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벌집, 그리고 평판.

By | 2004-08-08

가디록님이 블로그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마치 벌집의 모양을 닮았다고 하셨고 귤님은 블로거 네트워크의 모양새가 벌이나 개미가 먹이를 찾고 무리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숱하게 들어왔던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블로그에서도 나왔다. 개인미디어라고도 하고 일상의 기록이라고도 하는 블로그에서 커뮤니티적인 요소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소수인원만의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와는 어떻게 다를까.

  • 느슨하고도 견고한 테두리.

    느슨하다는 것은 그 커뮤니티가 이름도 없고 공공이 인식할 수 있는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다. 시시콜콜한 회원정보를 써 넣어야 가입을 허락해주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커뮤니티 구성원의 텃세가 있어서 눈치를 보며 그 안에 편입되기위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이라고 뻘쭘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소통의 통로(링크리스트,코멘트,트랙백)를 타인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교집합을 커뮤니티라고 부르자면 부를수 있겠다. 내가 가디록님과 소통하고 있고 Gratia님과 소통하고 있고 또 namaste님과 소통하고 있다면 나와 소통하는 이 세 사람이 서로간에 소통하게 될 가능성은 우연히 스쳐지나가다가 만날 확률보다는 높겠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커뮤니티라면 그 커뮤니티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살펴볼 것이고 얼마나 많은 자료들이 쌓여있는지, 또 유,무형의 동호회의 영향력도 검토한 후에 가입할 것이다. 즉 기존의 커뮤니티는 내가 소비자인 시장인 셈이다. (물론 가입한 이후에는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생산활동에 알게모르게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회원수 1 증가치만큼이라 하더라도.) 그러나 블로그가 만드는 커뮤니티는 최초에는 커뮤니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블로그작성자와 읽는 사람의 관계로 만나게 되고 이후에 코멘트, 구독 그리고 트랙백등을 통해서 드디어 소통이라고 부를만한 현상들이 일어나게 된다.

    “나는 블로그를 기록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네트에 존재한다. / 누군가 나의 존재를 읽는다. 그는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 나도 그의 블로그를 읽는다. 우리는 “서로 안다” 고 말할 수 있다.” (2003.7.31 최호찬 @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블로그 컨퍼런스)

    읽는것만으로도 “아는 사이”가 되는데 코멘트남기고 트랙백까지 보낸다면 “알고말고요! 사이”쯤 되지 않을까? 물론 “읽는다”는 것이 한번 스쳐가면서 읽어본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서로 소통을 하고, 또 서로 아는 사이라면 그것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설령 “여기서부터는 커뮤니티”라는 팻말이 박혀있지 않더라도 커뮤니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나”를 매개로 A와 B가 소통을 하게 되었다면 나,A, 그리고 B는 서로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물론 B는 나,A, 그리고 내가 모르는 C와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B를 매개로 C와 소통하게 되었다면 나의 C의 커뮤니티는 확장된 것이다. 내가 C까지로 나의 커뮤니티를 확장시킨 것은 B를 통해서인데 이것은 B가 링크,코멘트, 트랙백을 통해서 C와 교류를 하고 있었던 것이며 이 교류는 타인을 추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링크와 코멘트,트랙백의 방향성이 문제될수 있겠으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교류의 표현이라는 틀로 보면 무리가 없을듯 싶다.
    내가 만드는 소통의 통로를 일컫기도 하고, 그것이 타인의 그것으로 확장되며 만들어내는 겹쳐지는 영역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를 기다리는 시장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나 자신이 “내가 아는, 나를 아는” 더 확장되어 “내가 지지하는, 나를 지지해주는 욕망”의 소비를 위한 시장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감당하고 조정할 수 있는 크기와 깊이.

