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하려는 사람들에게.

By | 2006-01-02

새해에 가장 많이 하는 결심중의 하나가 아마 “금연”일것이다. 그러나 또 가장 많이 실패하는 것 또한 “금연”일 것이다. 연말부터 동료직원 이 금연을 시작하셨는데 내가 담배를 그만피우기로 결심하고 금연침이니 금연초니 아니면 니코틴 패치니 하는것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냥 독한 마음 먹고 딱 끊어버렸는데 그 결심을 지켜온 방법을 — 잠깐 말로도 이야기 했지만 — 다시 정리해본다.

아무리 담배가 몸에 안좋고 폐가 시커멓게 쪼그라든 사진을 보여주어도 금연 안할 사람은 때려죽여도 안한다. “아~ 현대 질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담배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니 오히려 다른 병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거든.” 그러면서 주위에 담배피우는 사람들을 보며 “거봐. 저 사람들도 잘 피우고 잘 살고 있구만 뭐.”하며 계속 담배를 피워야할, 피워도 될 이유를 찾아낸다.
담배를 끊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폐암이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점이다. 다 안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폐암을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치부해버린다. 설마 내가 걸리겠어? 그리고 그까짓거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 그래? 라며 호기롭게 담배연기를 폐속으로 집어 넣는다. 우리는 왼손에 쥔 컵을 오른손으로, 또 그 반대로 옮겨 쥘 수 있다. 그러나 떨어뜨려 깨진 컵은 원상복구할 수 없다. 폐암에 걸리게 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다. 벽에 걸린 붙박이 옷걸이가 밤중에 뜬금없이 툭~ 떨어져 사람을 놀래키는 경우가 있다. 옷걸이의 접착면은 견딜 수 있는 무게보다 더 많은 무게를 달고 있던지 또는 접착면의 노후로 서서히 피로도가 증가해오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것이다. 폐암환자가 된 순간, 세상이 달라져 보일 것이다. 새로 기획안을 짜고 몇십줄 새로 코딩을 하고 mp3를 다운받고 카트라이더를 하고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회의시간에 발표할 파워포인트를 손보고, 이런 모든 것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진다. 폐암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의 세계에서 격리되어 이제부터 죽음과 싸워야하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집안은 풍비박산하고 와이프와 아이는 당신없는 험난한 인생을, 부모에게는 자식의 송장을 치워야하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남기는 것이다.
예전에 들었던 우스개중에 이런게 있다. 어느 마을에 홍수가 나서 물이 차올라 다들 대피하는데 목사님 한 분은 하나님이 구해주실거라고 하면서 도망치질 않았다. 계속 교회당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기도만 했는데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와서 구조하려해도 거부하고, 물이 교회 끝까지 차올라 헬기로 구조하러 왔을때에도 하나님만을 찾으며 구조를 거부했단다. 결국 물에 빠져 죽고나서 하나님께 왜 저를 구원하지 않았느냐고 원망을 했더니 하나님 말씀하시길, “쯔쯔.. 그 보트랑 헬기는 누가 보낸것 같냐?”
문득 기침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피곤하고, 가슴에 가끔 통증이 있고, 겨울에 감기에 잘 걸리고. 분명히 몸은 당신에게 고통스럽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안보냈다고 하지 말아라. 당신이 무시했을 뿐이다. 이때 멈추지 못하면 떨어진 옷걸이처럼, 깨진 컵처럼, 물에 빠진 목사처럼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 똑똑하고 이성적이고 남들에게 다는 아니어도 뭐 하나는 빠지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담배 한개피를 피고 싶어서 두리번거리다가 재떨이까지 힐끔거리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도 안다. 담배를 피우다가 안피우기 시작하면 흡연을 정당화하는 듣도 보도 못한 핑계들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머리속에서 만들어져 내 뇌를 들었다 놨다 한다. 짜증과 무기력증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득 채워져서 온 몸의 땀구멍을 통해 줄줄 새나오는 걸 느낄 수 있을 지경이다. 그 과정을 담배를 끊었기때문이라고 불평하며 다시 흡연의 세계로 도망치지 말아라. 금연이란 원래 그런것이다. 흡연이 주는 그 편안함에 대한 욕망은 담배를 계속 피우기 위해 만들어진 욕망일 뿐이다. 마치 비닐봉투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숨이 막혀 헐떡이다가 봉투를 벗으면 하아하아~ 신선한 공기가 달콤한 것처럼. 그런 바보같은 짓은 그만하자.

5 thoughts on “금연하려는 사람들에게.

  1. 만박

    흡연 블로거들의 반격 트랙백이 과연 날라올까? ^^
    Happy new year, hof옹!

  2. MegaWave

    좋은글 읽고 갑니다. 저도 올해부터 금연을 하는 사람이군요. ^^

  3. Pingback: Bookworm's Archive

  4. Pingback: 블로그 지음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