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고 존중할 수 있는 글.

By | 2010-07-20

전에 어떤 유명한 블로거가 그랬다. “전 거품이에요~”
사실 생각해보면 그 사람뿐 아니라 블로그를 쓰는 모두는 일정정도 자신의 거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면 늘 하는 얘기지만 그냥 자기 컴퓨터에서 메모장 열고 쓰거나 비공개 카페 만들어서 쓰는게 신경쓸 일도 적고 여러모로 낫다. 사실 허세야 인간의 기본 욕구 아닌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허세는 백지 한장 차이이고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구별하기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참조 : 싸이월드가 젊은이들의 허세라고 비웃는 이들은 … -골룸-)
엊그제 읽은 글 하나가 있다.
[그만의 까칠한 시선] 네이트, 네이버, 인터넷윤리?
그만님 정도의 위치에 계신 분께서 구태여 허세를 부리기 위해 까칠하고 공격적인 어투를 사용하셨다고 보기엔 이해하기 어렵다.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오바,호들갑, 돈에 환장”등의 수식어, 또 “섣불리 사용자에게 과금하려는 태도나 매출 성과에 매몰되어 있는 모습”등의 표현은 아쉽기 그지없다.
어느 누구라도 무엇인가에 대해 비판하거나 조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표현은 내용을, 본심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어야한다.
인터넷서비스를 하다보니 고객의 의견이나 건의를 접하게 되기도하고 나 역시 수많은 서비스의 사용자로서, 또 인터넷을 사용하는 자연인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뭐, 옛날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지만 표현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야할려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표현도 더 강해야하고, 흔한말로 “쎄게 말해야하는” 시대인것 같다. 열받는다, 뚜껑열린다는 정도는 그래도 나았다. 화나고 흥분하면 얼굴도 울그락불그락해지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반영한 표현이니까. 그런데 요즘은 이 화나는 감정을 표현할 때 “아오 빡쳐” (ㅋㅋ)라는 표현으로 많이들 쓰는 것 같다. 괴성같은 의성어에 빡(마빡?)을 쳐(골때린다와 유사한 어원?)댄다는 표현을 합친, 상당히 짧지만 복합적이고 강한 표현이다.
화가 나는 대상에게 내가 화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그것을 표현할 때 나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나는 속상하다. 만화속에서 나왔던가, 나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 그래도 내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라는 표현처럼 누군가에겐 따뜻한 연인이고 누군가에겐 지혜와 식견을 갖춘 상사일텐데 이런 일상의 품위와 유머를 온라인에서도 반영하지 않은(또는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람에 대한 비아냥이 아니라 그냥 그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차 룸밀러에 염주나 묵주, 십자가나 연등 장식을 걸어두었으면서 양보운전 안하는 운전자가 그래서 더 밉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라는 스티커를 붙였으면서 노란불에 부웅 가속하면서 교차로를 통과하는 운전자가 그래서 더 밉다.
좋은,선한 의도는 그것을 표현하고 그렇게 행동할 때 의미가 있다.
그만님의 글을 읽고나서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는 crezard님에게 저 글 보셨느냐고 여쭤봤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저희는 매출성과에 매몰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돈에 환장하여 몇주에 걸쳐 보도자료를 내지도 않았어요. ”
“2억 매출돌파 홍보자료 내고 처음 냈고요.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존재함을 인정하고요. ”
“매출 홍보자료를 내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개발사에게 기회의 땅이 여기에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뿐이니까요. 고맙습니다.”

발언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구독자가 많은 블로거나 팔로워가 수천명,수만명 되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많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대단한 능력이다. 그러나 그 중에 정말 손꼽을만한 사람들만이 냉정함속에 유머를 섞어 넣을 수 있고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비난이 아닌 비판과 애정이 담긴 조언을 할 수 있을뿐이다.
블로그나 트위터를 열심히 보지만 객관적으로 사실을 적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촌철의 식견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끝에는 부드러운 유머로 악의없는 제스추어로 마무리하는 글을 보기가 참 어렵다.
이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인격의 문제이므로 해외기술블로그를 읽고 트랜드버드를 구독하고 5만명 10만명이 팔로우하는 트위터를 읽는다고 배울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잘 모르겠다. 태터앤미디어와 SKT는 공동비즈니스도 하고 있는 판에 대표분이 그 자회사를 이리 감정적인 용어로 비난을 하시는 것으로서 얻으시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독설은 질풍노도의 시기의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다양하고 심오한 정보를 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품위있고 존중할 수 있는 글을 써주시길 기대한다.

6 thoughts on “품위있고 존중할 수 있는 글.

  1. 케이

    호프님과 골룸님 그만님의 글을 동시에 보고 있어요 ^^

  2. 그만

    ^^ 네, 반성중입니다. 솔직히 조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거 맞습니다. 까칠하고 공격적인 블로거의 정체성과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정체성이 제 내외면에서 충돌하고 있거든요. ㅋ
    ‘까칠한’ 매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자괴감에 일부러 좀 ‘까는 척’ 좀 해보려고 했네요. 예전엔 링블로그가 발끈 포스팅이란 매력적인 내지르기 글쓰기의 연습장이었는데 요즘 그러기 힘드네요. 이런 지적글을 보면 뜨끔~ㅋ.
    두번째는 요즘 내외부의 시선이 예전 처럼 ‘재야의’ 또는 ‘숨은’ 정도의 수식어가 아니라 ‘어느 정도 알려진’ 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자리를 아직 잡지 못하고 있네요. 이 폭풍의 시절을 잘 보내고 나면 제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겠죠~ 그나저나 바빠서 블로그에 시간 투여를 잘 못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
    이쁘게 봐주세요… 가 결론입니다.

  3. hof Post author

    그만// ㅎㅎ 오셨군요. 트랙백을 걸어볼까 멘션을 날려볼까 하다가 그래도 퍼져나가고는 있으니 오래지않아 이 글을 보시겠거니 했거든요.
    까칠함은 그 자체로 개성이고 매력일 수 있겠지만 오래가진 못하는거 같아요. 이젠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으시고, 더 잘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시잖아요. . ㅎ
    블로그에 써두신 블로그쓰기의 원칙을 읽어봤는데 응? 이러신다는 분이 왜 이런글을? 이라는 의문이 들더라구요.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라는 말도 있듯이 내지르기는 그게 가능한 시절 또는 그렇게 해야하는 순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된 환경에 얼른 적응하시길 바랍니다.

  4. 오리

    저도 그 글 보면서. 그만님 답지 않다(?)고 살짝 갸우뚱 했더랍니다.
    그나저나 호프님의 세련된 반응은 저도 좀 배워야 겠습니다.
    전 쉽게 빡 돌아 버려서요. ㅎ

  5. hof Post author

    오리// ㅎㅎ. 세련씩이나 .. 흐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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