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고객응대 표현

By | 2022-01-02

도와드리겠습니다 타령은 이미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퍼져있다. 며칠전엔 드라이브 쓰루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주문했는데, 입구 마이크에 주문하고 다음 단계 계산대에 가면 외부에 설치된 카드투입기에 고객이 직접 차창을 내리고 카드를 넣고 결제가 완료되면 직원의 지시에 따라 빼야 했다. 이때 가게안에서 주문받는 직원은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드를 넣어주세요” 란다. 계산(결제)과정의 상당 부분은 고객이 스스로 하는데 뭘 도와준다는걸까. 온라인에서 제품 구입한 후에 불량이나 파손으로 환불할 때에도, 배송기사에게 물건 전달하면 입고되는대로 환불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당연히 해야할 업무이고 심지어 자신의 책임으로 고객이 손해를 입은 과정을 만회하는 과정까지도 왜 “돕는다”는 말로 관계와 책임을 비트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희한한 고객응대 말투는 또 있다.

얼마전 초겨울에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러 갔던 병원도 특이한 말투를 사용했는데, 병원 문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어서오세요가 아니고 “어떻게 오셨을까요?” → 독감 예방접종 맞으러 왔습니다. → 전에 저희 병원 오신적 있으실까요? → 처음입니다. → 여기 인적사항 한장 적어주실수 있을까요? → (작성완료) 여깄습니다. → 잠시 이쪽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실까요? → 네. → (몇분이 지난 후) 이쪽으로 들어오실까요? 등등.

“~ㄹ까요?”는 상대방의 의향이나 의사를 묻는 표현인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는데 사실 고객의 의향을 물을 이유는 없다. 인적사항은 반드시 적어야하고 진찰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려야하고 진찰실에 들어가서 주사를 맞아야하는 것에 대안이나 옵션이란 없는 것이니까.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거나 그 정도 수준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안내와 지시의 내용에 일부러 이런 기묘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도 독특한 인사를 하는데,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받아 나올 때면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한다. 보통은 “감사합니다.”까지 하거나 덧붙인다면 “또 오세요” 정도다. 그런데 “또 뵙겠습니다”라니. 자신의 의지의 표현인지, 예언(?)인지 궁금한 일이다. 고객의 마음을 저런 멘트로 움직일 수 있다,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나 자신감이 표현된 것 같다. 마치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를 묻는 사람들이 첫마디로 “복이 많으시네요”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인 “한가지만 알고 가세요”처럼 나중에라도 마음 한켠에 까끌거리고 신경쓰이게 만들어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만들고자하는, 좋게 말하면 화법의 마케팅이고 다르게 말하면 잔머리굴림의 결과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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