었다 가라며 침상째로 휴식실로 이동되었다. 휴식실에선 담당 어르신 한분이 이리저리 침상을 배치해놓고 계셨고 내 침상을 끌어주실 때 똘망한 눈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하니, 어라? 수면이 아니시네. 란다.
모든 검사과정을 다 마치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 나오는데 걷는게 약간 느릿느릿하다. 대장내시경 직전에 진통제와 장운동을 억제하는 주사를 맞았는데 그 여파가 아닌가 싶었다. 당일 저녁에는 죽 한그릇과 빙수를 먹었다.
대장내시경 전체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 중 90%는 장청소약+물 먹는 것과 화장실 가는 것이다. 나머지는 병원 가는 길에 길바닥에서 갑자기 배가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나머지가 실제 내시경 검사과정이니, 내시경 자체는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장청소약의 냄새와 맛이 역하니, 어떻게 알약으로 되서 따로 꿀떡 먹고 이후에 맹물을 마시게 하는 방법은 안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