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에 원체 무덤덤해서 그냥 무난한데다가 양만 많으면 만족하는 스타일입니다. 특별히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렇지만 살다보니 마음에 드는 음식점이 몇 군데 생기더군요. 기억에 남는 집을 보면…
1. 영등포 함흥냉면집
영등포역과 연흥극장, 경원극장 사이에 있는 번화가 안에 있는 냉면집입니다. 30년 넘었을걸요? 여기 저 초등학교때부터 엄니나 이모들 따라서 다녔던데인데 아직도 그대로 있습니다. 높은 건문들 사이에 있는 1층짜리 오래된 건물 그대로구요. 물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전문이고 요즘에는 김치만두 요리도 있는 것 같더군요. 노란 양은 주전자에 육수국물 내 오구요 어렸을때 보던 갈색 도자기 컵에 따라 마십니다. 어렸을 때 냉면 나오기 전에 한주전자 다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크크.
2. 종로 무슨무슨 찌개 백반집
음, 여기는 가게 이름을 모르겠네요. 어디냐면..탑골공원 정문에서 길 건너편을 보면 정면에 골목이 하나 보이는데요 그 골목 조금만 들어가면 골목4거리 모서리에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유리창 안쪽에서 불에 휩싸여 끓고 있는 뚝배기들을 볼 수 있죠. 정말 조그맣고 탁자가 다닥다닥 붙은 곳이어서 혼자가면 모르는 사람과 같이 먹어야 하기도 합니다. 4인 테이블인데 가운데 수저통이랑 고추장통으로 나뉘어서 다른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먹는 일이야 아주 흔하죠. 밖에 주욱 줄 서있어요. 큰~ 스댕 대접에 밥 나오구요. 얄팍하게 콩나물 밥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김치 두세종류의 반찬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밥에 김치랑 열무김치, 무채 같은거 집어 넣고 고추장 푹 떠놓고 숟가락으로 된장뚝배기 국물 떠 넣어서 석석 비벼먹으면 되요. 메뉴가 몇개 안됐는데… 그냥 된장찌개랑 우렁된장찌개랑 순두부까지는 확실하고 김치찌개가 있었나 어쨌나 잘 기억 안나네요. 된장은 3천원이었던거 같고 뭐 다른건 천원 남짓 더 했던거 같네요. 싸죠? ㅋㅋ
3. 인사동 항아리 수제비
낙원상가쪽에서 인사동골목 쭈욱 들어가면 한참 들어가서 왼쪽편 건물에 무슨 치과 간판이 있습니다. 최치과? 잘 기억은 안나구요. 2층쯤 높이에 걸려있던 초록색 간판인듯. 아무튼 그 간판이 왼쪽 편에 보이면 맞은편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구요 쭈욱 들어가서 왼쪽으로 한번 다시 오른쪽으로 한번 꺽으면 나오는 집이에요. 항아리에 수제비 담아 나오고 표주박으로 자기 그릇에 떠 먹는거죠. 여기에 청양고추인지 청량고추인지 썰어넣은 양념간장을 끼얹어 먹으면 아주 그 맵고 뜨거운 맛이 일품이죠.
4. 신옛찻집
옛찻집 앞에 “신”이 붙은 특이한 이름이죠. 여기는 예전에 경인미술관 후문(?)쪽 골목의 맨 끝에 있었는데 아마 인사동 초입쪽으로 옮긴듯 하더군요. 옮긴 다음에는 한번도 안가봤는데요. 옮기기 전에 참 괜찮았습니다. 한옥을 개조한 곳이었는데 집 안에 새가 노닐었죠. 마루끝에 마당에 정원을 꾸며놨고요 (물론 천정이랑 벽은 막혀있어요.) 그 정원에 온갖 새들이 날아다니면서 짹짹 거렸습니다. 조용한 무슨 전통음악이 흘러나오고 새소리 들리고 방안에 앉아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습니다. 집어먹으라고 나오는 한과와 절편떡도 어찌나 맛있었는지 원. 전 항상 시원한 새콤달콤떫떠름한 오미자차만 마셨어요.
5. 이름 모르는 어느 집완산골 명가
여긴 회사 근처인데요 그러니까 서대문에 보면 경찰청이 있는데 그 경찰청4거리에서 시청역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왼편에 우리은행이 있어요. 그 은행 지하 (우리은행 다음 건물이던가? 아무튼 배재반점 이라는 중국음식점이랑 같이 있어요.)에 있는 음식점인데요. 냉채족발이 우선 맛있구요. 큰 접시 가운데 족발 얇게 썰어서 놓고 주위에 오이채, 맛살채, 해파리냉채,양배추절임 뭐 등등 삥~ 둘러놓고 얇게 썬 쌈무에 올려놓고 먹는거죠.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끝내주는게 “한방모주”라는거에요. 약간 넙대대한 밥사발같은데 한잔 나오는데 색깔과 점성(?)은 껄주룩한 미숫가루와 아주 비슷합니다. 이게 맛이 끝내주네요. 한약재 맛이 약간 나면서, 아 뭐랄까 약간 쌍화차 향 같은게 나면서 달착지끈하게 맛있어요. 막걸리에 뭘 섞었다는데 알콜기도 거의 없구요. 아주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맛있습니다. ㅠ..ㅠ乃
옛찻집은 가봤는데… 분위기는 두 곳이 비슷한가 보군요.
저도 함흥냉면 집, 어릴적에 종종 다녔었는데요. ㅎㅎ
글쓴 김에 한턱 쫌 쏴~ 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