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쯤 전 아버지를 뵙고 식사하고 온 날, 아내는 아버지의 틀니가 불안정해 보인다고 얘기했다. 그러고보니 식사할 때와 대화 중 틀니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여쭤보니 20년쯤 된 틀니인데 그동안 또 빠져버린 치아도 있고 구강 내 잇몸뼈도 약해지시고 하여 잘 고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새 틀니 이야기를 꺼내니 손사래를 치긴 하셨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여러번 설득과 강압(…)끝에 병원에 모시고 가기로 했다. 계신 곳 도내 의료원의 치과에 모시고 가서 살펴본 결과, 아래 틀니는 문제가 없는데 윗쪽 틀니는 새로 맞추셔야 한단다. 10월 하순 첫 진료부터 시작해서 어제까지 약 3주간 총 5회 병원에 방문했는데 틀을 뜨고 틀니를 만들어 오고 구강 구조에 맞게 세세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 방문일에는 틀니를 찾아왔다. 4회차 방문때 약간 잇몸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동안 손질을 마쳐서 어제 착용하셨을 때는 아주 편안하게 잘 맞았다고 하셨다.
제작기간 중 병원에 가야하는 날에는 아버지는 병원에 혼자 다녀오겠다고 하셨지만 다섯번 모두 아버지와 동행해서 다녀왔다. 아버지 틀니 해드리러 병원 갈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걸 연차휴가를 남겨가며 혼자 다녀오시게 하겠는가. 하루에 한두번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 그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면 병원에 도착 후 예약한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결제를 위해 무인정산기가 있음에도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결제하고 다시 또 버스 시간까지 기다렸다 타는, 실제 이동하고 진료하는 시간 외에 3~4배의 시간을 기다림으로 보내야 하는 날이다.
요즘 반차를 자주 내시네요 하는 소리 따위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 중요하면서도 소중한 일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