    이 커뮤니티의 특징은 크기가 애초부터 정해져 있다거나 타인에 의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활동과 관심에 따라 확장된다. 수천명이 있는 커뮤니티에서 새내기 인사말에 코멘트를 달아주고 “반가워요~ 즐거운 동호회 활동 되세요”라는 형식적인 인사를 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왜이렇게 회원이 가입하지 않을까. 라고 썰렁한 회원수에 상심할 필요도 없다. 나의 작용과 타인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이므로 원하는 만큼 확장이 가능한데, 그것은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 또한 상대방도 감당할 수 있을만큼까지만 확장된다. 크기를 작게하고 깊이를 깊게 하건, 아니면 깊이는 얕지만 크기를 확대하건 그건 자신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한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블로거의 활동반경과 내용에 따라 유연한 테두리와 확장성을 갖고 있다.
    이 활동을 코멘트달고 친밀감을 표시하거나 공감하는 트랙백을 보내거나 하는등의 활동은 산술급수적인 테두리의 확장을 보여준다. 즉 1만큼 코멘트를 달면 1만큼 친밀도가 향상되고 10의 코멘트를 달면 10만큼 향상된다.(오옷..싸이월드의 프랜들리냐?) 이 그래프를 좀 더 가파르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양질의 컨텐트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타인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생산해 내는 것은 코멘트와 트랙백을 쏘고다니지 않는 이른바 다수와 비접촉교류(방금 만들어낸 말이다 -_-)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접촉교류보다 비접촉교류는 더 높은 품질을 요구한다. “어제 밥먹었네” “오늘 똥쌌네.” “내일 술마시네” 일색의 글은 글을 읽을 사람을 점차 줄어들게 만든다. 안봐도 모레는 “술똥쌌네”가 올라올것이라 짐작할테니까. 이것은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의 커뮤니티가 축소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그사람과 커뮤니티를 이루었던 다른 사람 역시 커뮤니티의 크기가 줄어든다. 말했잖은가. 활동반경과 내용에 따라 유연한 테두리를 갖고 있다고.
    혹시 호찬님이 자기블로그에 코멘트 달아준 분 있으신가 모르겠다. (나..난 있소!! 손 번쩍;;) 그렇지만 호찬넷, 호찬 이라는 이름은 많은 블로거가 기억하고 있다. 만약 번개모임이 있는데 어디선가 조그만 소리로 “엇 호찬님이네” 라고 말하는걸 들었을때와 “엇, 지나가는 사람1이네” 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때 사람들의 반응은 다를것이다. 호찬님이 사람들의 블로그에 지나가는 사람1님만큼 코멘트를 달고 다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호찬님의 블로그를 읽고 있음으로 인해서 “저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1000명에게 코멘트를 달고 다닐 순 없지만 좋은 글은 10,000명도 읽는다.

  • 권위를 만든다. 평판 업~!

    MIT교수 헨리제킨스는 “두가지 종류의 매체권력… 하나는 매체집중에서 온다. … 또다른 하나는 일반 대중의 중개를 통해 온다”라고 했다. “일반 대중의 중개”.. 블로그에서의 중개란 언급하거나, 링크를 걸거나, 트랙백을 거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블로그에 개념에 대한 답변중에서 김중태님의 블로그의 뜻과 유래를 근거로 한것들이 상당히 많다. 또한 호찬님의 [번역] 트랙백 초보자 가이드에도 상당한 숫자의 코멘트와 트랙백(테스트 트랙백 포함)이 매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많은 문서에서 참조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도가 높고 자연히 그 글(또는 작성자)의 권위가 향상되는 것이다. 권위가 향상되면 발언권 또는 발언의 힘도 강해진다. 위에서 한번 등장하셨던 지나가는 사람1-_-님이 “요즘 싸이 왜이렇지” 라고 하는 말보다 호찬님이나 김중태님이 “요즘 싸이 왜이러나” 라고 한마디 하는 것이 더 멀리 퍼지고 강하게 인식된다. 꾸준히 양질의 글을 써오셨고,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으며, 읽은사람들로부터 인용과 링크가 많이 걸린것이 이 분들의 평판을 좋게 만들었다. 링크와 언급을 통한 “추천”이 쌓이는 것은 개인미디어,개인의 기록이라는 블로그의 특성상 “공평무사한 샘플집단”의 공정한 의견수렴으로 간주된다.
    옥션에서 제품 구입후에 판매자에 대해서 만족,보통,불만을 표시하면 그것이 모여서 판매자에 대한 평가자료로 삼는데 블로그에서는 링크하고 언급하는 블로깅 활동자체가 거대한 평판시스템이 되는 셈이다.

블로그는 이처럼 개인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각자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또한 타인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한 공유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것은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테두리가 정해지며, 지속적인 교류에 따라서 또 생산해내는 컨텐트의 품질에 따라 신축성있게 변화된다. 이 -블로거를 작성하는 사람과 읽는 사람모두를 포함한 거대한 – 커뮤니티 안에서 많이 링크된 사람, 많이 언급된 사람,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블로거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은 선의의 개인들이 만들고 운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공정함이 큰 장점이다.

6 thoughts on “블로그와 벌집, 그리고 평판.

  1. 가디록

    예전에도 한번 포스트를 쓴 적이 있는데,전 블로그의 등장은 블로그의 그 형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해요.한마디로 블로그를 통한 네트워크에서 나타나는 커뮤니티라는 것은 필연적이었다라는 것이죠.
    제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이 블로그가 온라인에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에요.지속적인 방문객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으며 그 테두리 안에서 확고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블로거라면 오프라인 세상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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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ieBe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블로그에 대해 다시한번 고찰하게 되는군요.
    입문한지 며칠 안된 새내기지만 이런 좋은글들을 볼수 있어서 블로깅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4. LieBe

    아..제가 실수를 했군요…..이런…^^
    @hof님 블로그에 참 맘에 드는 글들이 많군요..
    계속 읽어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5. Pingback: 我無風竹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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